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15살 정도가 되면 사춘기를 맞이한다. 사춘기가 되면 심리적, 신체적 변화 이외에 소년, 소녀에서 청년, 숙녀로 성숙되어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올해 15회가 된 대구단편영화제도 사춘기를 맞이했다. 이번 달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대구단편영화제에 눈과 귀를 기울여보자●

올해 15회를 맞이하는 대구단편영화제는 ‘사춘기’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26일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개막했다. 27일부터는 주상영관인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스크린 씨눈’에서 본격적으로 상영된다. 상영되는 영화는 경쟁부분, 대구경북에서 만든 애플시네마부분, 해외초청작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쟁부분은 총 7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한 섹션 당 3~4개의 독립영화로 구성돼 있다. 주영상관의 한 섹션 관람료는 한 회당 5,000원이다.

대구단편영화제는 지난 5월 2일부터 6월 23일까지 총 587편이 출품접수 됐고, 이후 10인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 중 7인의 상영작 선정 심사위원을 구성해 총 27편의 경쟁부문상영작을 선정하였다.

대구단편영화제는 대구,경북권에서는 유일한 경쟁영화제다. 대구시와 영화진흥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지난 4월부터 준비 과정을 거쳤다. 과거 독립영화는 사회적 문제나 정권에 반하는 내용을 전투적으로 실었던 반면 최근 독립영화는 그런 내용을 싣되, 개인의 감정을 감성적으로 다루는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다. 상업영화는 100명이 보면 100명이 모두 재밌어야 하지만 독립영화는 단 한명이 보더라도 정말 감독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영화다.

최태규 사무국장(34)은 저번 영화제에 비해 올해 영화제에서 달라진 점에 대해서 “작품성 있는 작품들과 개그성 있는 작품들이 골고루 상영되기 때문에 관람객에게 골라보는 재미를 준다”고 말했다.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는 메인 상영관이 없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이 놓여있기도 하다. 그러나 레인메이커 이만수(27) 대표는 “대구 문화 예술이 대중적인 것 밖에 없다”라며 “독립영화 같은 다양한 예술이 많이 발전해야 대중들이 좀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단편영화제 자원봉사에 참여한 김하연(23) 씨는 “단지 독립영화가 좋아서 대구단편영화제에 자원봉사를 자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26일 발대식 프로그램 중 야외영화를 관람한 관람객 고대건(31) 씨는 “매년 열리는지는 알고 있었는데 직접 와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일반적인 상업영화 이외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같아 내년에도 꼭 보러 오고 싶다”라고 말했다.

상영작 27편 중 5편만 꼽았다! ‘5인 5색’

우리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물건들은 무심히 잊혀지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 존재감을 상실한 물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첫 번째 영화 ‘너무 소중했던 당신’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백미영 감독은 물건들에게 죽음이란 곧 ‘잊혀짐’이란 생각에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두 번째 영화는 돈이 필요해 위험한 보험사기극에 휘말린 간호사의 이야기다. 송우진 감독의 ‘아귀’는 탐욕으로 시작해 탐욕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주연 배우를 총 5명이 돌아가며 대역을 맡았다. 감독은 “영화 관람 중 대역을 가려내는 것도 작품의 감상포인트”라고 말했다.

세 번째 영화는 전 여자친구가 전 남자친구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는 화끈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전 남자친구와 이별을 하는데도 사랑을 원했을 때만큼 진실한 마음이 필요함을 말해주며 ‘이 별에 필요한(작품 제목)’ 간절했던 순간을 떠올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김용완 감독은 애잔한 정서 속에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을 감상포인트로 집었다.

누구나 어떤 한 사람에 대한 생각에 잠 못 이룬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이 자신을 괴롭힐 만큼 힘들어져 이제는 벗어나고 싶지만, 정작 마음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다. 성준수 감독은 영화 ‘불면증’을 통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기억, 추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 소개할 영화는 김유리 감독의 ‘저 문은 언제부터 열려있었던 거지?’다. 누구나 살면서 문득 ‘잘 살고 있나?’,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감독은 이런 포인트를 살려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지방으로 내려온 주인공 은주의 적응기를 영화에 담았다.

도전 정신은 A급, B씨의 상황극

이번 제15회 대구단편영화제에는 감독과 함께 하는 일반인 워크숍이 있다. 그 이름은 ‘겁도없이 레디액션’이다. 일반인들에게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리기 위한 워크숍이다. 우리는 이번 워크숍 팀 중 하나인 ‘B씨의 상황극’의 촬영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촬영 장소는 허름한 빌딩 3층이었다. ‘B씨의 상황극’이라는 제목만 알고 찾아간 촬영장에 있는 것은 카메라 한 대, 붐마이크, 분주한 사람들과 고양이 한 마리이다. 이게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정말 이것들만으로도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영화의 주연 B씨가 상황극을 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하는 중이었다. B씨는 인형 두 개를 들고 영화 포스터처럼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의 배경은 B씨의 방이었다. B씨라는 이름처럼 B급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곳. 방은 어지러운 B씨의 머릿속 같았다. 떨어져 있는 성인잡지도 그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스프레이와 B씨의 스티커도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감독님으로부터 받은 콘티에는 ‘30대 중반의 스트릿 아트를 하는 남자가 집에서 혼자 인형극을 한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사춘기’라는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눈앞에서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 갔다. “카메라 롤, 액션” 소리가 들리면 감독의 절친한 친구인 고양이 ‘보리’마저 조용해졌다. 촬영 방법과 대사는 계속 변했다. 갑자기 결혼식 장면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하얀 천이 등장하더니 바느질이 시작됐다. 여자인형(수지)의 면사포였다. ‘보리’도 배우였다. 물끄러미 B씨를 바라보는 표정이 자연스러웠다. 

“오케이”라는 말이 들리더니 갑자기 B씨가 이불을 걷어차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촬영 시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촬영이 빨리 진행됐다. 슬레이트는 코팅된 종이에 수성펜으로 쓰고 휴지로 지웠더니 잘 지워지지 않았다. 얼마나 반복했는지 글자가 잘 안보일 정도였다. 감독님의 오케이가 떨어졌지만 아쉬움을 느낀 B씨의 열정으로 촬영이 몇 번 더 반복되었다. B씨 역을 맡은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임호준(36) 씨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감독님의 추천으로 이번 워크숍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다”며 “단편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한참을 B씨의 방에서만 촬영한 후 밖으로 갔다. 밖에서 B씨가 창밖으로 대사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서였다. 한 대 밖에 없는 카메라에 삼각대를 설치했다. 좁은 골목에 계속 차가 지나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냉담했다. “차도 못 지나다니게 여기서 뭐 하는 짓이야”라고 소리치는 주민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촬영감독님의 권유로 워크숍에 참여한 김나윤(24) 씨는 “독립영화는 지원이 부족해 협력을 잘 안해준다”며 “장소 섭외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큰 비중은 아니지만 극에서 소소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은 김나윤(24) 씨는 이날, 슬레이트를 치거나 삼각대를 설치하는 등 촬영의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이 외에서 촬영장에 있던 스태프 중 한명을 극 중 배역으로 투입하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다음 장소는 동성로였다. B씨가 스티커를 붙이고 그래피티를 하는 공간이다. 첫 촬영 장소는 어느 길거리 옷가게 앞이다. B씨가 비장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장면이다. 행인통제 같은 건 없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훌륭한 배경이 된다. 옷가게 사장님은 멀리서 담배를 피우며 쳐다봤다. 담배가 다 타기 무섭게 “언제까지 여기서 이럴거야! 누구 장사 망칠일 있어?”라며 몰아냈다. 촬영팀은 문 닫은 클럽이 있는 골목으로 이동한 뒤 촬영을 이어나갔다.

다음 촬영 장소는 어지럽게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는 골목길이다. 감독은 비닐과 코팅지를 꺼내더니 카메라 렌즈부분에 코팅지를 덮고 카메라 몸체와 카메라맨위에 비닐을 씌웠다. 순식간에 촬영장비가 만들어 졌다. B씨는 비닐로 뒤덮힌 카메라를 향해 스프레이를 쏘았다. 한번  더 촬영을 할 수 없기에 촬영은 신중하게 진행되었다. 간단한 준비물로 멋있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정신없는 일정이었지만, 워크숍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감독을 맡은 황영(33)씨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 맘껏 웃어나 보자!”라고 말했다. 단편적으로는 우울한 모습의 B씨였지만, 오히려 그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었다.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도 이와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9.29(월)

1회 12:30

경쟁4: 꽃 피는 철길(김래원)/ 어느 날 갑자기 (유지영)/ 이음편집실(원창재)/ 소나기(오성호)

2회 14:40 

경쟁1: 4학년 보경이(이옥섭)/ 가면무도회(안진우)/ 12번째 보조사제(장재현)

3회 16:50

경쟁 6: 이 별에 필요한 (김용완)/ 마침내 날이 샌다(한인미)/ 봄, 봄(고현석)/ 더도 말고 덜도 말고(임오정)

4회 19:00

해외초청: 샐러리(페드로 콜란테스)/ 코토부키(다나카 키미에)/ 혐오스런 라스(요리야스)/ 어느 노인의 시계(미츠하시 유지)

9.30(화)

1회

경쟁7: 이름들(최아름, 신이수)/ 수학시간(강보경)/ 불면증(성준수)/ 저 문은 언제부터 열려있었던 거지?(김유리)

2회

경쟁2: 침입자(박근범)/ 풍진(이현빈)/ 복원(옥진주)/ 너무 소중했던, 당신 (백미영)

3회

경쟁3: 알레르기(김인선) / 나쁜 연기(양경모)/ 아귀(송우진)/ 숨(권현주)

4회

폐막식: 워크샵 완성작 시사, 부문별 시상및 수상작 앙코르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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