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목포는 항구다’라는 사실!

압해도 들어가는 저 연육교 공사가 끝나면 항구는

섬 하나를 잃고 이제 앞니 빠진 것 같을까, 

아침 안개 때문에 아직

배가 뜨지 못하는 목포는 역시 항구다. 앞에도 뒤에도 그리운

압해도, 푸른 압해도 들렀다가 오후에

우린 또 헤어진다. 안개 속에서 누가

‘목포의 눈물’을 부른다. 여기 이 북항을

토박이 노인들은 더러 ‘뒷개’라 부른다고… 뒷개,

이 골동품 막사발 같은 이름을

어디, 한 쪽 구석에다가 잘 모셔두고 싶다. 압해도 뒤에도

코앞인데도 멀다. 더 멀어지기 바란다. 연육교가 완공되기 전 

북항엔 지금 안개가 꽉 잡고 있다. 사람 헤어지는 일이 

그리 쉽겄냐, 안개여  

이대로 아주 철통같기를 바란다. 여기 아름다운 뱃길에

아직 배가 뜨지 못하는 그런 일이 남아있다. 봐라,

좌우당간에 아심, 아심찮다. 짠하게

‘항구는 젖는다’라는 사실!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그러니까, 전남 목포시의 ‘압해도’ 가는 연육교가 완공되기 이전 상황을 쓴 시다.

문인수 시인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쉬!>, <배꼽>, <적막소리> 등이 있으며, 동시집 <염소똥은 똥은 똥그랗다>와 시조집 <달북> 등이 있다. 대구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작품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제8대 대구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재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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