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연간 7kg씩 먹어치우는 마늘, 마늘의 본고장 의성에 가보자. 의성에 가는 기분을 한껏 부리고 싶다면, 인터넷으로 ‘의성흑마늘빵’을 주문해 미리 준비해가자. 빵과 함께 팥앙금 또는 커스타드를 목 뒤로 넘기고 나면 반죽에 들어간 흑마늘 향이 입안에 은은히 머무른다.

맥도날드보다 먼저 우리나라에 발을 들인 버거 집을 아는가? 바로 ‘달라스버거’이다. 이제 두세 곳밖에 남지 않은 그곳에 발을 들여 보자. 누렇게 바랜 메뉴판부터 챔프 만화책, 자질구레한 장식품까지 남아 있다. 할머니께서 버거를 만드시는데, 그동안 식탁 유리 속 오랜 손님들이 남긴 쪽지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5년 만에 왔는데 계속 장사를 하고 계시다니 정말 놀랍다. 전에 없던 아이들과 같이 오니 감회가 새롭네’ 라 적힌 쪽지를 보면 가게의 역사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출출한 배를 채우고 나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자. 

의성엔 버스가 별로 없기 때문에 노선표를 꼭 확인하자. 그곳에서 만난 할머니들을 따라 버스에 올라타 안내를 받으며 ‘빙계계곡’으로 갔다. 중간에 조문국박물관이 있었는데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들러보는 것도 좋다.

버스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쭉 20분 정도 더 걸어야 한다. 하지만 연두색 빛의 밭과 풀, 꽃들을 본다면 저절로 힘이 난다. 사진으로 찍어도 정말 예쁘다. 날파리만 빼면 말이다. 계곡물이 보이기 시작하니 슈퍼와 자두 공장도 보인다. 자두 공장 아저씨와 눈이 한 번 마주치면 흔쾌히 자두를 얻어먹을 수 있다. ‘자기는 따지도 않으면서 막 준다.’며 아저씨를 욕하는 할머니의 말에 뜨끔해서 너무 미안해하지 마라. 말은 그렇게 해도 갈 때는 판매용으로 딴 실한 자두를 몇 개 더 챙겨주시니 말이다. 의성의 또 다른 명물인 자두는 시지도 않고 달다.

‘빙계군립공원’ 입구에 다다르면 녹아내린 듯한 기둥과 바위 ‘용추’, 깔끔한 ‘빙계서원’을 볼 수 있다. 어디선가 스산한 기운이 나를 감싼다. 바로 계곡에 있는 거대한 바위에서 나오는 찬 기운이다. 산 쪽으로 붙어 간다면 곳곳에 드러난 바위들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풍혈’이다. 성인 한 명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풍혈’도 있는데 에어컨과는 달리 발밑에서 서늘한 공기를 끊임없이 뿜어내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조금 더 올라가면 ‘의성빙산사지 오층석탑’과 작은 돌들을 쌓은 더미를 볼 수 있는데 살포시 돌을 올려놓고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다. 또한 얼음이 어는 ‘빙혈’도 있다. 

다시 슈퍼에 도착했을 땐 비가 매섭게 땅을 쳐댔다. 그런데 버스는 이미 떠나고 몇 시간 동안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도로 가로 나가자. ‘장화신은 고양이’만큼은 아니어도 안타까운 눈으로 차들을 보거나 손을 내민다면 의성 주민들의 따뜻한 호의를 받을 수 있다. 

이제 의성의 명물을 맛보러 가자. 의성 시내에서 내리면 의성마늘을 사료에 섞어 키운 한우직영점을 찾을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부위를 골라 계산하면 가게 안으로 들어가 직접 구워먹을 수 있다. 사장님이 미숙한 우릴 위해 직접 숯불에 구워주셨다. 마늘을 먹은 소는 숯불에 선탠을 하고나서 살짝 녹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입속으로 스며들었다. 수입소의 질김에 익숙해 져있는 이는 이제 한우를 먹을 때 이빨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의성 마늘은 맵고 의성 고추도 맵다. 날씨와 음식은 다 매웠지만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높은 건물과 화려한 거리가 있는 으리으리한 곳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따뜻한 호의를 느낄 수 있는 우리우리한 의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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