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를 아주 좋아한다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글쓰기가 쉬워지지 않아.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잘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해도 글을 쉽게 쓴다는 건 기대할 수 없다네.”

- (브라그 주니어에게) 1959년,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글쓰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글쓰기와 관련된 저마다의 어려움은 다양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을 지겹도록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초등학생 때의 일기 쓰기부터 중·고등학생 때의 서술식 시험, 보고서, 자기소개서까지 글쓰기는 우리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요즘은 실용적인 글쓰기가 필수라고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되짚어보는데 중요한 글쓰기, 본교의 글쓰기 교육은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글쓰기 교육, 우린 지금 어디쯤에 있는 걸까 

이번 학기 본교 글쓰기 강의는 총 73개가 개설됐다. ‘인문학 글쓰기’가 인문대, 자율전공부에서 4개, ‘사회과학 글쓰기’가 사회대, 경상대, 자율전공부에 11개 강의가 개설돼 있다. 또한 ‘과학과 기술 글쓰기’는 대구캠퍼스의 자연대, 공대, 농생대, 사범대, IT대, 자율전공부에서 42개의 강의가 개설됐고, 상주캠퍼스의 생태대, 과기대에서 16개의 강의가 개설됐다. 위에서 언급한 글쓰기 과목 외에 본교에 글쓰기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강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본교의 교육과정은 현재 인문사회 계열에서만 글쓰기 영역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교무처 권태균 주무관은  “자연, 예체능 계열도 원래 글쓰기 영역이 필수다”며 하지만 “교육과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연구위원들이 자연, 예체능 계열에서는 필수가 부담이라는 요구가 많아서 개정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본교는 2008년 경북대학교 교육과정 운영 및 이수에 관한 지침 제 4조(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방법)에서 공통교양(영역1)에 글쓰기를 편성하였다. 그리고 2008학년도 신입생부터는 공통교양(영역1)에서 ‘글쓰기’ 영역은 계열별로 지정된 교과목 3학점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2012년 ‘인문사회계열은 실용영어 영역을 제외한 핵심교양 9개의 영역(글쓰기, 수리, 언어와 문학, 사상과 가치, 역사와 문화, 사회와 제도, 자연과 환경, 기초과학, 외국어)에서 글쓰기 영역을 포함하여 5개 이상 영역에서 영역별로 3학점 이상을 이수하여야 한다’고 개정하면서 자연 계열과 예체능 계열에서는 글쓰기 영역이 필수가 아니게 됐다.

현재 본교의 글쓰기 수업은 일주일에 75분, 주 2회의 수업 방식이며, 글쓰기 과목이 계열별로 하나씩 존재하고 심화 과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인문학 글쓰기’ 수업을 맡은 김종현 교수(기초교육원)는 “현재의 방식은 지금 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식이라고 보이지만,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다른 대학에서는 기초과정과 심화과정을 구분하여 개설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본교 글쓰기 강의에 교양으로서의 글쓰기와 전공으로서의 글쓰기가 혼합된 상태라서 가르쳐야 할 내용이 포화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글쓰기와 학생 사이의 밀고 당기기

계열마다 차이는 있지만, 레포트를 제출하거나 서술식 시험을 치르며 글을 쓰는 경험을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겪는다. 학생들의 글쓰기에 대해 이상규 교수(인문대 국어국문)는 “사회에 진출해서 글쓰기를 못한다면 큰 문제가 있을 것” 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본교생들의 글쓰기가 전반적으로 떨어지지만 제도적으로 학생들에게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동언(과학대 나노소재 14) 씨는 “고등학교 때는 글을 덜 쓰는 편이였는데 글쓰기 수업의 과제나 레포트가 전부 글쓰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글쓰기 수업 자체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에 대해 ‘과학과 기술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이원동 교수(기초교육원)는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는 처음 몇 주간 학생들이 제출해야 하는 글의 횟수가 많아서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고 말했으며 ‘인문학 글쓰기’의 김재웅 교수(기초교육원)는 “학생들이 짧은 시간에 주제를 구체화하고 개요를 작성해서 글쓰기를 해야 하는 데 어려움을 갖고 있으며 평소 글쓰기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글쓰기를 상담해주는 ‘글쓰기 도움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쓰기 도움터를 방문한 학생들이 글쓰기 과목에서 배우고 싶은 것이 학과 공부나 취업, 공모전 등 대학 생활이나 취업 활동에 도움이 되는 글쓰기였다. 이원동 교수는 “그와 관련된 과목을 개발해 3, 4학년이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쓰기 수업의 1학년 집중과 수업 방식의 개선될 점

본지는 이번 학기 글쓰기 강의를 하는 7명의 교수에게 수업의 학년 별 균형, 개선돼야 할 점 등 5가지의 질문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글쓰기 강의가 학년 별로 균형있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모든 교수가 ‘커리큘럼 상 1학년에 집중되어 있다’는 의견이었고, 5명의 교수가 ‘심화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이번 학기 운영되지 않는 글쓰기 도움터를 일관성있게 운영해야 한다”며 “3, 4학년들이 글쓰기 도움터를 주로 이용하므로 고학년 학생들에게도 균형있는 글쓰기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김귀원 교수(기초교육원)의 의견이 있었다.

수업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역시 ‘심화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4명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그 밖에 ‘글쓰기 수업 카페나 정보전산원 차원의 관리 시스템과 같은 효율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공불문 필수 이수를 해야 한다’, ‘첨삭조교가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글쓰기는 왜 중요할까

학생들은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이동언(과학대 나노소재 14) 씨는 “대학교에 오니까 글을 쓰는 과제가 많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복현 교지 편집위원장 김승영(인문대 철학 10) 씨는 “교지를 쓰면서도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끼지만 글을 쓰면서 알게 되는 것이 많다”며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게 되므로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본지에서 앞서 진행한 글쓰기에 대한 설문조사의 ‘글쓰기가 대학생에게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항목에서 이원동 교수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입시경쟁으로 인해 자신의 진정한 욕망이 무엇인지 돌보지도 못한 채 대학에 들어오기 때문에 스스로와의 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자신을 이해하게 되면 타인과의 의사소통에도 도움이 되므로 글쓰기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종현 교수는 “먼저 학생 스스로 자기 생각을 만들고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취업 후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이 서류작성이므로 글쓰기가 대학생에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글쓰기 교과 향상을 위한 심포지엄 열려

본교 글쓰기 수업은 교재의 커리큘럼을 따라 이뤄진다. 그만큼 글쓰기 수업에서 교재의 중요성은 크다. ‘과학과 기술 글쓰기’를 강의하는 박효엽 초빙교수는 “현재 글쓰기 강의 커리큘럼이 전형적인 글쓰기 방법론을 따르고 있어 도움이 되지만 학생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가 지나치게 많고 현행 커리큘럼은 흥미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글쓰기 교재를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 19일, 기초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제 6회 글쓰기 교과 심포지엄’이 ‘대학의 글쓰기 교재 내용 구성과 읽기’에 관한 주제로 열렸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는 성균관대, 서강대, 동국대 등 여러 대학의 교수와 각 대학별 교재와 교육을 중심으로 발제 및 질의가 이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김귀원 교수는 “다른 학교 사례를 글쓰기 교재 집필에 반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참여한 본교생 류태민(인문대 국어국문 11) 씨는 “글쓰기 교과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듣다 보니 교수님들의 좋은 말씀이 많았고 글쓰기와 연관 깊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도움을 얻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예산부족으로 문을 닫은 글쓰기 도움터

본교 글로벌 플라자에 위치하여 학생들의 글쓰기 교육 및 상담서비스를 맡아하는 ‘글쓰기 도움터’가 예산부족으로 이번 학기 개소하지 못하고 있다. 글쓰기 도움터를 운영하는 김귀원 교수는 “4학년들이 취업을 앞두고 진학관계로 자기소개서 상담을 주로 맡는데 이번 학기는 ‘교양역량강화사업’으로 운영비를 지원받던 해당 제도가 없어져서 운영하지 못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글쓰기 도움터를 방문하는 3, 4학년생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 학기 300~400명의 3,4학년들이 주로 취업이나 진학 관련 자기소개서 상담을 받는 것으로 이용한다. 이런 현황으로 인해, 도움터를 이용하려던 익명의 졸업생은 “글쓰기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은 첨삭을 받을 수 없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다인(자연대 수학 07) 씨는 "글쓰기 도움터는 인지도가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면서도 “운영하지 않으면 주로 이용하는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쓰기, 부담을 덜고 나아갈 방향

한편, 성균관 대학교의 경우 학부대학에서 ‘의사소통’ 영역은 전공학과와는 분리 운영되어 영역 안에 <창의적 글쓰기>, <학술적 글쓰기>, <스피치와 토론>, <과학기술 글쓰기>등 네 강좌가 개설되어 있으며 신입생은 네 강좌 중 두 강좌를 선택 수강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경희대 교양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신입생이 의무적으로 <나를 위한 글쓰기>, <세계를 위한 글쓰기>등 두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고 있으며 서강대는 글쓰기 이력 관리 프로그램이 존재하여 학생들의 글과 튜터의 피드백 내용을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타 대학의 사례를 참조하여 본교의 글쓰기 수업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원동 교수는 “전국의 글쓰기 교육이 기초과정과 특화과정으로 나누어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사회생활에서 의사소통이나 문화적 대응력이 중요해지는 요즘, 글쓰기 강의가 더 세분화되고 입체적으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와 수준을 고려하지 못하는 수업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4학년이라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여러 사이트나 카페 등 첨삭해주는 곳이 많아서 주로 그 곳을 이용하게 돼요.”

이다인(자연대 수학과 07)

“이과 쪽이다 보니 레포트를 쓸 때 교양수업에서 힘들죠. 생각보다 분량을 늘리기가 힘든 것 같아요.”

김민아(자연대 천문대기과학 13)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글쓰기 수업)성적은 잘 안나왔어요.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나니까 도움이 된다고는 

체감되지 않았어요.” 

박상진(사범대 수학교육과 09)

“대입 수시를 지원할 때도 글쓰기 실력에 좌절해서 자소서 전형을 포기했어요. 글자 수를 맞춰야 한다는 것도 강박관념으로 다가와 글쓰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김판규(IT대 모바일공학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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