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지도교수와의 상담을 학칙과 규정상 의무화하고 있다. 대학교육이 위기를 맞이했다는 말이 더 이상 낯설게 들리지 않는 오늘날 이 제도는 불가피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학생과 교수 사회에서 이 제도에 대한 다양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성인이 다 된 학생들이 강의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 되지 학칙으로까지 규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혹은 이 제도가 형식적으로 교수와 얼굴 한 번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들린다. 사실 이전에도 지도교수 제도는 있었고 나름대로 상담과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갈수록 학생들의 학습과 진로, 대학생활의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문과 인생의 선배로서 교수의 상담과 지도는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취업용 스펙 쌓기라는 정해진 길로 내달리기 바쁜 학생들에게 상담제도는 대학교육의 기본 정신과 방향을 가다듬을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의 기회로 작동되어야 한다. 학업과 진로 모든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많이 주어질수록 학생은 보다 학생답게 성장할 수 있다.

상담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의 진정 어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교수는 의무라기보다 교육의 도덕적 책무라는 자율적인 의식을 가지고 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학생에게 배분해야 한다. 대학에서 교수의 관심과 배려보다 학생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자양분은 결코 없다. 반면 학생은 대학에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교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때로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지도교수를 찾아가 상담을 신청하고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해야 한다. 상담교수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교수 자신이 아니라 학생이다. 교수가 마음에 드니 안 드니 하는 분별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그래도 대학에서 믿을 ‘자’는 결국 교수뿐이다. 그렇게 믿는 것이 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용하다. 다행히 우리 대학 교수들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여러모로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학생과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분투해야 한다.

지도교수 상담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학 본부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은 더 막중하다. 제도를 만들어 놓고 그저 방치해서는 결코 그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 ‘상담교수제 운영위원회’는 매학기 상담 실적이나 보고받고 실적성 통계를 만드는 것에 머물지 말고 상담의 내용과 경향을 분석하여 잘되고 있으면 잘되고 있는 이유를, 잘 안 되고 있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또 그 추세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보고하고 구성원의 토론과 연구를 통해 우리 대학 상황에 적합한 학생 상담의 원리와 방법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자율적으로 상담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경우 학생과 교수의 개별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이 제도가 머지않아 번거로운 형식적 행정 절차로 전락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어떤 제도든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없이는 좋은 결과를 거두기 힘들다. 의무화된 상담제는 교수와 학생에게 여러모로 꽤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학교육의 환경이 날로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교수와 학생의 분투노력이 없다면 어떤 좋은 제도라도 성공하기 힘들다. 우리 대학의 대화와 소통 능력이 향상 발전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더욱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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