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생애 대부분을 보냈고, 슈베르트가 태어났으며, 요한 슈트라우스가 감미로운 빈의 왈츠를 작곡했던 곳. 바로 아름다운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이다. 본교 졸업 후, 오스트리아 빈 시립음대에 입학한 지 두 달 만에 ‘16th Euterpe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에서 2위에 입상한 학생이 있다. 경북대 출신으로 세계적인 학교 학생들과 나란히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최혜리(예대 음악 09) 씨를 만나봤다. 

피아노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고?

부모님의 반대로 피아노를 늦게 시작했다.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늦은 편이다. 늦게 시작해서 좋은 점은 실력이 향상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더 열정적으로 재밌게 했다. 반대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시켜서 음악을 한 친구들은 초심을 잃거나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해 힘들어 했다. 그러니 늦게 시작했다고 열등감을 느끼지 말자. 나도 처음에 예고에 입학한 후 이미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 조바심을 냈다. 하지만 점차 실력이 늘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자신감도 생겼다.

우리나라와 오스트리아의 음대 교육은 어떤 차이가 있나?

음대 교육 커리큘럼 자체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음대에서는 교양수업이 많다. 음대생이라도 한국사, 수리적 이해 등 교양수업을 들어야 한다. 반면에 빈 음대는 음악 관련 수업이 대부분이다. 이런 교양수업이 음대생들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다 도움이 되더라. 대신에 내가 음악적인 부분에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 부족한 게 많았다. 빈에서는 한국에서 하는 것 이상의 실기 수업을 해 따라가기 벅찰 수 있다. 학생들이 한 학기에 습득하는 곡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곡을 연습하는 것이 지겹지는 않나?

영어 단어는 한 번 외우면 나중에 써 먹을 수 있지 않나. 그런데 피아노는 한 번 연습한다고 해서 한 달 뒤에 그대로 칠 수 없다. 그래서 매일매일 똑같은 곡을 연습해야 한다.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손이 굳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실력이 저하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음대생들이 거기에 회의감을 느끼고 슬럼프에 빠지는 것 같다.  

대회에서 긴장해서 실수하지는 않나?

많다. 정말 안타까운 게 1초의 실수이지 않나. 패닉에 빠져 악보를 잊어버린다거나 손을 건반에서 떼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그런 경험 역시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나는 긴장할 것을 대비해서 연습할 때 감각에만 의지하지 않고 머리로도 익히려고 한다. 심한 긴장이 오면 내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갑자기 몸이 떨리거나 쥐가 날 수도 있다. 미리 머리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악보를 암기해놓으면 좀 낫다. 그리고 평가받는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만드는 소리를 청중에게 전달해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면 한결 편안해진다.

서울이 아닌 본교 음대에 입학하게 된 이유는?

나도 고교시절에 대학은 서울로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우리 대학교는 교직이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교육 분야에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고향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대구에는 좋은 환경의 무대가 많지만 정작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반면에 외국은 이웃과 함께 가볍고 편안하게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하우스 콘서트 같이 작은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대구에서 그런 공연이 많이 활성화 됐으면 한다. 사람들이 작은 연주회를 자주 접하게 되면 부담 없이 연주회를 찾게 되지 않을까. 

자신감을 얻는 비법이 있나?

비엔나에는 피아노를 잘 치는 친구들이 많아 스스로가 하찮게 느껴졌다. 나는 안되겠다 싶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한창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합창단에서 반주를 잠깐 맡았다. 별일 아니었지만 내 연주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때부터 정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도 예전에는 메이저 콩쿠르, 명문대 입학만 생각하고 자괴감을 느꼈다. 하지만 다들 각자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메이저 콩쿠르 수상과 명문대 입학을 꿈으로 하다가는 다 지치지 않겠나. 자기 자신을 혹사시킬 필요는 없다 둘러보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사진: 김영빈 기자/kyb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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