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롯데월드,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 잠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단어가 된 ‘싱크홀’. 이에 관한 기사는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고 있다. 싱크홀은 사전적 의미로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긴 움푹 패인 웅덩이를 말하는데 최근 발생하는 싱크홀은 단순한 암석 용해와 동굴 붕괴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당신은 싱크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지난 6월 29일 서울 방이동에서 발견된 싱크홀을 시작으로 8월 21일까지 잠실지역에서만 7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서울뿐 아니라 현재 제천, 군산 그리고 대구 등 전국적으로 싱크홀이 확산되고 있다. 싱크홀은 원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데,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땅 속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긴 움푹 패인 웅덩이를 말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거나 지하수를 지나치게 많이 끌어다 씀으로써 지하수의 수면이 내려가는 경우, 동굴이 지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되기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깔때기 모양 혹은 원통 모양을 이룬다. 석회암과 같이 용해도가 높은 암석이 분포하는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하는 싱크홀은 이런 자연적 재해와는 거리가 있다. 각종 언론 매체와 연구기관들이 원인을 건설 안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보고 있다. 본교 이상호 교수(농생대 농업토목)는 이번 싱크홀 발생이 건설 안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에 대해 “터널 굴착과정에서 피압대수층을 건드려 지하수위에 변동이 일어나면 지반이 내려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통은 가뭄 때에 지하수를 빈번하게 퍼 올리게 되는데, 그러면 피압대수층에 빈 공간이 생긴다. 피압대수층이란 불투수층(점토, 암반) 사이에 물이 가득 차있는 층을 말한다. 피압대수층은 물의 수압으로 견딘다. 대수층은 수압으로 상부구조를 버티고 있는데, 물이 빠져나가면 동공이 생기게 된다. 수압으로 버티고 있던 지반이 무너져서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발생한 싱크홀? 지반침하!

최근 한 달이내 대구에서는 3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 8월 7일 신남역 부근에서 싱크홀이 발견됐다. 같은 달 25일 수성구 황금동 동대구 농협 황금지점 앞 도로에, 그리고 얼마 전인 9월 9일 달서구 월성동 3차선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견됐다. 연이어 발생한 싱크홀로 대구시도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 이달부터 국토교통공사와 지자체가 함께 굴착공사 현장을 전면 점검하고 있다. 이 점검은 공사현장에서 석촌 지하차도와 같은 공사 중 싱크홀이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차원의 점검이다. 대구에서 발생한 싱크홀 현상과 싱크홀 발생 당시 시의 대처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자 본지는 지난 8월 25일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최초 목격자이자 신고자인 인근 상가의 주차 관리원 김승남 씨의 말을 들어봤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2년 전 지난달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에서 1m 남짓 떨어진 곳에 싱크홀이 생겼었다. “얼마 전에 생겼던 싱크홀과 비슷한 크기로 구멍이 난 것은 아니고 오목하게 볼모양처럼 동그랗게 옴폭하게 파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바로 구청에 신고를 했으나 구청의 대처는 단순했다. 김 씨는 “구청에서 도로 담당하는 사람이 와서는 거기를 파보지도 않고 단지 아스팔트만 얹어서 메워놓고 갔다”며 당시 구청의 대처를 회상했다. 하지만 다음날 김 씨가 출근을 해보니 전날 메워놓았던 곳이 아래로 꺼져 구멍이 뚫려 있었다. 김 씨는 “구멍을 들여다보니까 밑으로 아무것도 없었다”며 다시 구청에 신고했다. 그제서야 제대로 된 조사와 복구가 이루어졌다. 이후로 안전할줄만 알았던 도로에 다시 그때와 같이 패인 곳이 나타났다. 싱크홀이 다시 생겨난 것이다. 김씨는 “2년 전에 그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 생긴 파인 곳이 그때와 같은 현상이라는 것을 알고 바로 구청에 신고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의 대응은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25일 저녁, 김 씨는 공사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퇴근하였으나 다음 날 아침 출근하여 보니 그곳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김 씨는 “10시쯤에 신고를 했는데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2시가 다 돼서 왔다”며 담당 공무원들이 오기 전까지 자신이 교통 통제를 했다고 설명했다. 공사현장에서 김 씨가 본 것은 구멍 아래의 텅 빈 공간이었다. 공사는 싱크홀 근처를 파내고 그곳을 메우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김 씨는 “포크레인으로 파내다가 그 아래 하수관을 터트려버려서 공사가 지연됐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두 개의 싱크홀이 생긴 자리 아래에는 하수도관이 지난다.

대구시는 최근 들어 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구시청 도로업무 담당자는 대구의 싱크홀은 싱크홀이 아닌 지반침하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싱크홀은 석회질 지반이 지하수의 영향으로 녹아 동공이 생기고 그곳에 하중이 가해지면서 땅이 내려앉는 것인데, 대구는 지반 자체가 석회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 현상을 싱크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도로 아래 지하수도의 연결 부위에 문제가 생겨 지하수 물 또는 하수도 물이 지반에 스며들게 돼 토사층에 물길이 생기면서 지반이 유실되고 그로 인해 지반함몰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는 시설물 매설 공사를 하면서 일부분이 잘못이 돼 지반침하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현재 도로 시설물을 관리하는 공단에서 계속적으로 순찰을 하고 있고 한 번씩 정밀 점검을 하고 있다. 담당자는 “기존 도로에서 연장된 도로 중 주요 간선도로, 특히 20m이상 되는 도로를 기점으로 1차 조사를 했다”며 “이 조사에서 지반침하가 우려되는 도로는 다시 전문가를 초빙하여 2차 점검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담당자는 “주로 육안검사를 하며 지반이 조금씩 내려앉았다고 파악되는 지역은 선정하여 시추검사를 할 계획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싱크홀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선 싱크홀이 발생하면 빨리 가서 상황 진단을 해야 한다. 교통피해, 주민, 건물 붕괴 우려 등을 대비해야 한다. 그런 다음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게 지반보수공사를 해야한다. 도로의 패임이 단순한 포트홀인지 싱크홀로 인한 것인지 상황 진단도 없이 그냥 무작정 빈 공간을 아스팔트로 메워선 안 된다. 그럴 경우 앞의 황금동 사례처럼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것은 무언가 원래 그 공간을 채우고 있던 것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길, 즉 토사의 흐름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빈 공간을 아스팔트 등으로 채운다면 싱크홀은 또 다시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 첫 번째로 지반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창용 연구원은 “현재 비파괴탐사로 동공을 탐지하고 있지만, 특히 땅속에 매설물들이 많이 파묻혀 있는 도심지와 같은 경우에는 아래로의 투과가 어려워 동공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라고 하며 “동공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더 필요하다”라고 기술의 한계를 지적했다. 두 번째로 김 연구원은 “건설 안전의 측면에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예방책으로서의 대처방안이 된다. 도심에서 건설 사업을 할 때, 매설물 주변의 흙을 되메울 때 지반을 보호하는 건설 기술이 마련된다면 지금 발생한 싱크홀의 많은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며 마지막으로 “싱크홀 대처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며 “싱크홀이 예상될 때 또는 발생했을 때 정해진 시행지침을 따른다면 싱크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역시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 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외의 싱크홀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의 도심 속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없을까? 지각운동이 매우 활발한 지역의 싱크홀의 크기와 모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예로 2009년, 과테말라시 한가운데에 20층 건물 높이만한 싱크홀이 생겼다. 어마어마한 깊이의 싱크홀은 3층 건물을 눈 깜짝할 새 삼켜버렸다. 당국 정부는 도시 개발로 지하수가 말라 지반이 무너져 내린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앞서 과테말라시는 지난 2007년 4월에도 깊이가 100m나 되는 싱크홀이 생겨 20여 채의 집이 빨려 들어가고, 3명이 사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싱크홀이 항상 재난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바닷속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블루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세계의 잠수부들을 유혹할 만한 경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바하마 부근의 바닷속 ‘딘스블루홀’은 지름 100m, 깊이 202m의 싱크홀이다. 깊을수록 더 짙은 푸른색의 아름다운 빛깔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깊이의 블루홀에 많은 잠수부들이 도전하지만 때로는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싱크홀을 볼 수 없다. 지각운동이 불안정한 환태평양 조산대 위에 위치한 과테말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지반은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로 보인다. 때문에 미리 예측도 가능하다. 이 교수는 “약한 지반 하부에 터널 공사를 할 때는 지반을 보강하면서 공사해야 하는데, 보강을 위해서는 사전 토질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하수와 지질의 조사가 필요한데, 적어도 지하 50~100m층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는 구축해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동공(=공동) :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굴, 싱크홀을 야기시킨다.

포트홀 : 아스팔트 포장의 시 포장 표면에 생기는 국부적인 작은 구멍. 발생 원인은 시공시의 전압의 부족, 혼합물의 품질 불량 외에 배수 구조불량 등이 있다. 보수 방법으로서 불량한 곳만 제거하고 새로운 재료를 보충하거나, 국부 재포장, 배수 불량인 경우는 배수 구조의 개량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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