최근 육아휴학 신청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인 2009~2010년, 육아휴학 신청자는 2년 간 2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 89명(대학원생 75명), 2012년 118명(103명)으로 크게 늘었다.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원생이 육아휴학의 절대다수다. 작년 1학기의 경우 육아휴학 신청자는 49명(44명)으로, 이 중 2명은 대학원에 다니는 30대 남학생이다●

공대 대학원생 이현철 씨는 현재 박사과정의 마지막 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휴학을 하지는 않았다. 휴학해서 아이를 돌보기보다는 학위를 받아 얼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이 이름은 아이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수현’이다. 

해가 뜨면 수현이가 제일 먼저 일어나 아빠, 엄마를 깨운다. 여름에는 해가 일찍 뜨니 5시 반만 되도 수현이가 깬다. 아내와 함께 바쁜 아침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마치고 수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 환절기라 그런지 수현이 코에 콧물이 흐른다. 한 명만 감기에 걸려도 전체가 걸리는 어린이집 특성상 감기 정도는 어쩔 수 없이 넘길 수밖에 없다. 

연구실에 도착하면 8시 반이다. 그때부터 책 읽고, 실험하고, 논문도 쓰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실험을 한 번 시작하면 10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눈 깜짝할 새에 저녁이 된다. 자, 이제 결정해야 한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 밤에 다시 연구실에 나갈까, 아니면 새벽에 집에 들어가 아침에 연구실로 나올까? 새벽까지 실험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 조금 더 오래 쉴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아이의 자는 모습밖에는 보지 못한다. 결국 현철 씨는 피곤하지만 잠깐이라도 아이와 함께 있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굳이 저녁에 집에 들어와 수현이를 씻기고 잠드는 것까지 지켜본다. 수현이가 잠들고 나면 이현철 씨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보면 집은 결국 씻고 옷만 갈아입고 나오는 곳이 돼 버린다.

아이를 키우면서 현철 씨의 개인 생활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평일엔 거의 학교에 있어 아이와 함께 있어주지 못하니 주말에는 되도록 아이와 함께하려 한다. 버둥거리는 아이를 추스르는 폼이 아직은 조금 어설프다. 의자에서 떨어질까, 머리를 다치진 않을까 내내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때 수현이가 숟가락을 식탁에 대고 쾅쾅 두드린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움직인다. 유아용 의자에 앉히기라도 하면 벗어나려 발버둥이다. 

아내 고영아 씨는 임신 중에 가장 힘들어 했다. 연구실 일이 한창 바빠 거의 일주일에 하루 집에 들어가는 꼴이었다. 그래도 수현이가 토요일에 태어나서 다행이었다. 주말에 아내, 아이와 지내고 다시 학교에 온 현철 씨에게 교수님은 축하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곧바로 업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수요일까지 이 보고서 내용 조사해 주고…’ 

조금이라도 쉬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당시엔 꽤나 서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교수님 세대는 육아에서 아빠 역할이 크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았을까’라고 회상하던 현철 씨는 ‘그래도 하루 이틀이라도 아이를 볼 수 있게 해 주셨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한 후 당연하다는 듯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내는 육아휴직 기간인 1년이 끝나 이번 달부터 다시 회사에 나간다. 그래서 수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조모에게 맡기는 데도 눈치가 보인다. 

‘흔쾌히 맡아 주시겠다고 하지 않아 잠깐의 텀이라도 생기면 바로 안되겠구나 싶다’

학부생 아이 아빠 유명환 씨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은 가족사진이다. 아빠, 엄마, 아이. 단란한 모습이다. 아내는 11학번, 남편은 07학번으로 아내가 새내기 때 만나 같은 과 CC가 됐다. 유 씨는 아이 아빠라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교양수업 자기소개 시간. 조금 쑥스럽지만 유쾌하게 말한다.

‘저는 2살배기 아이가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남자아이인데 이름은 유세현입니다’

세현이가 동네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부부가 오붓이 외출했다. 기자를 보니 KNU어린이집이 도대체 언제 생기는지가 제일 궁금하다고 한다. 여교수님들이 기부하고 바자회도 해서 ‘곧 생기나 보다’하고 기대했는데 아무 소식도 없는 거냐고 묻는다. 

곧 복학을 해야하는 아내 강혜진 씨도 학교 안 어린이집 소식에 민감하다. 생긴다고 하더니 언제 생기는지도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하다. 

아내는 갑자기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2학년 1학기에 휴학했다. 당시에 놀라긴 했지만 침착하게 넘긴 것 같다고 회상한다.

‘선택할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가 생긴 이상 당연히 책임져야 했고 낳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남아 있었다. 어른들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주위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명환 씨는 세현이가 아직 어려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지금이 더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아내는 신랑이 많이 도와줘서 할 만하다며 웃어주는 것이 고맙다. 일을 다니는 아내는 재작년에 2년의 육아휴학이 끝나 일반휴학을 한 번 더 써서 내년 1학기에 복학할 예정이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육아휴학 2년은 길지 않다. 

명환 씨는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기다. 아내는 일을 해서 수입이 있지만 명환 씨는 아직 학생이다. 하지만 가장이라는 부담감이 크다. 얼른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남학생도 올해부터 육아휴학이 가능하지만 이미 찰 대로 찬 나이와 취업문제 등 이것저것을 고민해보면 휴학은 선택지가 될 수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남학생은 빨리 졸업해서 돈을 버는 게 우선이니까. 싱글대디가 아니면 육아휴학도 별 효용이 없다’

아내는 일을 하니 아이가 아프더라도 바로 가보지 못한다. 명환 씨는 그나마 있는 수업을 빠지고 아이에게 달려간다. 작년에는 세현이가 아파 계속 수업에 결석했다. 원래 아기들은 자주 아프다고 하지만 세현이가 유독 잔병치레가 많긴 하다. 그래도 아이가 건강할 거라는 말을 애써 믿는다. 사정을 말한다면 교수님들이 사정을 봐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이가 있다고 잘 말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명환 씨는 취업 이후도 역시 걱정이다. 취업을 한다면 지금처럼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곧바로 달려올 수 없다. 얼마 전 세현이가 아파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할 때, 유치원에 오래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속상해하는 아내가 떠오른다. 유치원에 오래 두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부만으로도 힘든데 육아와 취업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명환 씨는 조별과제 조모임조차 부담스럽다. 저녁엔 세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야 하니 말이다. 

부부는 KNU어린이집이 생기면 조금 괜찮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학교에 어린이집이 생기면 수업 중에라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KNU어린이집이 생겨도 걱정이다. 역시 차가 없으니 아이를 데리고 집과 학교를 오가기 만만찮을 것이다. 

명환 씨는 현재 학생신분에 따른 특별한 지원을 받지는 않는다. 대학생이 아이를 가지면 자퇴를 하거나 휴학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제도적인 부분은 미비하다. 부부는 힘들어도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정보를 얻는 것이 최선이라며 나름대로 살 길을 찾는다. 

‘그래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보다 태어난 이후에 훨씬 행복한 것 같아요, 물론 힘든 점도 많지만 아이 덕분에 행복한 것이 걱정거리를 모두 덮어주는 느낌이 들죠’ 

2010년 본교 전체 교원 중 2~30대의 수는 114명이었다. 게다가 고학력 여성의 경우 출산이 늦어져 40~44세인 교원 중에서도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임지영 교수(생과대 아동)는 마흔의 나이에 귀한 첫 아이, 승민이를 낳았다. 결혼 후 남편과 유학을 떠나 각자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아예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거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교수직에 재임용되기 위해 2년 동안 업무에 열중하다 보니 아이는 또 미뤄졌다. 재임용 되고서야 39살에 아이가 생겼다.  

퇴근 후 승민이를 차에 태워 집에 도착하니 하루 종일 할아버지와 놀아 피곤할 법도 한데 다시 밖으로 나가자고 보챈다. 이리저리 주의를 돌리려 해도 꿈쩍도 않는다. ‘나이가 있다 보니 젊은 엄마들보단 확실히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는 임 교수는 학교에서 내내 업무를 보고 온 뒤 승민이 저녁을 먹이고, 놀아주느라 수저 들 시간도 없다. 승민이 입에 들어가는 밥 한 숟가락이 더 중요하니 엄마는 아이 먹이기에 열중할 맞출 수밖에 없다.

‘승민이의 미래를 함께 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동생을 낳기엔 이미 부담스러운 나이라는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아이가 두, 세살일 경우에 엄마가 40대인 경우는 5%가 안 된다. 여성은 만 35살만 돼도 기형아 출산 등과 관련해 고민해야 할 때이고, 40대에는 조기 폐경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특히 40대에 첫아이를 낳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승민이가 대학갈 때쯤에는 임 교수 부부의 나이가 60이 넘는다. 임 교수는 유치원만 가도 다른 엄마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승민이가 신경 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어린이집에 들를 때엔 다른 젊은 엄마들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이 그렇게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승민이를 늦게 낳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이 정도까지 성취할 수 있었다고 말한 임 교수는 출산 전에는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다.

본교의 출산휴가는 3개월인데, 임 교수는 제왕절개를 해서 90일을 전부 사용할 수 있도록 출산일을 맞췄다. 그렇게 딱 3개월만 쉬고 나와서 바로 일을 시작했다. 짧은 육아휴가가 끝나고 돌도 지나지 않은 승민이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출근할 때에는 가슴 한편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출산 전날까지 새벽을 새워 일을 하던 임 교수는 요즘엔 9시면 승민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주말엔 승민이와 같이 공원을 산책하거나 건강관리를 하기도 한다.

임 교수는 ‘내 경우엔 융통성 있게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직장과 상대적으로 괜찮은 경제기반 덕분에 지금과 같은 생활이 유지가 된다’라며 ‘일반적인 학생, 교직원, 직장에 다니는 여성은 가정과 일에 치여 개인생활이 없어져버린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0%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OECD 32개 국가 중에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OECD 평균인 62.3%에 미치지 못하는 55.2%이다. 또한 연령대별 경제활동 참가율이 M자형을 보여 경력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출산과 육아 문제가 개인적 측면을 넘어서 국가적, 사회적 측면세서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됐다.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원, 직원 그리고 학생들에게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육아와 학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학생, 육아와 학교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직원이나 교원 역시 역할 과부하를 견뎌 내고 있다. 이러한 부담이 대학 내 여성 구성원들에게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점차 높아지는 맞벌이 비율과 새로운 아버지상에 대한 인식변화는 아버지로서 기대되는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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