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9일, 본지에서는 대구예술발전소를 찾았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대구예술발전소는 기존 미술관 등과 차별화를 꾀하고, 책읽어주는 사람 만권당 프로젝트, 공구거리를 테마로 한 북성로 축제등을 개최해 다양한 볼거리와 축제로 대구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개관 3년차인 지금 대구 예술 발전소는 ‘Ten topic 프로젝트’로 더욱더 다양한 사람과 업그레이드 된 주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미술뿐만이 아니라 어떤 장르라도 소화가능하고, 그리고 기성작가와 신진작가가 모두 어우러 질 수 있는 대구문화예술의 인큐베이터 대구예술발전소. 공연을 하기도 하고, 영상을 찍기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Ten topic 프로젝트-10가지 매력에 빠져보자.

열가지 다른 매력 ‘Ten topic’ 프로젝트

대구예술발전소는 경북대학교 북문에서 이십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골목들이 많아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당황하지 말고 내린 그대로 왼쪽을 바라보면 골목 사이로 대구예술발전소가 보일 것이다. 외관은 예술공간이라기 보단 연초공장을 리모델링한 이력 때문인지 오히려 공장같아 보이는 것이 매력이다. 마치 작가를 키우는 작은 공장 같다. 예술발전소 근처의 노란 담장도 사라지고 예전에 왔을 때와는 또 달라져서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에 대구 발전소에서 열리는 Ten-topic 프로젝트는 다양한 장르 및 주제를 다루는 공연 전시이다. Ten-topic이란 무용, 연극, 음악, 퍼포먼스등의 공연예술분야와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 디자인, 공예 등의 시각예술분야를 아우르는 ‘합동프로그램’을 뜻한다. 그림이나 공연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서로 만나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창조해내어 저변을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총 18팀, 39명의 예술가가 대구예술발전소에 둥지를 틀고 작업과 전시, 시민참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는 공간은 4, 5층이다. 다른 전시공간과는 다르게, 들어서는 순간 정말 공장처럼 흰 복도에 아파트처럼 방들이 늘어서 있다. 그 방 안에 들어가면 각각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작가들은 각자의 온전한 자신의 공간 안에서 예술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세 네분의 작가분들이 각자의 전시실에 있었다. 전시실에는 누구나 들어가서 자유롭게 작품을 살펴봐도 좋고, 작가들에게 작품설명을 물어볼 수도 있다.팀 BOLUS(경계없는 유희)는 현재 문학을 통한 그림그리기 즉 문학과 시각예술을 결합한 복합장르를 전시하고 있다. 팀 BOLUS는 이런 장르를 시도한 것에 대해 “경계없이 유희를 펼쳐보자”며 “문학과 미술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만나서 또 새로운 의미의 작업이 나올 수 있는 것을 시도해보는 것. 같은 예술 안에서”라고 말했다.그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이선규씨의 작업실이다.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검은 실루엣이 전시장 한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알고보니 그것은 작가가 직접 연재중인 ‘광신번뇌’라는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 무사를 표현한 것이었다. 이는 나중에 무협지를 연극으로 연출할 때 소품으로 사용하거나 다양한 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드로잉 팀 작업실이었는데 두 작품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밝은 색채를 가지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울함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긴머리 여자와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토끼, 다른 하나는 여러개의 눈을 가진 괴물같은 사람이다. 드로잉 팀의 ‘황영’씨는 여러개의 눈을 가진 얼굴 그림에 대해 “남이 나를 이렇게 볼거라고 생각해서 그린 자화상이다” 라고 소개했다. 눈치를 많이 본다는 뜻일까. 여러개의 눈을 가지고 나를 보는 기괴하게 일그러진 얼굴이 징그러우면서도 순간 슬퍼보였다. 그러나 같은 팀 김은영씨의 드로잉은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 감성적이고 예뻐보였다. 색채가 따뜻하고, 슬퍼하는 듯한 소녀 곁에 있는 무표정한 토끼가 위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위로’가 맞다며, 그림들에는 각각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다는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림들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어떤 곳은 한창 유화 작업 중이었는지 들어가자마자 기름 냄새가 확 나는 방도 있었다. 완성된 작품 몇 점이 걸려있기도 했고 미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그림이 벽 한 켠에서 굳어가고 있었다. 기름 냄새 하나만으로 생생한 미술의 현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는 맡을 수 없는 냄새! 코가 고소해지는 냄새가 나를 자극했다.정화여고 동아리에서 단체로 대구예술발전소로 견학을 온 주선아(18)양은 대구예술발전소에 대해 ‘소박하고 아늑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허요환(농생대 농업경제 11) 씨는 “평소에 이런 데를 잘 안들리는데 친구 페이스북에서 보고 흥미가 생겨서 와봤다”며 “흥미롭고 신기한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 근데 뭔가 명확한 주제가 드러나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뭘 중점으로 봐야할지 감이 잘 안왔다”라고 말했다. 허 씨는 “그래도 학교에서 가깝고 해서 오는데 별로 어려움은 없었고 학교 근처에 이런게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우리가 간 날은 아쉽게 공연예술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토, 일요일에 방문하면 대구현대무용단의 무용, we dance의 춤, 이어랑의 국악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 모인 작가들은 모두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 된 작가들이다. 선택된 예술가들에게는 창작 지원공간을 제공한다. 대구로 출퇴근이 용이한 작가나, 설치작품이나 대형작품같이 큰 공간이 필요한 작가들을 우선적으로 뽑았다. 대구시청 문화예술과 김은영 주무관은(이하 김 주무관) “대형작품이나 설치미술은 공간도 필요하고, 설치비도 들어가기 때문에 혼자 하기 어렵다. 그리고 대형 작품 중에 좀 파격적이고 신선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잠시 쉬어가는 공간, 만권당 북 카페

그렇게 4층을 한바퀴 둘러본 우리는 한 자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는 생각에 다리도 쉴 겸 2층 북카페에 들렀다. 의자 몇 개와 수많은 책이 있는 곳이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 딱 적당히 고요하게 책을 즐길 수 있을 만한 분위기였다. 베스트셀러 종류도 있었지만, 문화예술 관련 총서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독립잡지들이 있었다. 만권당 프로젝트의 흔적으로 보이는 독립잡지들은 대부분 최신 호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여전히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주제들을 안고 있었다. 그 중 연애할 때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을 다룬 독립잡지가 눈에 띄었다. ‘남자는 마음을 상대에게 탁 맡겨두고 독립하는데 여자는 상대에게 마음을 줘버리고 의지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괴로울 수밖에’ 라며 연애할 때 드는 여자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콕 집어주고 있는 듯 했다.그렇게 조금 쉬다 4시에 있는 ‘카바레트 예술주둥아리 방송’라는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됐다. ‘카바레트’라는 단어는 조금 생소할 것이다. 카바레트는 유럽에서 약 120년의 역사를 가진 독특한 공연 양식으로 중세 때부터 여행 중인 가수, 배우, 곡예사, 마술사들이 공짜로 음식을 얻어먹거나 약간의 여비를 벌 요량으로 손님들 앞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며 술집이나 음식점에 머무르는 일이 점차 발전한 것이다. 이로써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같은 유래에서 출발한 카바레트는 일반적으로 작은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쉽고 가벼운 오락극의 형태로서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노래와 패러디, 그리고 풍자를 통해 비꼬고 비판하는 공연 양식으로 이해된다. 방송은 이러한 카바레트의 양식을 따서 만든 것이다. 주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해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빈 대중 예술을 비판하고, 주류 예술이 마치 최고인양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풍자하며 서슴없는 말을 내뱉었다. 직접적인 성적 표현과 거친 농담 때문에 미성년자가 아님을 재차 되묻고 진행되는 방송은 어찌 보면 두서없고,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생각과 사상을 특정 수식어를 통해서가 아닌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진솔함을 더 부각시키지 않았나 싶었다.

 

‘대구예술발전소’라는 공간

작가 ‘김민수’씨는 대구예술발전소의 장점에 대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한 공간에 미술작가 뿐만이 아니라 공연하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 춤추는 사람 다 모여 있으니까 그런 걸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하고, 자극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라며 최근에 3옥타브 프로젝트의 공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3옥타브는 무용으로 삶속에서 이어지는 선택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팀이다.드로잉 팀의 ‘황영’씨는 “일단 기반 여건이 좋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얘기도 나눌 수 있어 좋다. 다만 홍보가 조금 더 돼서 일반인들이 더욱 많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대구시청 문화예술과 김은영 주무관은 “아무래도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다 보니 문화예술발전소 운영 외에 홍보같은 부분은 조금 미흡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SNS등 최대한 홍보를 많이 하려 노력하고 있고, 시민들의 반응도 꽤 좋은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기희경 기자/khk13@knu.ac.kr박진 기자/pj12@knu.ac.kr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