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다. <힘있는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하버드 글쓰기 강의> 등등 ‘글쓰기’라는 키워드만 검색창에 입력해도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글쓰기에 관한 논문, 폴 오스터의 <글쓰기를 말하다>와 같은 작가가 직접 글쓰기에 관해 쓴 책도 많다. 그만큼 글쓰기에 대한 많은 자료가 있다. 누군가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무턱대고 많이 쓴다고 될까? 우리는 어떻게 글쓰기에 다가서야 할까●

대학생 글쓰기 특강

강준만 교수의 글쓰기 관련 저서로는 <대학생 글쓰기 특강>, <글쓰기의 즐거움>등이 있다.

그는 <대학생 글쓰기 특강>의 머리말에서 미국의 고전학자 월터 옹의 주장을 인용한다. 인간이 점점 더 내면적인 의식을 갖게 된 것을 글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런 내면화 효과가 개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글쓰기를 자주 하다 보면 내면성이 키워진다는 것이다. 내면성이 부족한 사람이나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글쓰기를 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학생의 글 놀이,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수업

이상원 교수의 <인문학 글쓰기>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총 세 가지 글을 쓰는 것으로 이뤄진다. ‘나를 소개하는 글’, ‘감상 에세이’, ‘주제 에세이’로 나눠져 각각의 글을 정해진 시간까지 온라인으로 올리고 자신이 맡은 다른 학생의 글에 답글을 달아야 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3~4명의 글쓴이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 설명하고 나머지 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 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한 마디로 “함께 쓰고 함께 읽기”라고 정의한다. 그는 “사람들이 모여서 내 글을 읽어주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경험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글쓰기에 대한 자료는 이미 넘쳐나기 때문에 그런 식의 지식전달보다는 자신의 글이 사람들에게 무언가 일깨우고 의견을 전달하는 도구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글쓰기 교육자들과 글쓰기를 말하다

대중문화 비평가이자 전북대학교에서 주 1회 <글쓰기 특강>을 하는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와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의 저자 이상원 교수(서울대 기초교육원)와의 대학생의 글쓰기에 대한 인터뷰를 간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기자: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계열별 글쓰기 과목이 개설되어 있거나 심화과목이 있는 실정인데, 현재 대학 글쓰기 교육의 전반적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준만: 바람직하고 좋습니다. 하지만 각종 영어자격시험이 점수를 얻는 기술에 치중하느라 영어능력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있듯이, 학점이나 등급없이 진행하는 글쓰기 과목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상원: 제가 강의하는 서울대학교의 경우는 지난 학기부터 ‘대학국어’라는 국어국문학과에서 주관하는 전교생 필수과목이 ‘글쓰기의 기초’라는 과목으로 바뀌면서 선택으로 바뀌었죠. 경북대와 같이 분야별 글쓰기 과목은 원래 있었어요. 이젠 분야별 글쓰기와 ‘글쓰기의 기초’ 중에서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되었죠. 제가 강의하는 ‘인문학 글쓰기’ 같은 경우는 절대평가 과목이고, 학생들이 선택해서 듣는데 올해부터 상대평가로 전환되어서 아쉬워요. 

저희 수업에서는 수업시간에 모든 것이 진행되기 때문에 출석상황과 다른 학생들의 글에 답글을 열심히 썼는지 그것만 가지고 평가해요. 그런데 상대평가방식의 수업상황에서는 저처럼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학생들은 다른 강의식 수업에 비해서 참여를 훨씬 많이 했는데 참여도에서 감점을 받으면 수긍하기 어려워하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다른 방식으로 시험을 보거나 글에 서열을 매기면 제가 생각하는 글 놀이판의 전제인 ‘모든 글이 나름의 장점이 있다. 어떤 글에도 내가 보고 배울 점이 있다’는 것과 맞지 않다고 봐서 성실도로만 성적을 매기고 있습니다.

기자: 글쓰기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대학생에게는 어떤 글쓰기가 가장 중요할까요?

강준만: 대학생들도 각자 전공과 관심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우선 자기 관심분야의 글쓰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이상원 교수님 강의의 경우, ‘글 놀이’로 운영되는 글쓰기가 신기한데 그런 수업방식을 고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상원: 저는 강의방식을 싫어합니다. 또한 학생들의 글이 발전하는 데에 그런 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200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에서 수업을 했는데, 번역 수업을 할 때에도 지금의 글쓰기 수업처럼 학생들이 번역을 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개한 뒤 그 글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합니다. 외국어를 번역하는 경우도 글쓰기의 일부가 됩니다. 글쓰기보다는 창의성이 떨어지지만 글의 구성과 어떤 표현을 쓰면 더 효과적일지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글 놀이’ 방식이 익숙했던 것 같아요. 별도로 참고한 자료나 책이 있기보다는 그 이전 번역 수업을 바탕으로 진행했죠.

기자: 학생들이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준만: 완벽주의와 자존감 때문인 것 같아요.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자신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글쓰기를 멀리하기도 하죠. 남들의 평가에 지레 겁을 먹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기자: 이상원 교수님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하지 않으신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있나요?

이상원: 저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다른 학생의 글에 답글을 달 때, 반드시 좋은 점을 같이 쓰도록 합니다. 나쁜 점만 있으면 사기를 꺾기 때문이죠. 첨삭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저는 어떤 글이든 맞춤법, 띄어쓰기, 비문의 오류를 제외하고 나면 ‘이게 좋은 글이야’라고 절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통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생각하는데 그것을 뒤집는 글도 충분히 좋을 수 있거든요. 그 시도를 막아서는 안됩니다. 시도가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건 독자들이 결정하겠죠. 비문을 고치는 것 또한 고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은데 교수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하나죠. 그런 여러 가능성을 열어주지 못하는 것이 일단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첨삭을 하지 않습니다. 

기자: 저서에서 남의 글을 참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러다보면 자신의 생각인지 타인의 생각인지 모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글을 참고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상원: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충분히 자기 생각을 한 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찾아보면서 접합을 시켜보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타인의 글을 참고해서 글을 쓰는 것을 <주제 에세이>에서만 요구합니다. <주제 에세이>라는 가장 큰 글, 특정 주제를 가지고 설득하는 글에서 혼자만의 생각으로 글을 쓰면 굉장히 큰 발전의 기회를 포기하는 겁니다.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혼자서만 생각하는 것은 폭넓은 결론에 이르지 못하거든요. 말씀하신 위험은 분명히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성장시킬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쓰는 리포트나 졸업논문에서 모두 참고문헌을 요구하는 것이죠. 

기자: 강준만 교수님께서는 대학생 시절 글쓰기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셨나요?

강준만: 글쓰기는 독서와 분리할 수 없습니다. 독서를 거의 하지 않던 사람이 글쓰기를 잘할 수는 없다고 봐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하나의 글쓰기 공부이지요. 전 독서를 하는 것으로 글쓰기 공부를 대신했다고 봐요.

기자: 또 다작을 하시는 것으로 유명하신데, 글을 쓰실 때 주제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강준만: 매일 신문을 볼 때마다 글쓰기 주제들을 챙겨두죠. 일상적인 삶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주제로 삼을 때도 있습니다.

기자: 글쓰기가 학생들의 고민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상원: 우선 글쓰기를 통해 상황을 정리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윤일병 사태’ 같은 경우 상황을 보면서도 제 생각이 잘 정리가 되지 않죠. 이렇듯 무엇이 잘못이고 누가 죄인인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럴 때 한 번 글을 써서 정리해보면, 운이 좋을 경우 자신의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글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살아가는데 좌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나는 이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글을 쓰지 않고 그냥 생각하거나 친구들과 얘기를 할 때는 꼬리에 꼬리를 물 뿐 어떤 방향성이 나오지 않아요. 글쓰기의 가장 큰 힘이 바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이걸 꼭 해야 될까’라는 회의감이 들 때, 생각을 좀 정리하는 글을 써보면 자기소개서의 회의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럴 때 어떤 것이 도움이 될까요?

이상원: 연암 박지원이 남긴 글 중에서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 한 책들이 몇 권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남을 가렵게 하고 아프지 않게 하는 글은 무슨 소용이냐. 그냥 데면데면히 쓴 글은 종이와 묵을 낭비할 뿐이다’라는 말이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아직 그런 것이 두렵지만요.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 삶 자체도 많은 고민거리를 제공하고 삶의 길을 헤매게 만들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때 글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세상을 찬찬히 살펴본다면 이 교수의 말처럼 삶의 좌표를 얻을 수도 있고, 강 교수의 말처럼 타인의 평가에 지레 겁먹고 시도를 않는 것에서 탈피할 수도 있다. 타인에게 자신의 글을 보이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장 큰 관심분야에서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글쓰기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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