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의 광고인으로 계명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간판을 만들다 뉴욕으로 건너간 지 2년만에 세계의 유명 광고제를 휩쓸며 ‘광고천재’라는 별명을 얻은 이제석 씨. 그는 여러 유명 광고제에 도전했지만, 한국의 학벌주의와 낮은 기회성에 실망하여 뉴욕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여기 대구에서 시작하여 활동을 현재 진행 중인 대구·경북의 유일한 광고 연구소가 있다. 바로 ‘빅아이디어 연구소(BIG IDEA LAB)’다. 기본적으로 대구를 지키겠다는 일념 아래 대구를 기반으로 꾸준히 광고 연구와 실제 광고를 하는 빅아이디어 연구소의 소장 김종섭(33) 씨는 현재 연구원 3명과 함께 ‘행동을 위한 광고’를 연구하고 있다●

“의뢰는 주로 서울에서 들어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구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제 고향에 있으면서 다른 곳을 서포트 하고 싶지, 다른 곳에서 일하면서 대구는 잠깐 왔다 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남들 다 가는 서울, 별로 재미도 없을 것 같고…”

김종섭 소장(이하 김 소장)은 대구 출신 유학파 광고쟁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미국 유학 이후 고향에 대한 향수와 동시에 애착이 생겼다. 미국에서 카피라이터 공부를 하고 들어와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던 와중에 2009년에 인연이 닿아 지인과 함께 광고 프로젝트를 함께 했었다. 이후 네이버 배너에 DHC 화장품 광고 카피 등을 쓰다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회사를 차려보자는 생각으로 지금의 빅아이디어 연구소를 만들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광고에 콘텐츠, 즉 ‘기발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상업성, 공익성을 모두 포함한 아이디어 위주의 연구소를 차린 것이다. 대구 내에 많은 상업적인 광고 회사 중에서도 진짜 ‘아이디어’를 연구하겠다는 배움의 장터, 콘텐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회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대구에서 광고하는 친구들도 다 서울로 가려고 하는데 유학까지 갔다 온 사람이 왜 굳이 대구에서 일하려고 하느냐고. 그런데 김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김 소장이 생각하는 대구는 ‘가능성이 있는’ 도시다. 인프라, 네트워크적인 면에서 대구는 서울보다 소위 말하는 ‘꿇리지 않는’ 도시란 말이다.

대구에서 본격적인 광고 연구를 시작하다

물론 대구에서의 활동이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대구에서 처음 광고를 시작할 때 당시 상황은 매체회사에서 광고를 모두 공짜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즉, 매체회사에 광고를 의뢰하면 광고 콘텐츠나 뛰어난 아이디어가 배제된 광고를 만들어주곤 했다. 누가 보아도 짧은 시간에 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쉽게 만들어진 광고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따봉~”이라는 광고를 하는 세상 속에서 비유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할 리 없었다. 광고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돈가스집 사장과 광고 계약 체결을 했다가 다음날 바로 계약 파기를 당한 적도 있다. “사장님이 우리 회사에 대해 알아 봤는데 ‘너무 영세하더라, 보잘 것 없더라’라며 계약을 파기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많이 봐주셨으면 했는데 사람들은 뭔가 인증받고,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구요”

그러나 노력하고 연구하는 광고 효과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각종 광고제와 대회를 준비했다. 제11회 매일신문 광고대상에서는 특선을, 부산 국제광고제에서는 크리스털 상을 수상하는 등 이젠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상경력을 갖게 되었다.

김 소장이 뽑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자신 있는 작품은 ‘박스 줍는 노인’과 ‘타이레놀’ 광고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을 모티브로 동네에 돌아다니면서 박스를 줍는 할머니와 연계했다. 타이레놀 광고는 광고 이미지를 통해서 보는 이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 광고를 만들었다. 모두 자신의 순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광고다.

돈 없어도 광고 공부 할 수 있는‘빅아이디어 아카데미’

빅아이디어 연구소는 대구의 유일한 광고연구소인 만큼 광고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 뛰어나진 않더라도 광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빅아이디어 아카데미’는 빅아이디어 연구소의 제2의 심장이다. 돈 없어도 광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광고제에 출품할 때 필요한 금액을 일정부분 지원해주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는 먼저 아이디어를 보고, 피드백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매달 주제를 정해서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직접 발표를 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대구 도시철도 2호선에 스마트폰 기도문 광고를 게시하기도 했다. 기도문 광고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익광고로 ‘스마트폰이 현대인에게 신앙이 되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김 소장은 ‘광고 작품 하나를 만드는 시간은 총 얼마나 되느냐’라는 뻔한 질문에 “굳이 따지자면 한 살 때부터 지금까지라고 말할 수 있죠”라고 답했다. 김 소장은 광고라는 것이 예전에 겪었던 경험이나 지식이 무의식 속에서 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식과 경험의 축적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바로 광고라는 것. 최근 광고의 추세는 많이 변하고 있다. 연구소의 앞으로의 목표는 남다르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광고의 역할이라면 이젠 생각을 바꾸는 것을 넘어 행동까지 바꾸는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기희경 기자/khk13@knu.ac.kr

작지만 매운 고추,

빅아이디어 아카데미

빅아이디어 아카데미는 최근 NGO 단체인 월드비젼(World Vision)의 광고를 맡았다. 광고의 주된 내용은 월드비젼에 기부를 함으로 인해 행복을 전파하는 것이다. 기부가 진짜 그 아이에게 갈까라는 신뢰성의 문제, 기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을 광고의 중요 포인트로 삼는다. 아직 광고에 대해서는 아마추어이지만 광고에 임하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빅아이디어 아카데미는 총 6명으로 문성창(24), 박현재(25), 박주현(23), 최지수(22), 장정윤(24), 이소은(25) 씨로 구성되어 있다.

매주 금요일 5시에 열리는 아카데미 수업은 매우 자유롭다. 각자 아이디어를 칠판에 적어 직접 설명하는 형식이다. 김 소장은 ‘진공청소기 카피 20개 써오기’, ‘자기 이름 100가지로 표현해보기’ 등의 독특한 과제를 내주기도 한다. 다른 곳에선 하지 않지만 이런 과제를 통해 짧은 시간에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9월 한 달 동안의 수업은 월드비전에서 의뢰한 ‘후원’을 주제로 각자 아이디어를 냈다. 먼저 캐시슬라이드 앱*을 통해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 년에 만원 정도 후원하자는 아이디어가 발표됐다. 이어서 ‘give and take’를 발음하는 것을 ‘기부, 행복을 테이크아웃하다’라는 카피 문구로 승화시킨 아이디어 사례가 발표되고 김 소장은 ‘다소 오글거린다’는 말을 내뱉었다. 항상 신선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습관 탓인지 모두 식상한 아이디어에는 고개를 젓는다.

아카데미에 지원하게 된 계기를 묻는 물음에 박주현(23) 씨는 “광고를 좋아하는 데 광고를 대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무료로 지원까지 해주는 곳이 서울만큼 없다. 광고는 하고 싶은데 서울까지 갈 수는 없고 찾다 보니 소장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답했다.

또한 아카데미를 통해 좋았던 점에 대해서 장정윤(24) 씨는 “스마트폰 기도문 광고가 범어네거리 전광판이나 지하철에 게시되면서 부모님께 신뢰감을 드릴 수 있는 점이 좋다”고 한다. 

그들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혼자 있으면 묻히는 아이디어를 아카데미를 통해 보완하면서 ‘현실성’이라는 살을 붙이게 되면, 좀 더 좋은 결과물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서울이든 대구든 매체에 따른 광고의 성격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광고에 지역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실력으로 승부할 것이라는 포부를 내세웠다. 그들은 아카데미 안에서 짧은 시간에 짧은 말로도 임팩트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배워나가고 있다. 상업광고와 공익광고의 차이를 묻는 대답에 자신이 하고 싶은 광고는 상업과 공익의 구분을 떠나 사람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진심 어린 광고라고 외치는 그들에게 대중의 공감을 넘어 행동할 수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기희경 기자/khk13@knu.ac.kr

이유미 기자/lym14@knu.ac.kr

일러스트: 강나래 기자/knr12@knu.ac.kr

*캐시슬라이드 앱: 스마트폰 잠금해제하면 간헐적으로 포인트를 쌓을 수 있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앱

▲밀레의 ‘이삭 줍는 노인’을 모티브로한 ‘박스 줍는 노인’

▲‘아이디어와 피 튀기게 싸우자’라는

결의를 보여주는 김종섭 소장

▲‘하늘에 계신 스마트폰이시여 우리의 멍청함을 사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대구 도시철도 2호선에 게시된 스마트폰 기도문 광고

▲자유로운 아카데미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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