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폭력과 사건의 축소, 은폐 의혹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윤일병 사건을 아는가? 끔찍한 구타를 서슴없이 저질렀을 뿐 아니라 물고문에 성고문까지 저질러서 윤일병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들, 그들이 법의 심판 앞에 섰다. 이들이 살인죄인가 상해치사죄인가를 두고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는 미필적 고의의 적용 여부이다. 과연 미필적 고의란 무엇일까●

범죄란 무엇인가?범죄는 형벌법규에 의하여 형벌을 과하는 것으로, 행위와 생각으로 구성된다. 행위는 눈에 보이는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하는 행동을 나타내고 생각은 정황상 유추를 통해 판단하는데 여기서 법은 사람의 생각을 ‘인식’과 ‘의사’로 나누어 본다. 인식은 지적인 측면을 나타내고 의사는 의지, 의욕적인 측면을 나타낸다. 이 인식과 의사에 따라 범죄는 확정적 고의, 불확정적 고의로 나뉘는데 이들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인식과 의사가 분명히 있을 경우의 심리상태는 확정적 고의가 된다. 이를테면 철수는 영희가 죽기를 바라며 영희를 죽였다. 이 경우 의사도 있고 인식도 있었으므로 확정적 고의가 된다. 인식과 의사가 명확하지 않을 때의 심리상태는 불확정적 고의가 되며, 불확정적 고의는 다시 택일적 고의, 개괄적 고의, 미필적 고의로 나눌 수 있다.택일적 고의와 개괄적 고의는 의사는 있지만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일어나는 심리상태이다. 다만 택일적 고의는 결과는 확정적이지만 대상이 택일적이어서 둘 중의 하나만 일어나는 경우의 고의이다. 예를 들면 철수는 영희와 민수 둘 중에 아무나 죽길 바라며 총을 쐈다. 이 경우의 심리상태는 택일적 고의이다. 개괄적 고의는 결과는 확정적이나 그 대상이 너무 많아서 불확정적인 경우의 고의이다. 철수는 사람 가득한 광장에서 누군가 죽길 바라며 총을 난사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가 죽었다. 이 경우의 심리상태는 개괄적 고의이다. 두 경우 모두 누군가 죽길 바라는 의사가 있지만 그 대상이 확실치 않아 인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필적 고의란 무엇인가?미필적 고의는 의사가 명확하지는 않고 범죄결과의 발생가능성을 인식하였지만,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인용하는 심리상태이다. 예를 들어 철수는 산에서 멧돼지를 발견했다. 철수는 총을 쏘다가 멧돼지 옆에 있는 영희가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했지만 일주일을 굶은 철수는 멧돼지를 잡는 과정에서 맞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총을 쐈다. 하지만 영희가 총을 맞았다. 이 경우 의사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철수는 영희가 총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범죄결과를 인용했으므로 미필적 고의의 상황에 해당한다. 과실은 그림1에서 원 밖에 있는 부분에 해당한다. 행위자가 범죄결과를 인용하지 않을 때 일어나며, 인식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인식 있는 과실과 인식 없는 과실로 구별된다.  철수는 멧돼지를 보고 총을 쐈다. 하지만 실수로 풀숲에 숨어있던 영희가 철수의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다. 이 경우 철수는 영희가 맞을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실수로 영희를 죽였기 때문에 인식 없는 과실이 된다. 다른 상황에서 철수는 멧돼지를 보았다. 영희가 멧돼지 옆에 있었지만 철수는 자신은 명사수기에 영희를 맞추지 않고 멧돼지를 맞출 것이라 확신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영희가 철수의 총을 맞고 죽었다. 철수는 영희를 인식했지만 영희가 총을 맞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배재했기 때문에 결과를 인용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경우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 위 사례를 보면 철수가 결과를 인식했는지 아닌지 분명 차이가 있고, 인식 있는 과실의 경우 인식 없는 과실 보다 죄가 무거워야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과실은 형법상으로는 명시되어있지 않은 형법상이론의 구분이기 때문에 인식 없는 과실과 인식 있는 과실을 차별을 두지 않고 동등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위자 측면에서 보면 체계적으로 옳지 않고 이 둘을 같게 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인식 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는 범죄자가 결과를 인용했느냐 안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인용의 여부는 주관적이어서 일반인은 판단하기 어렵다. 좀 더 자세한 예를 들어 인식 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를 구별해 보도록 하자. ‘윌리엄 텔’의 이야기를 아는가? 명사수 윌리엄 텔은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활을 쏘아 사과를 정확히 맞춘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오늘날 한국에서 윌리엄 텔이 사과가 아닌 아들을 맞췄다면 윌리엄 텔은 우리에게 어떤 인물로 기억됐을까? 실수로 아들을 죽인 비운의 아버지? 아들을 과녁에 세운 비정한 아버지? 전자는 윌리엄 텔의 사건을 과실로, 후자는 미필적 고의로 간주될 것이다. 윌리엄 텔이 자신은 명사수기에 아들을 맞추지 않고 사과를 맞출 거라 확신했지만 아들이 화살을 맞았다면, 이 경우 윌리엄 텔은 아들이 화살을 맞을 가능성을 배재함으로써 결과를 인용하지 않아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 이 경우 과실치사죄가 적용되어 윌리엄 텔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한다. 다른 상황에서 만일 윌리엄 텔이 ‘나는 활을 잘 쏘지만 어제 과음을 해서 아들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기에 아들이 화살을 맞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활을 쏴서 아들을 맞춘 경우 윌리엄 텔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인식 있는 과실은 행위자가 자신이 예상한 결과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 확신 때문에 위험을 계산에 넣는다. 이와는 달리 미필적 고의의 행위자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원치 않는 수단을 통해서라도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며 그 것을 계산에 넣는다. 또 그 행위가 원치 않는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인식 있는 과실과 구분된다. 위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실치사죄가 적용되는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는가에 따라 형량이 크게 차이가 난다. 때문에 판사는 범죄자의 평소 행적, 수준 모든 주변상황을 종합해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미필적 고의와 과실의 경계 2013년 8월 14일 칠곡, 한창 부모에게 사랑받아야할 여덟 살 난 여자아이가 사망했다. 가해자는 여린 아이에게 구타를 일삼고 밥 대신 성인도 먹기 힘든 청양고추를 먹였다. 아이가 화장실을 쓰면 자신의 소변과 대변이 묻은 휴지를 먹였고, 물고문을 하는 중 기절하면 기다렸다가 깨면 다시 고문하는 짓을 반복했다. 뿐만 아니라 훈육을 핑계로 계단을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손을 묶은 채로 계단에서 밀치는 짓도 서슴없이 했다. 이 어린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악랄한 가해자는 누구일까? 충격적이게도 아이의 새엄마이다. 이 사건은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사건이후 계모는 어떻게 되었을까? 2014년 4월 2일, 대구지검은 계모 임모(36)씨와 친부 김모(38)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각각 징역 20년, 7년을 구형했다. 상해치사죄란 과실과 같이 죽일 마음 없이 상해만 입힐 생각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그 상해로 피해자가 죽을 경우에 적용된다. 하지만 11일에 대구지법의 김성엽 부장판사는 계모와 친부에게 검찰이 구형한 형량의 절반 수준인 각각 징역 10년과 3년을 선고했다. 이에 여론과 각종 사회단체에서는 계모의 행위에 비해 가벼운 형량이 적용됐다고 논란이 일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변호사는 이날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칠곡계모사건 피해자 언니는 계모가 "누워 있는 동생의 배를 10차례 밟고, 밤 10~11시쯤에 주먹으로 동생의 배를 15차례 가량 때렸다"고 증언했다.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성인이 어린아이에게 이 같은 폭행과 고문을 할 경우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그렇기에 계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구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내가 동생을 때려 숨지게 했다”는 피해자 언니의 진술이 계모의 강요에 의해 거짓 진술된 것임이 밝혀져 다시 한번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검찰은 언니에게 거짓 진술을 하도록 시킨 혐의(강요, 아동복지법위반 등)의 추가기소에서 임씨에게는 징역 15년을, 친아버지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추가기소 재판은 내달 1일에 변론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계모의 행위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아닌 과실로 취급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지켜본 다수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로  계모에게 미필적 고의를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가해자는 죗값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할 것은 물론이고, 재판부는 앞으로 유사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당한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인용(認容): 인정하여 용납함※구형(求刑):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어떤          형벌을 줄 것을 검사하 판사에게   요구하는일. 판사로부터 선고되어  실제로 집행되는 실형과는 구별된다.※변론(辯論):   법정에서 소송 당사자가 말로 하는   진술

참고문헌:「고의와 과실: 특히 판례를 중심으로」                       (최우환, 2005)    「과실범의 주관적 의식의 범죄   체계론 내 자리매김에 관한 연구」                   (송성룡, 2011)

자문: 임상규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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