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괜찮아 사랑이야’가 인기리에 종방되었다. 드라마에서 배우들은 ‘섹스’와 같이 성과 관련된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해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성욕의 생물학적 매커니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 하고 있다. 이에 지금부터 우리가 왜 성욕을 느끼고 사랑을 하는지 호르몬의 매커니즘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인간의 성과 생식 

우선 성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성욕은 식욕, 수면욕처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에 필수적인 욕구이다. 성욕은 생물학적으로 이성과 접촉하고 싶어하는 욕구이고 넓게는 자손을 번식하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인간이 자손을 남기려는 이유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인간의 몸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자손을 남김으로써 유전자를 전달하고 종을 보전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성욕의 최종목표는 생식이라고 할 수 있다. 생식은 생물개체가 자기와 같은 종류의 새로운 개체를 생산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생식에는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이 있다. 무성생식은 암수 개체가 필요없이 한 개체가 단독으로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만들어내는 생식방법이다. 자손을 생산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환경이 급변할 경우 종 유지에 불리하다. 이에 반해 인간은 유성생식을 통해 동종 구성원 간의 유전적 다양성을 증가시킨다. 성관계를 통해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면 부계와 모계에서 유전자가 전달되고 이 과정을 통해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된다. 간혹 이런 과정 중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다양성이 더 증가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은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고 종을 보존 할 수 있었다. 

인간의 독특한 성 전략

인간의 성과 성욕은 일반적인 동물들과 다르다. 일반적인 동물들은 발정기와 같은 특별한 시기에만 교미를 한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침팬지 계열의 일부는 발정기에 한정되지 않고 교미를 즐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손 번식이 불가능한 신체 상황일지라도 이들은 성관계를 가진다. 여기서 인간에게는 성관계가 단순한 종족번식의 기능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보통의 동물들과 달리 얼굴을 마주보는 체위를 가지고 있다. 성행위에서 정서적인 요소를 중요시 여기는 인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남과 여는 서로 다른 성 전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반영되었다는 가설도 있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남성이 여성의 외부 생식기를 보고 임신이 가능한 지 파악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임신 가능 여부는 여성으로 하여금 임신 가능 여부와 상관없는 남성의 구애와 보호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성호르몬

사람이 성욕을 느끼고 성관계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성호르몬이다. 성호르몬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성호르몬은 호르몬의 일종이다. 호르몬 중에서 생식선에서 분비되어 생식기의 발육을 촉진시키고 그 기능을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성호르몬이라고 한다. 생리학적으로 성욕의 중추는 간뇌의 일부분인 시상하부에 있다. 시상하부에서 혈액 속의 성호르몬 농도를 감지하여 대뇌가 이를 성욕으로 받아들인다.

대표적인 성 호르몬들에 대해 알아보면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여성의 경우 여포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 여포가 터져서 만들어지는 황체에서 나오는 프로게스테론 등이 있다. 이들은 성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여성의 경우 임신 준비와 유지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호르몬은 또한 성욕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녀 모두에서 성욕의 증감에 관련이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면 남녀에 상관없이 성욕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역시 성욕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사랑호르몬’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호르몬의 분비는 성욕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행복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며 ‘사랑’과도 많은 관련이 있다.

성욕의 남녀 차이와 성적 반응과정

성욕은 개인에 따라서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자신의 이전 성욕과 비교하여 성욕이 증가하였는지 감소하였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남녀 공통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 분비량이 감소하게 되고 성호르몬의 양도 줄어들게 되어 성욕도 같이 감소한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성욕 차이는 존재한다. 성욕을 느낄 때는 모든 감각이 작용하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시각적 자극에 민감하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출산 후나 자궁 수술 후, 임신 중에는 성욕이 감소한다. 또한, 폐경기에도 성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성욕이 감소한다. 또한 스트레스,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도 성욕이 감소 할 수 있다. 

성적 반응의 과정에서도 남녀 차이가 나타난다. 성적 반응은 성적 흥분기, 고조기, 극치기, 해소기 순으로 나타난다. 성관계는 고조기 단계에서 일어난다. 해소기는 극치기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신체가 자극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극치기에 도달한 이후 도파민의 분비가 줄어들고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하여 쉽게 잠을 잔다. 여성도 동일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지만 옥시토신의 분비가 증가하는 차이점이 있다. 옥시토신은 일반적으로 자궁 수축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분만 후 아이를 기르는 데도 필요한 호르몬이다. 여성의 몸에서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될 경우 아이를 돌보는 등의 사회적 활동이 증가하게 되고, 성관계를 가진 후에도 남성에 비해 잠에 바로 들지 않고 정신이 멀쩡하게 된다. 물론 개인차는 존재한다.

사랑과 성욕은 같은 것일까?

사랑을 하면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랑과 성욕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며 필요충분조건 또한 아니다. 사랑과 성욕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사랑이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지 알아보자. 사랑은 쾌락신경계의 작용이다. 이것은 뇌 중앙부에 있는 즐거움 회로가 작동하게 만들어준다. 사랑의 각 단계마다 뇌에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옥시토신 등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상대에게 호감을 느낄 때 분비된다. 노르에피네프린의 경우 마약인 필로폰과 화학 구조가 유사하다.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 천연각성제 역할을 해서 이성적으로 제어하기 힘든 행복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뇌에서 도파민의 수치가 증가하면 성호르몬 중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이후 사랑이 더 돈독해지는 과정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작용한다. 옥시토신은 일반적으로 자궁을 수축시키는 역할만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호르몬은 어머니와 아이의 유대관계를 증가시키는 작용도 한다. 

이 옥시토신은 남녀간의 관계에도 작용하게 된다. 성행위의 절정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된 이후에는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하며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이 엔도르핀의 효과로 성관계에 의한 통증은 없어지고 기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여성의 경우 최고 흥분기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한다. 이 노르에피네프린은 시상하부의 뇌하수체를 자극하고 배란을 촉진하는 황체형성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이후 난소에서 난자가 배란되고 이 난자가 정자와 만날 경우 수정란이 된다. 이처럼 사랑에서부터 성관계까지 다양한 호르몬이 작용하고 사랑과 성욕을 나타내는 호르몬이 유사하게 나타난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남자들은 왜 그렇게 여자랑 자는 거를 밝히냐는 질문에 남자주인공은 “본능 플러스 사랑”이라고 대답한다. 사랑의 목표가 정서적 결합이라면 본능의 목표는 육체적 결합이다.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에게 강요만 한다면 범죄가 된다. 드라마에서처럼 서로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바탕이 된 사랑과 성관계가 바람직하다.

참고자료: 『우리 몸 사전』(최현석 저), 

      『인간의 모든 감정』(최현석 저), 『성의 기원』(김학현 저)     

자문: 황의욱 교수(사범대 생물교육)

여포: 난소 조직에 있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 집합체로 난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배란 후 황체로 변화함.

황체: 동물 난소의 여포 속에서 난자가

나온 후, 남은 여포 부분이 발달해서

만들어지는 일시적인 덩어리.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해수'와 '재열'이 키스하는 장면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두 남녀가 처음으로 잠자리를 가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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