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파주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버스를 타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5시간을 달려야 한다. 경기도에서도 북쪽 끝에 위치하는 파주를 이번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가봐야 할 곳인 출판단지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 책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다니는 내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출판단지에 도착하고 그 풍경을 바라보자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 예술 전시관에 온 것인지 출판단지에 온 것인지 헷갈렸기때문이다. 보이는 건물마다 모두 기묘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충격을 뒤로하고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를 걸어봤다. ‘북카페’라고 간판을 달고 있는 건물 앞에서는 깊은 커피향과 달콤한 디저트 냄새가 났다. 그곳을 지나칠 수 없어 아메리카노 한 잔과 프레첼 하나를 사 먹었다. 혀에서 살살 녹는 프레첼과 씁쓸한 아메리카노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잠깐 간식을 먹으며 기묘한 건물 숲을 지나 유난히 복잡하게 생긴 건물에 들어갔다. ‘지혜의 숲’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2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겉보기와 달리 층수가 적어서 꽤 놀랐다. ‘지혜의 숲’은 총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건물의 1층을 차지하는 공간이었다. 1관은 개인이 기부한 책을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기부자가 대부분 대학교의 교수들이어서 상당히 어려운 책이 많았다. 2관은 출판단지에 입점해있는 출판사가 기부한 책들이 늘어서 있었다. 책이 높게 서있는 모습은 나무 책장과 조화를 이루며 웅장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2관의 넓은 홀에는 많은 사람들이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동화책도 많이 있어서 아이들이 책을 보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인원이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마지막 3관에서는 문화 공연을 하고 있었다. 얼핏 들으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그 공연이 첼로와 피아노라면 납득할 것이다. 아름다운 선율은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는커녕 귀를 정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새 저녁이 되고 다시 버스를 타고 파주 시내로 나갔다. 근처의 찜질방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며 보냈다.

둘째 날에 갈 곳은 ‘헤이리 예술마을’ 이었다. 그 곳으로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했다.

아뿔싸, 도착하자마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기에는 애매하고 우산을 쓰지 않으면 관광에 방해가 되는 정도였다. 9번 게이트에서 걷다보니 ‘타임 앤 블레이드’ 박물관이 나왔다. 관람료를 내고 한번 돌아봤다. 시계와 검을 전시해둔 그 곳에서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특히 시계를 전시한 곳에서 1800년대에 만들어진 고풍스런 회중시계들을 관람했을 때 그 기분이 최고조였다.

오후 4시 경에 대구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려면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한 시간이 좀 넘게 남은 시간에 내가 선택한 곳은 트릭아트 전시관이었다. 제목 그대로 인간의 시각을 희롱하는 곳이었다. 흔히 말하는 착시, 매직아이 등을 이용한 곳이었는데 가족단위로 온 관람객들은 아주 재미있게 관람을 하였다. 아쉽게도 홀로 여행을 온 나는 이 곳을 100% 즐기는데는 실패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해도 셀카로는 착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헤이리에서 고양터미널까지 와서 동대구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1박 2일의 여정동안 상당히 많이 걸었던 영향인지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잠에서 깨니 대구에 도착해있었다. 장장 5시간의 숙면을 끝으로 파주에서의 여정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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