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추석’이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땐 명절이 마냥 즐거웠던 것 같다. 맛있는 거 먹고, 또래 친척들을 만나서 노는 게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친척 어른들을 뵙는 게 조금 불편해진 순간이 찾아온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인가. “너 반에서 몇 등 정도 하니?”라는 질문에서 부터였나.

JTBC에서 방영하는 ‘비정상회담’은 11명의 각국 세계 청년 대표를 모아 기성세대의 멘탈을 흔드는 비정상적이고 재기발랄한 세계의 젊은 시선을 보여준다. 한국 청춘들이 봉착한 현실적 문제를 다양한 시선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이탈리아 대표 알베르토가 결혼에 관해 토론을 나누던 가운데 “한국은 너무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 고등학생한테도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고. ‘너 대학 어디 갔니?’, 대학 입학 후에는 ‘취업은 했니?’, 취업 후에는 ‘결혼은 언제 하니?’, 결혼 후에는 ‘아이는 언제 가질거니?’ 등 타인에 대해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국은 결혼 상대가 없는데도 “30살 정도 되면 결혼할 예정이에요”라는 등의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정작 결혼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남들에게 흔히 비춰지는 ‘결혼 적령기’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터키 대표 에네스는 “한국 결혼식은 축의금 계좌번호도 보낸다”며 결혼 문화를 비판하곤 했다.

情과 情이 오가는 나라. 사람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나라. 한국에서의 현실적인 명절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예비 며느리들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명절을 조사한 결과 ‘시부모님 없이 우리끼리 여행하기’가 44%로 가장 높았다. 오죽하면 ‘명절 이혼’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일까. 최근 대법원은 매년 설이나 명절 연휴 직후 이혼율은 최근 5년간 24.1%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설연휴 다음달 접수된 이혼 소송은 3,581건으로, 전달보다 14.5% 증가하는 등 이런 추세가 2009년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1992년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안나 퀸드랜은 ‘가족을 빼고는 쓸만한 소재를 생각할 수 없다. 가족은 다른 모든 사회 영역의 상징이다’라며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 사는 게 늘 좋을 수만은 없지만 평소에 보기 힘든 사람들,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재고 따지면서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추석맞이 친척집에 가기 전에 생각해보자.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마저 사회가 정해주는 기준의 잣대로 평가하려는 것은 아닌지. 사회가 원하는 욕구에 파묻혀 정작 본인이 가지는 중요한 가치를 흔들리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너 반에서 몇 등 정도 하니?”라는 질문보다 “가장 친한 친구는 어떤 친구니?”라는 질문을. “취업은 했니?”보다 “힘내”라는 진심어린 격려의 말을 하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 이외 그들의 내적 정서를 함께 공유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