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학생들 간의 만남은 꼭 캠퍼스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학교에 일어났었던 크고 작은 사건부터 개인의 시시콜콜한 연애상담까지 모든 게시글을 만남으로 따지자면 본교 인터넷 커뮤니티는 우리학교 최대의 만남의 광장이자 토론의 원탁이다.대부분의 대학 커뮤니티는 학생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서울대학교의 학내 최대 정보 포털사이트인 ‘스누라이프’는 1999년 당시 재학 중이던 5명의 대학원생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는 2007년 총학생회의 공약으로 탄생한 후 자유로운 운영을 위해 학생회에서 독립해 운영되고 있다. 부산대학교 커뮤니티인 ‘마이피누’는 2011년에 개설돼 현재 활발한 소통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복현의 소리 2014 본교 역시 ‘복현의 소리(이하 복소)’, ‘경대월드’ 등의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는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본교 홈페이지 내 ‘복소’는 학내 구성원 전부가 이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공식커뮤니티이다. 과거에는 학내의 주요 사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하루 평균 게시글 수가 2~3개에 그쳐 공식 커뮤니티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소에는 단순한 학교 시설에 대한 불만에서부터 민감한 학내사안까지 다양한 주제의 글이 게시된다. 방중인 7월에는 21개의 글이 게시되었지만, 총장선출에 관련된 논란이 가속된 8월에는 2배가 넘는 46개의 글이 게시되었다. 강한나(인문대 국어국문 12) 씨는 “복소는 활발하진 않지만 글을 올릴 때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조심하게 되기 때문에 공식 커뮤니티로서 가지는 공신력이 있는 것 같다”며 “학교 측과 비교적 공식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라고 말했다.한편 변준섭(자연대 화학과 14) 씨는 “복소에 글을 쓸 때는 실명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트집을 잡힐 것 같다”며 “문제를 제기할 때 문제의 당사자를 좁은 캠퍼스에서 마주칠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 쇠퇴, 위기의 경대월드한편 과거 많은 본교생들의 호응을 얻었던 경대월드는 인원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7년에는 하루 950여 명이 찾고, 150여 건의 새 글이 올라올 정도로 활발했던 ‘경대월드’가 쇠퇴의 길로 접어든 이유에 대해 조재경(IT대 컴퓨터공학 10) 씨는 “싸이월드의 쇠퇴로 인해서 경대월드 자체가 점차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조 씨는 “수강신청기간이나 학기 초 등 특정 기간 외에는 신규 유입 인원이 극히 적어지고 운영진들 또한 기존 경대월드의 홍보보다는 앞으로 새롭게 선보이게 될 신설 커뮤니티와의 유기적 통합을 위한 준비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익명게시판 속 비방 문제이러한 여러 구성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교 커뮤니티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커뮤니티로 자리 매김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익명 사용자들의 적절치 못한 인터넷 예절 문화에 있다. 2010년 이후 대부분의 남자 중심 커뮤니티들은 상당수가 디시인사이드 특유의 거칠고 다소 저속하기도 한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에 동조했다. 본교 경대월드 또한 위와 같은 추세를 피해갈 수 없었는데 익명게시판 뿐 아니라 익명을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에도 반말, 욕설, 비방 뿐만 아닌 여성비하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이 속속히 게시됐다. 커뮤니티 상에서 익명성이 초래하는 비방은 위와 같은 개개인의 문제에 멈추지 않고 캠퍼스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연세대학교 커뮤니티 ‘세연넷’의 익명게시판에서는 원주 캠퍼스 학생을 ‘원세대생’이라 표현하고 심하게는 ‘지잡대생’이라고 한다. 지난 2009년 양 캠퍼스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함께 사용하는 것에 불만이 거세지면서 ‘세연넷’은 신촌캠퍼스 학생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양 캠간의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본교 경대월드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커뮤니티 내에서 상주캠퍼스가 언급되기 무섭게 상주캠퍼스 재학생들을 ‘곶감냄새, 상캠벌레’ 등으로 비하하는 댓글들이 게시된다. 또한 최근 불거진 상주캠퍼스 구조조정에 관련한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대구로 통합되는 상주캠퍼스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과 캠퍼스 재학생 전원에게 무분별한 비난과 수위 높은 욕설이 동반되기도 한다. 상주캠퍼스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전 학기 초까지는 경대월드나 디시인사이드 경북대 갤러리 등 커뮤니티 이용을 많이 했는데 상주캠퍼스 학생이라는 이유로 욕을 먹거나 특정 사건이 있을 때 상주캠 학생들이 단체로 욕을 먹어서 이용하고 싶지 않다.”라며 커뮤니티 사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디시인사이드 경북대학교 갤러리’의 경우 역시 일부 글에서 본교 비방,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용어가 등장했다. 또한 신생커뮤니티 ‘크누타임’의 익명게시판에도 여성의 성기를 언급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익명성의 문제는 대학 커뮤니티 이외의 일반 커뮤니티도 겪는 문제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본명으로 글을 올리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커뮤니티 운영진들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키고자 한다. 현재 경대월드 운영자 조재경 씨는 “문제가 있는 익명 글은 운영자 측에서도 누가 썼는지 알 수가 없어 글을 지우는 작업 정도밖에 하지 못한다”며 악의적인 익명 사용자 제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커뮤니티 활성화 부족해또 다른 문제로 학내 커뮤니티의 비활성화를 들 수 있다. 본교에서 오래된 커뮤니티 중 하나인 경대월드는 싸이월드 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지난 2011년 8월 월간 접속자 수가 2088만명(PC 접속자 기준)에서 2013년 7월 1116만명으로 절반 가량 주는 등 하락세를 맞이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경대월드 접속자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1년 8월 게시글 수가 4,849개에서 2013년 7월 4,046개로 800여개가 줄었으며 또한 신입생들 중에는 경대월드를 알더라도 이용하지 않는 학생이 많다. 이예림(공대 응용화학 14) 씨는 “경대월드의 존재는 언뜻 들어 알고 있지만,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이용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의 용이함을 필요로 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커뮤니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한다면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사용할 것 같다”고 김지영(인문대 불어불문 14) 씨는 말했다.

새로운 학내 커뮤니티 필요본지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오프라인 설문조사(전체 225명)를 이틀 간 진행했다. 그 결과 ‘새로운 학내 커뮤니티(사이트 개설, 앱 제작 등)가 생긴다면 사용할 의사가 있다’는 질문에 177명(78.66%)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권태현(인문대 일어일문 14) 씨는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 본교 안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활발한 창구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독립적인 커뮤니티로 나아가기 위한 대책으로 경대월드는 ‘크누파크’와의 통합을 결정하였다. 크누파크는 ‘공대노인’, ‘와이파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본교 두 학생이 작년 10월에 개설한 본교 커뮤니티이다. 기존 경대월드와 다르게 자체 도메인을 사용하여 만들어졌으나 실 사용자가 적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통합 이후 경대월드는 신규 회원가입을 제한하고 정보 열람이 가능한 사이트로 운영될 예정이다. 본교의 ‘크누타임’ 역시 커뮤니티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크누타임은 본교 학생들의 모의시간표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사이트다. 크누타임 운영자(익명) 씨는 “혼자서 크누타임을 모바일 앱으로 개발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며 “앱 개발에 도움을 주실 분과 앱의 디자인을 맡는 분을 영입해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자는 “모바일 크누타임은 기존 모의시간표 제작뿐만 아니라 학교 홈페이지의 학사공지나 여러 가지 소식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빈 기자/kyb14@knu.ac.kr

최지은 기자/cje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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