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같이 글을 보며 산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글을 항상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글이 잘 읽혀지는 것은 아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있듯이 적절한 글꼴로 배치된 글자가 우리의 이목을 끈다. 이렇게 보기 좋은 글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구성되는지  알아보자●

선조들이 그린 한글 

글꼴이란 글자가 이루어진 모양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한 그것은 공통적 성격의 글자 양식, 글자의 모든 형태를 아울러 말한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글꼴도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시대별로 필기도구, 인쇄술 등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글꼴의 변화를 보면 조형적 구조뿐만 아니라 시대사상의 한 면까지 볼 수 있다. 여기서는 고서에 남아 있는 글꼴을 중심으로 글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자.

한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15세기 초반까지는 산세리프 글꼴기였다. 산세리프체란 가로획과 세로획의 굵기가 같고 획의 끝에 돌출 부분이 없는 형태로 흔히 알고 있는 고딕체와 비슷하다. 대표적인 예는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글의 기본 글꼴을 명조체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한글은 고딕에 가까운 산세리프체로 처음 쓰여졌다. 이후 15세기에서 16세기 말까지 세리프 글꼴이 많이 도입됐다. 세리프체는 획의 끝에 돌출부위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리프체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해례본 글꼴을 인쇄용으로 변형하고 제작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17세기에는 몇몇 글꼴의 형태가 점점 변형되고 새로운 판본용 한글이 제작됐다. 18세기에는 판본용 글꼴이 안정화됐으며 해례본 글꼴의 흔적은 많이 사라졌다. 19세기에는 해례본 글꼴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글꼴은 일본어와 한자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격변기를 겪은 글꼴은 세로쓰기에 맞춰 발달하게 됐다. 이후 여기서 한글 글꼴은 또 한 번 격변을 겪는다. 로마자의 영향을 받아 가로쓰기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1947년 초등학교 교과서를 시작으로 가로쓰기로 변화한다. 이후 디지털 활자가 도입되면서 제작과정과 글꼴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그리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란 원래는 활판인쇄술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그 의미는 활자 디자인부터 시작하여 글자, 기호 등을 이용하여 뜻을 전달하는 데까지 확장됐다. 타이포그래피는 앞으로 다룰 내용의 가장 큰 범주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문자를 타이포그래피라 할 수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타이포그래피는 ‘손 멋 글씨’이다. 다른 말로는 캘리그래피이다. 손 멋 글씨는 활자가 가지고 있는 딱딱함을 탈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손 멋 글씨는 글씨를 쓸 때 재료나 도구에 따라 바뀌는 즉흥적인 성격이 강하다. 손 멋 글씨의 영향으로 최근의 활자도 감성적 시도가 많이 이루어졌다. 

과거에 레터링은 글자를 직접 쓰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글자를 잘라내고 붙이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기업의 로고들이 레터링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활자디자인은 레터링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인쇄용 글자체 한 벌을 만든다는 점에서 레터링과는 차이가 보인다. 완성형의 경우 총 11,172자의 낱글자를 만들어야 하고 조합형의 경우 최소 24자를 만들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인쇄 하려면 한글 24자를 각각 조합해서 찍는 것이 아니라 한 글자의 초성, 중성, 종성에 맞는 자모가 배치된 완성된 11,172자의 모든 글자가 필요하다. 예전에 글을 인쇄할 때는 1,300자의 글자가 조각된 납을 일일이 찾아 문장을 만들었다. 현재도 이와 같은 원리로 글자가 출력된다. 단지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11,172자의 글자를 저장하는 용량이 늘어나고 불러오는 속도가 빨라져 다양한 글꼴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최근 많이 사용되는 폰트라는 용어는 활자의 모양이라는 뜻으로 종류와 크기가 동일한 활자 한벌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폰트는 글꼴을 기록, 표시, 인쇄 등의 구체적인 표현에 이용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같은 크기의 글자를 집합으로서 기록한 정보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보 저장 덕분에 우리가 컴퓨터에서 폰트를 선택하고 문서를 작성하여 출력하는 모든 과정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글꼴은 어떻게 구성될까

한글은 글자를 구성하는 낱글자가 위치하는 곳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ㄱ’자 하나도 여러 가지 형태를 가지고 있다. 모음을 중심으로 해서 옆으로 발생하는 옆자음, 아래로 발생하는 아랫자음, 위로 발생하는 윗자음, 두 개의 자음이 겹쳐진 복자음의 모양이 각기 다르다. 글자를 조합할 때 모두 같은 낱글자들을 쓰게 되면 글자의 모양이 보기 좋지 않다. 예를 들어 [그림*]과 같이 아랫자음의 위치에 옆자음이 오면 시각적인 불편함을 야기한다. 이렇듯 글자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조화다.

첫째로, 균형이 중요하다. 여기서 균형은 물리적 균형이 아닌 시각적, 심리적 균형을 의미한다. 글자개발자들은 글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착시효과를 사용한다. 사람의 시각은 수치적 중심보다 위쪽에 있다. 따라서 글자를 만들 때도 이런 것이 고려된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1번 그림이 수치상 아래와 위가 같은 것이지만 사람의 시각 때문에 같아 보이지 않는다. 개발자는 이런 것을 고려하여 2번처럼 시각을 보정한다. 

둘째로, 글자도 일종의 도형이다. 도형은 도형의 바탕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 인지된다. 따라서 글자에서도 바탕과의 균형이 중요하다. 글자에서의 바탕은 글자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을 말한다. 바탕과 글자의 배치가 조화로워야 구조적으로 안정하고 아름다운 글자가 된다. 

셋째로, 글자에도 뼈와 살이 있다. 글자의 뼈는 구조이다. 구조는 점과 줄기가 어떻게 배열되는지를 뜻한다. 구조가 탄탄해야 이후 살을 붙여 완성할 때도 안정성이 있다. 뼈대가 완성되면 그 위에 살을 붙인다. 살은 서체를 의미한다. 살을 어느 부분에 어느 정도 붙이는가에 따라 글자의 개성이 결정된다. 

넷째로, 글자에는 무게 중심이 있다. 이런 무게중심을 따라서 시각흐름선이 생긴다. 한글은 처음 만들어질 때 세로쓰기로 쓰여서 글이 적힌 줄의 오른쪽에 무게 중심이 있었다. 이후 가로쓰기로 쓰기법이 바뀌면서 글자 각각의 무게중심은 있지만, 글줄의 무게중심은 사라진 상태이다. 현재 글줄의 무게중심을 찾기 위한 글꼴 개발이 계속 되고 있다. 또한, 글줄의 무게뿐만 아니라 글자 자체의 무게가 존재한다. 줄기의 굵기와 밀도에 따라 결정되는 활자의 무게감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네모꼴의 글꼴같은 경우에는 네모칸 안에 많은 줄기를 넣어야해 줄기의 굵기가 일정하지 못하다. 이런 것을 보정하기 위해 고려된 것이 탈네모꼴이다.

탈네모꼴, 새로운 시대가 오는가 

탈네모꼴은 네모꼴의 반대 개념이다. 네모꼴은 해례본 때부터 사용된 꼴로 모든 낱글자를 네모틀 안에 넣는 것을 말한다. 네모꼴의 대표적 글자체로 ‘바탕체’와 ‘돋움체’가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한글이 가로쓰기로 변하면서 네모꼴에 문제가 생기게 됐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탈네모꼴이다. 네모꼴이 전통적으로 사용됐던 정사각형 모양의 틀이었다면, 탈네모꼴은 그 틀을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틀을 벗어났다고 해서 기본이 흐트러진 것은 아니다. 탈네모꼴은 상하좌우 조합형 글자인 한글의 정신과 원리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탈네모꼴은 기존의 네모꼴이 공간분배의 비합리성과 낱소리글자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던 점을 개선했다. 또한, 세벌식 탈네모꼴 글꼴의 경우 닿자, 홀자, 받침 3가지를 따로 제작해서 합치기 때문에 디자인 시 직접 제작해야 하는 글자의 수가 67자 이내로 줄어서 대단히 경제적이다. 이런 탈네모꼴의 대표적인 예가 모임 형식에 변화를 준 ‘안상수체’와 ‘샘이깊은물체’이다. 이처럼 탈네모꼴의 개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은 문제점도 있다. 우리가 오랜 기간 네모꼴체를 사용하면서 탈네모체가 어색하게 느껴져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네모꼴체도 우리 눈에 익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인다. 앞으로 탈네모꼴이 자주 사용된다면 탈네모꼴이 기준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참고문헌 및 자문

『한글 글꼴의 역사』 (김두식 저)

『한글 디자인 교과서』 (안상수 외 2저)

권기덕 교수(예술대 시각정보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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