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17일째,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실종자에서 사망자로 바뀌는 수가 증가할수록 가슴만 먹먹해진다. 이제 사망자 수는 실종자보다 많아졌다. 실종, 사망자의 대부분이 안산 단원고의 ‘학생’이라는 점은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제일 화가 나는 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고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간 선장과 선원들의 행태다. 정부의 뒤늦은 사과와 허술한 안전 대책도 심각하다. 언론이 계속 자극적인 보도만 내세우는 것도 문제다. JTBC의 갓 구조된 학생에게 사망한 친구의 이야기를 묻는 인터뷰는 충격적이었다. 허언증으로 무장된 말도 안 되는 민간 잠수부까지. 그러나 여러 이유를 막론하고 우리가 제일 주목해야할 점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본가가 경기도라 주말에 집에 가던 길에 잠깐 안산 분향소를 들렀다. 고잔역에 내려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생각보다 길었다. 분향소에 도착하니 검정 옷을 입은 애도의 물결이 줄을 이루었고, 벽에 걸린 학생들의 사진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계속 눈물이 났다. 뉴스를 보면서 흘리는 눈물과는 사뭇 다른 눈물이었다. 함께 온 사람들 모두가 분향소 안에서는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대구에 있다가 경기도, 특히 안산으로 가니 세월호 관련 현수막이 정말 많이 보였다. 좀 더 피부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버스에도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도시 전체가 우울한 분위기였다. 경기도에 있던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에는 항상 세월호 사건이 화두가 됐다. 한 교수님께서는 대구가 세월호 사건에 대해 무심한 것이 아니라 과거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해 국민들은 속으로 분노하는 것뿐이라고 말씀하셨다. 슬프지 않은 게 아니라, 대구 지하철 참사와 너무 닮아 있는 세월호 사건에 과거 일을 회상하는 게 너무 가슴 아픈 거라고. 이것이 옳은 말이든, 틀린 말이든 과거에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을 다시 반복하게 된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CNN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두고 ‘후진국형 인재 한국, 20년 전 사고서 배운 것 없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선장을 비롯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은 반성하고, 또 반성해도 너무 모자란다. 선장이 승객에게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고 방송하고 도망간 것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실종자 학생이 사망자로 바뀌는 순간, 모든 걸 잃은 것처럼 울다가 실신한 부모님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한 프로그램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는 고아, 아내를 잃은 남자는 홀아비라 부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식을 잃은 부모를 부르는 단어는 외국에도 우리나라에도 없다”라며 비통해했다. 그만큼 자식을 잃은 아픔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모두 70만 명에 이르는 조문객들이 희생자를 애도했다. 끊임없는 조문 행렬을 보며 아직도 대한민국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과 마주하면 또 다시 슬픔만이 남는다. 그 많은 실종자들 중 단 하나의 생존자도 구해내지 못한 무능한 정부를 보며 다시는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고 노란리본을 다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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