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방학에 본교에서 추진한 ‘나라 사랑 독도 사랑 국토 탐방’ 프로그램에 사진기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경북대 외에 부산대, 전남대 학생들도 독도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또, 대구 KBS의 한 카메라 감독이 동행했는데 독도 관련 다큐에 사용할 영상을 위해서였다. 방송용 카메라를 구경하는 것이 신기했던 나는 카메라 감독을 보며 기기는 다르지만 촬영 스킬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피사체를 담는 사람들은 대부분 역동적이고 활기찬 모습을 좋아한다. 나도, 그 카메라 감독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서 역동적인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프로그램 자체가 내용이 없고 지루했다는 게 아니라 실내에 앉아서 같은 조가 된 학생들끼리 담소를 나누거나 장소 이동을 위해 차 안에 있는 등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그 곳에서 ‘방송용’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조원들이 둘러앉아 구호를 만들 때 카메라 감독은 구호를 행동과 함께 크게 외쳐달라고 말했다. 그걸 보고 카메라를 의식하는 몇몇 학생들은 일부러 과장된 리액션을 하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기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독도를 직접 눈으로 본 감동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겉으로 표가 나지 않은 것 뿐, 카메라 감독이 감정을 밖으로 끌어내 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있는 모습 그대로를 찍겠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 동안 유도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울릉도 성인봉을 등산하는 날도 학생들이 하산하는 아래에서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성인봉은 등산길이라도 경사가 심하고 험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서로 잡아주며 내려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시간동안은 손을 잡아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 모습을 찍지 못했다. 또 자연스럽게 좋은 모습을 찍어 보이겠다는 내 자존심이 지켜지지 않아 속상했다.

평소 보도 사진을 찍을 때나 기획 사진을 찍을 때 나름의 내추럴리즘을 추구해 오던 나에게 그 사건은 큰 고민을 던져주었다. 여태까지 찍어왔던 사진은 연출이라는 단어는 생각도 안하고 찍었는데,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있음직한 상황을 기자가 연출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대동제를 취재하면서 나도 그런 행동을 했다. 시간은 없는데 미리 생각했던 상황이 나오지 않아, 예컨대 복현가요제 참가자가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찍고 싶은데 참가자들이 예상외로 편안해 보였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면서 “긴장되지 않으세요?”라고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사람들은 눈치껏 긴장을 해줬다.

하지만 그 사진들이 만족스럽지 못해 현장에 더 머물러 있었을 때 정말로 긴장하고 있는 참가자들을 발견했다. 그 참가자들은 바로 다음 무대의 순서로, 사진을 찍는 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장한 듯 했다. 그 사진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사진은 조급해 하지 않고 현장에서 항상 예의주시 하고 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내 믿음을 지켜준 고마운 사진이다. 참고로 그 사진은 이번 호 사진기획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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