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기념관 앞에 휘날리는 수백 개의 태극기

 ‘으아 덥다. 아, 아직 5월인데…’라고 생각하며 방 안에 콕 박혀있다가 문득 ‘이대론 안되겠다. 대구를 한번 떠나보자’라는 생각으로 대구의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이라 불리는 충청남도 천안으로 혼자서 무작정 떠났다. 동대구버스터미널에서 세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니 천안에 도착했는데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대구와는 사뭇 다른 시원한 바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너무 격하게 반겨줘서 살짝 춥다고 느낄 정도였다.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이라 들뜬 마음으로 터미널을 나와 바로 앞에 보이는 정류장에서 400번(병천행) 버스를 타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천안의 12경 중 제 1경인 천안삼거리로 갔다. 천안삼거리는 조선시대부터 전라도,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로였는데 한양으로 가는 길이 가깝지 않아 천안삼거리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고 과거시험을 보러갔다고 한다.
버스를 20분 정도 타고 가니 천안삼거리에 도착했다. 천안삼거리에서는 매년 9월~10월 20여개국에서 참가하는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열리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와서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지금은 축제기간이 아니라서 공원에 사람도 별로 없고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한 바퀴 도는 코스로는 썩 나쁘진 않았다. 또한 근처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천안박물관과 흥타령관이 있어서 천안을 왔다면 한 번쯤은 와 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흥타령관에는 전통주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돼 있는데 술과 관련된 박물관은 처음 가봐서 신기하고 재밌게 관람했다.
공원을 한 번 돌고 박물관 두 곳을 구경하니 한 시간 정도가 지나 배고픔이 슬슬 밀려왔다. 그래서 내가 천안에 온 가장 큰 이유인 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 곳은 바로 유명한  병천순대거리이다. 병천순대거리를 가기 위해서는 400번(병천행) 버스를 한 번 더 타고 30분 정도 가다가 종점인 병천 3리에서 내리면 된다.
우리 학교근처에도 있는 유명한 병천순대의 본고장을 찾아간다는 두근두근한 설렘으로 버스에서 30분이라는 시간이 금방 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순대 냄새가 내 배고픔을 더욱 자극했다. 순대거리에는 대략 20개의 순대국밥 전문 식당이 위치하고 있었다. 몇 군데 사람들이 많이 줄 서있는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배고픔이 너무 커서 그냥 가까운 곳에 들어가서 먹었다. 기대가 너무 커서였는지 순대국밥의 맛은 그냥 평범했다. 안에 들어가는 순대가 일반 순대랑은 약간 달라보였는데 꽤 쫀득하고 맛있어서 여행지에서 한 끼 식사로는 괜찮았다.
식사를 마치고 자판기 커피 하나를 마시며 10분 정도 여유를 갖고 이제 배도 채웠으니 천천히 걸어서 유관순열사 사적지로 갔다. 사적지는 병천순대거리와 멀지 않아 걸어서 20분 정도 천천히 소화도 시키면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유관순열사 거리를 구경하며 갔다. 유관순열사 거리를 지나 유관순열사 사적지에 들어가니 유관순생가 1.5Km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아, 가깝네.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생가를 찾아 걸어갔다. 표지판이 잘못된 건지 걷고 계속 걸어도 생가는 보일 기미가 없었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이 길이 맞겠거니 하며 30분 정도 걸어가니 드디어 유관순열사 생가를 도착했다. 실제 유관순 열사의 옛 집터에 생가를 복원 정비하여 꾸며져 있었다. 생가 바로 옆에는 기념비와 유관순열사가 다니던 매봉교회도 있었다. 생가 구경을 마치고 다시 유관순열사 사적지로 돌아갔다. 왔던 길이라서 그런지 돌아가는 길을 가깝게 느껴졌다.

?다음호에 이어서

서학준 기자/shj13@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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