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바다 아닌 육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지방대학 특성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국공립대학을 옥죄는 교육부의 강압으로 한국의 대학교육 공공성이 몰락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가장 잘 산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나라 가운데 한국만큼 사립대학 비율이 높은 나라는 다시없다. 80% 이상의 대학 재학생이 사립대에 적(籍)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부의 모든 대학정책은 사립대에서 출발하여 사립대로 귀결된다. 이번 특성화사업도 예외가 아니다.경북대를 필두로 한 지역거점 국립대학들은 ‘지방대학 특성화사업’으로 인해 7~10퍼센트의 입학정원을 자발적으로 감축했다. 사업선정의 가장 큰 배점이 입학정원 감축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경북대는 총 12개 사업에 90억 원에 가까운 특성화 사업비 수주가 목표라고 한다. 재학생들의 취업을 신장하고, 취업성과가 좋은 학과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명품학과를 만들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는 자못 결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문제는 보다 본질적인 곳에 있다. 자질과 능력은 우수한데,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개인적인 성공은 물론이려니와 지역의 인재, 나라의 일꾼을 만들어왔던 지방 국립대의 정원마저 상당수 줄어들게 된 것이다. 사립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사립대 몫으로 돌아간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로 인해 지방대학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진대, 해결책은 국공립대의 무상등록금이다.사립대 등록금 반값은 국공립대 등록금 전액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립대 반값 등록금 정책은 곧바로 국공립대 무상교육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되면 상당수 유능한 지역인재들이 그 많은 비용을 불사하고 서울로 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부도 사립대와 그 이사장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이참에 하나 돌아볼 것이 있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기로 한 ‘글로벌인재학부’ 문제다. 전임 노동일 총장의 개인적인 욕망과 의지로 창설된 글로벌인재학부 소속 학생들과 학부모의 낙담과 반발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하지만 어떻게 국립대에 그런 학부를 만들려고 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5년도 내다보지 못한 기획 입안자와 최고 책임자는 어디로 숨었는지,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무책임의 극치 아닌가. 이런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책임자들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깊숙이 고개 숙이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1862년 출간한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빅토르 위고는 일갈하였다. “무료로 교육하지 않는 사회는 죄악이다!” 오늘날 프랑스와 도이칠란트, 핀란드 같은 교육 강국이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배후에는 위고의 이런 주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나라의 미래 일꾼을 양성하려는 야만적인 대한민국 권력집단과 행정부, 특히 교육부의 반교육적인 처사에 분노한다.‘한 손에는 돈을, 다른 손에는 칼을 든’ 교육부의 ‘지방대학 특성화사업’은 전면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김영삼 정권 시절, 규제완화의 하나로 대학설립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꿔놓은 교육부 당사자들이 이제 와서 입학생 부족을 내세워 양질의 국공립대학 정원까지 칼질해대는 무책임한 행악질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교육부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전락한 국공립대 총장들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작태 또한 수정되어야 한다. 이제는 국립대의 자율성을 강력하게 신장할 때다. 그리하여 보다 많은 청년 학도들이 국립대의 품안에서 학문과 지성을 연마하여 21세기 세계 주역으로 당당하게 성장하도록 인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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