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상하고 그렇게도 위대한

베로니카, 그녀는 자신의 치맛자락으로 상처 입은 예수의 聖面을 간절하게 씻었는데 나중

살펴보니 거기에 주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하지.

알시옹, 그 새는 바다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어 

새끼가 나올 때까지 파도를 잠재운다고 하지.

불면 한없이 날 것 같다가도 금방 스러지는 비눗방울처럼 이해할 수 없는 무상함과

  금방 스러질 비눗방울의 영롱함에 취해 자꾸만 불어대는 아이처럼 이해할 순 없지만 가장 중요한 위대함으로

  

물이 말라버린 강의 진흙바닥에서 기어 나와 어떡해서라도 숨을 쉬려고 안간힘을 쓰며,

없는 허파가 생기기를 기다렸던 물고기의 처절하지만, 처절하지만 웅대한 바둥거림으로 

선사시대, 최초의 파충류가 탄생했다고 하지.   

그렇다면 시골 읍내의 팔십 살도 넘긴 공무원 퇴물들이

실오라기만한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놓지 않으려고 

젊은 새 군수가 당선될 때마다 영감님 어쩌고 하며 온갖 축하전화질을 해대는 것처럼

그렇게 무상한 일을 우리는

그렇게 가장 중요한 위대함으로 여기며 살 일이겠는가.

고재종 시인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사람의 등불>, <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쪽빛 문장> 등이 있음. 신동엽창작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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