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이란 기존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이다. 이를 배우고 가르치는 이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며 생태환경적인 배움을 통해 삶의 주체가 되기를 추구한다. 남들도 가기 때문에 가는 대학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의 생각을 ‘풀뿌리사회지기학교’, ‘녹색대학’ 두 곳을 통해 알아보자●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이하 풀뿌리학교)는 올해로 개교 10주년을 맞이한 대안대학이다. 풀뿌리 학교의 운영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성민 교무지기(학교 운영 실무자)는 “‘풀뿌리는 삶과 생명의 바탕’이며, 강인하고 스스로 자라는 풀뿌리의 자세와 정신으로 근본적인 단위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룰 때 사회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이곳에서는 ‘삶에 뿌리를 두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풀뿌리 측면에서 전문성 기르기

자칫 추상적인 이념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학의 기본적인 교육적 형태를 갖추고 있다. 풀뿌리학교는 1년 3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2년 동안은 수업을 듣고, 나머지 10개월은 현장경험학습 기간으로 3년 안에 8학기를 마친다. 이 교육과정은 다분야의 교과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예를 들어 ‘이해의 기반을 강화하는 상호강독’, ‘다리밟기 외국어’, ‘기타와 밴드조직’ 등이 있다. ‘상호강독’은 각자 설정한 주제를 가지고 12주 동안 연구하는 과목이다. 연구 성과를 학기 내내 공고하기 때문에 연구 주제가 겹치면 서로 가르쳐 주면서 관심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해당 분야의 책을 읽고, 6주 동안 공부하고, 나머지 주는 관련 인물 인터뷰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그 분야에 상당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전문적인 학과가 있어 심화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뿌리 정치·문화·경제 등 풀뿌리 측면에서는 전문성이 있다”고 이성민 씨는 말한다. 예를 들어 풀뿌리 정치의 경우 학생들이 학교의 풀뿌리 정치현장인 ‘신촌민회’에 참여하면서 지역정치를 경험한다. 신촌민회는 1992년 창립된 마을 회의체이자 토론 공동체로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받아서 풀뿌리학교에 전달해 함께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가르칠이’와 ‘배울이’여기에선 선생님을 ‘가르칠이’, 학생을 ‘배울이’ 라고 부른다. 배울이가 듣고 싶은 수업을 건의하면 가르칠이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업에 반영한다. 현재 풀뿌리학교 학장이자 ‘마을공동체화 풀뿌리 리더십’을 강의하는 나일경 학장은 “수업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를 위해 새로운 차원의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가르칠이는 대안 경제, 마을 기업에 대해서 강의하는 SK경영경제연구소 사회적기업 전담연구원인 박성훈 박사, 고양시 시의원을 10년 이상 한 경험을 토대로 강의를 하고 있는 김범수 박사, 인문학 협동조합 소속 강사들, 김승일 시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의를 하고있다. 또한 10년쯤 되다보니 대안대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강사 스스로가 찾아오기도 한다. 배울이들 또한 대안대학 출신 학생, 직장인, 기존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등 출신이 다양하다. 초중등 과정을 대안학교에서 졸업하고 검정고시를 친 뒤 다시 대안대학에 진학한 김민주 씨(21)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도예, 제과제빵 등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는데 성인이 되니 이제 어떤 사람이 될지가 중요한 거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내가 어떻게 살지를 배우기 때문에 졸업장이 안 나오는 것에 대해 고민은 없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해를 잘 못하신다”며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대안대학은 작년에 학부생 4명, 대학원생 1명 총 5명의 제 1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전까지 한 명의 졸업생도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성과이다. 이에 이성민 씨는 “1년 정도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 가는 사람이 많아 졸업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립대의 1/3 등록금으로 알찬 수업이곳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교육훈련비와 수업료를 내야한다. 수업료는 한 과목당 40만원으로 한 학기에 120만원을 낸다. 이는 학생들이 보통 한 학기에 3과목의 수업을 듣기 때문인데 만약 학생이 4~5개의 수업을 들어도 수업료 상한선을 120만원으로 잡아 최대 120만원만 내면 된다. 이러한 수업료 설정에 대해 이성민 씨는 “국립대 등록금을 기준으로 해 그것의 절반이나 1/3이 우리가 유지해야 할 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훈련비는 2년 10개월 학교에 재학하는 동안 공동체 훈련을 위한 활동에 쓰이는 돈”으로 나배도나 라오스로 공동체 훈련을 가는 데 드는 비용이 포함된다. 한편 강사료는 한 학기에 55만원 정도이다. 많은 돈을 받는 건 아니지만 학교 철학에 동의하고 학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강사로 온다.

풀뿌리학교의 캠퍼스, ‘체화당’풀뿌리학교의 서울 캠퍼스는 신촌동 이화여대 후문에 있는 한 카페다. 그 카페의 이름은 ‘체화당’으로 이신행 연세대 교수가 2001년 자신의 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체화당이라는 이름은 상주시 청리면 가천리에 있는 유적건조물 체화당에서 따왔다. 체화당은 월간 이전 선생(1558∼1648)이 노년에 도를 가르치던 곳으로, 이성민 씨는 “그 시대의 대안대학으로 임진왜란 이후 어느 때 보다 풀뿌리의 생명력이 필요한 때 세워진 교육공간의 정신을 잇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부문사회에서의 풀뿌리 생명력이성민 씨는 “기존의 특정 지식을 배우는 걸 목표로 하는 건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모두가 공무원이 되려고 하고 초국적 기업에 들어가려 하는데 ‘풀뿌리 바탕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지역을 중시한다고 해서 지리적인 의미만의 지역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풀뿌리학교가 지향하는 작은 사회는 지역사회이기도 하지만 ‘부문사회’이기도 하다. 이성민 씨는 “부문사회도 기성의 논리와 관행에서 풀뿌리의 생명력을 중시하는 사람이 활약한다면 좀 더 민주적인 사회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지역 주민 운동을 하는 사람을 키우는 학교가 아니라 어느 현장으로 가던지 그 작은 현장에서 풀뿌리의 생명력을 강화하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환경 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서 우리가 좀 더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 행복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갈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지금보다는 삶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고 소박한 삶의 원리를 실천하는 사람을 지향하는 풀뿌리학교는 따뜻한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지듯 풀뿌리의 생명력이 존중되는 사회를 향해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생태적 삶을 배우는 녹색대학녹색대학(현재 학교명은 온배움터)은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으로, 2003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개교 11주년을 맞았다. 학제로는 1년 기초과정의 온배움과정과 2~3년간의 연구생 과정인 온배움전공과정이 개설돼 있다.온배움과정에는 지역읽기, 생태건축, 문화인류학, 생태학, 자연의학, 세미나 및 자치 활동 등을 배운다. 생태건축학과 샘(선생님)이자 온배움터 대표직을 맡은 이종원 대표(44)는 “인문학 등 대학에서 배우는 몇몇 학문을 넘어서 생태 수식을 받는 문화에 부합되게 공부한다”며, “집짓기, 농사, 인문학, 자연학, 철학 등 삶의 전반을 다루는 것이 녹색대학만의 특별한 점”이라고 말했다.이곳의 등록금은 국립대 수준으로 자신의 형편에 따라 15% 안팎의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낼 수 있다. 올해 1학기 등록금은 85만원이고, 학교 내에 상주할 경우 포함되는 기숙사비는 35만원이다. 이 대표는 등록금 설정 기준에 대해 “(등록금이) 한 달 동안 최저임금으로 일했을 때 벌 수 있는 금액을 넘지 않는다”며, “직접 농사를 짓기 때문에 식비는 한 달에 5만원정도”라고 말했다.

녹색대학의 출범과 흔들리는 교정녹색대학은 개교를 준비하던 2001년 당시, 장회익 전 서울대 교수, 시인 김지하 등 시민환경단체 인사가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주변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또한 경남 함양군 백전면의 한 폐교를 매입해 본거지를 만듦으로써 대안대학으로는 흔하지 않게 물리적 공간을 소유하기 시작했다.그러나 환경생태학을 학문적으로 심화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공동체적 삶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마찰을 빚으면서 2005년까지 창립자들을 비롯해 많은 후원자들이 녹색대학을 떠났고, 2007년에는 전원 교사들이 사표를 내는 등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녹색대학에서 강의를 한 유병균 씨(51)는 “서로 자기가 옳다고만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해 생긴 갈등이 계속 이어졌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이어 유 씨는 “녹색대학이 자신이 꿈꾼 대학이 아니다 싶은 사람은 초창기에 나갔다”며, “지금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 관계”라고 전했다. 또한 농사학교 4년 수료생 제갈은하 씨(30)는 “생태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들어와도 사람마다 이념이나 색깔의 농도가 다르다”며 “남을 존중해 줘야 하는데 종교 같은 중심축이 없는 공동체는 금방 싸운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라는 틀에서 생각하면 서로의 생각을 배워가고 강요하지 않으니 공동체보다는 학교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녹색대학은 초기의 분란을 벗어나기 위해 2008년에 교명을 ‘온배움터’로 바꾸는 등 재기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온배움터란 하나하나 낱낱의 배움이 아닌 ‘온’배움을 실천하자는 뜻이다. 또한 차츰 안정기에 들어가면서 작년부터는 ‘삶으로서의 농사’에 초점을 맞춘 ‘농사모임’도 진행되었다. 생명농업연구소 샘인 성두환 씨(48)는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살 수 있는지를 공통과제로 설정하면서 참여 한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는 백전면 마을주민, 재학생, 졸업생 등 다양한 학교 관련인 들이 참여한다. 농사모임 내에는 ‘농사꾸러미’라는 행사가 있는데, 녹색대학에서 선택한 사람들과 농작물을 직거래하는 행사를 말한다. 이 행사를 통해 자신이 생산한 농작물에 대해 본인이 가격결정권을 가짐으로써 본인의 농작 실력을 알게 된다.

녹색대학의 고민녹색대학도 여느 대안대학처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리고 대안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모인 곳이다. 온배움터는 ‘생명을 존중하는 생태적 삶이 지금 사회에서의 대안이라 생각하며 그 삶을 자립적으로 살아나가기 위한 양식을 준비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유 씨는 “대안이란 공부에 찌든 학생들을 자유롭게 해주자는 게 아니라 공부를 제대로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성 씨는 “(이곳은)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야 할 지 구체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학교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바뀌려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입을 모았다. 김정임 씨(27)는 “결국엔 답이 나한테 있는 것이며 대안대학이 딱 정답이 아니라 여기서도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제갈은하 씨 역시 “스스로 바뀌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또한 제갈 씨는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이 뜻은 좋지만 우리들끼리만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밖으로 환원하고 알렸으면 좋겠다”고 외부와의 교류를 원했다. 하지만 성 씨는 “농사꾼이 외부와 소통한다는 것은 결국 먹거리를 통한 소통인데 그건 농사 실력과 직결된다”며 “소통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다들 삶으로서 받아들이는 진정성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소통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붕 아래에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생태적인 삶이라는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기에 ‘교과서 같지만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생태적인 삶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온배움터속의 고민의 싹은 여전히 자라나고 있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녹색대학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이정아 기자/lja13@knu.ac.kr김보현 기자/kbh12@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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