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눈에 띄는 검색어가 올라왔다. ‘대한민국 15대 참사’였다. 대구지하철 참사, 서해 훼리호 침몰, 씨랜드 화재사건 등 하나하나가 사상자 수가 많고 가슴 아픈 사건들이었다. 희생자 수가 늘어난 이유도 이번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이유들이었다. 사건책임자의 부재, 설계 및 관리부실, 의미 없이 지나간 대피가능시간 등. 이제부터 우린 대한민국을 크게 흔들었던 몇가지 사건들을 되짚어볼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어야했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미 제2의 훼리호라고 공공연히 불리우고 있는 이번 세월호 참사. 과연 몇 년이 지나야 우리는 위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1. 바다 속에 잠든 776명 우리는 1963년부터 1993년까지 총 776명을 선박침몰사고로 잃었다. 이 숫자는 작전 중 침몰한 천안함 침몰사건과 아직 구조활동이 끝나지 않은 세월호침몰사건의 사망자 수를 제외한 수이다. 침몰한 배는 갑제호(1963년 침몰, 6명 사망), 남영호(1970년 침몰, 319명 사망) 해군 YTL 수송정(1974년 침몰, 159명 사망), 서해 훼리호(1993년 침몰, 292명 사망)이다. 네 번의 선박침몰사건 중 눈여겨봐야 할 사건은 남영호 침몰사건과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이 가지는 공통점은 바로 과도한 승객 수용으로 배가 침몰했다는 점이다. 남영호는 290명 정원보다 41명 많은 331명의 승객을 수용했고 서해 훼리호는 정원을 141명이나 초과한 362명의 승객을 수용한 채 운행하다 침몰했다. 서해훼리호는 당시 특정 관광지로 몰려드는 승객들을 최대한 수용하려다 참사를 맞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선박 정원 및 적재량 검사 강화를 내세웠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선박 적재량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참사를 조사하는 검경합동본부는 언론발표를 통해 선장 및 선원들의 승객명단, 적재물명단관리가 허술해 실제 승객과 적재물들과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훼리호 당시 강화됐던 선박관리기준은 21년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희미해져버린 것이다. 세월호는 현재 수입 이후 증축으로 인해 약 500t 가량의 적재물을 줄여야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관공서에 조작된 서류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 그들은 누구의 책임 하에 있는가?2003년 192명의 인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참사 당시 기관사가 곧 열차를 출발시킬 것이라는 방송 이후 마스터키를 뽑고 탈출했다. 이번 세월호 사건과 같이 해당 사건의 ‘책임자’가 승객들을 포기하고 도망친 것이다. 두 참사에 대해 본교 대외협력처장 홍원화 교수(공대 건축토목공학)는 “분명 두 책임자의 행위는 천인공노할 행위이지만 참사의 아픔이 점점 잦아들고 있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책임소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대구지하철참사 당시 전동차 안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연기가 자욱이 퍼진 전동차 안에서 승객들은 코와 입만 막은 채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선실 내부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듣고 기울어져가는 선실 내부에서 대기하는 학생들의 사진과 무서울 정도로 유사하다. 지하철참사 당시 불길을 피해 옆 전동차로 이동했던 사람들은 그대로 전동차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에 비해 큰 피해 없이 탈출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방송을 듣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다 대피시기를 놓친 사람들이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 때도 구조된 사람들 대부분은 선체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객실 외부로 나온 일반시민들이었고 객실 내부에서 대기했던 학생들은 대부분 구조되지 못했다.이에 대해 홍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상시 소속 군중이나 책임자의 명령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탈출계획을 세울 생각을 못 한다”며 “개개인 스스로가 재난에 대비한 행동지침을 숙지하고 있어야 이번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이러한 개개인의 행동지침 숙지를 위해선 위와 같은 참사 이후 생존자들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해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대중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태양 기자/hty12@knu.ac.kr

지난 16일 오전 8시 48분경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한순간 좌측으로 휘청했다. 잠시 뒤 반대편으로 크게 한 번 더 기울며 ‘쾅’소리와 함께 선실 내부는 어둠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넘어진 세월호는 바로 서지 못했고 그대로 가라앉았다. 침몰 이후 미흡한 구조 대처로 인해 300명에 가까운 승객들이 배에서 나오지 못한 채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언론에서는 침몰 원인에 대한 무수한 추측들을 쏟아냈다. 3층 선실 증축으로 배의 무게중심이 상승해 복원력을 상실했다는 추측, 밸러스트 탱크의 물이 부족해 배가 복원력을 상실했을 가능성, 암초에 부딪혀 선체 바닥에 생긴 작은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왔을 가능성 등이 보도됐다. 이제 참사가 일어난 지 어언 3주가 넘어가고 있다. 원인에 대한 분석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듯하다. 현재 가장 유력한 침몰 이유는 급격한 선회로 인한 배의 복원력상실이다. 모든 채널의 뉴스에서는 선박모형을 보여주며 배가 복원력을 잃어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침몰의 1차적 원인이 무엇이 됐든 배가 측면으로 넘어지며 침몰한 것은 복원력 상실 때문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배의 복원력이란 무엇일까? 배의 안정성과 복원력 간의 관계,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선박에 적용되는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복원력'이란 무엇인가?

복원력이란 수면 위에 똑바로 떠 있는 배가 파도나 바람 등에 의해 기울 때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려는 힘을 말한다. 즉 복원력이 낮으면 배가 풍랑에 쉽게 기울어지고 또 전복되기가 쉽다. 복원력은 배의 무게 중심(Gravity, G)에서 경심(Metacenter, M)까지의 거리, 경심 높이(GM)에 비례한다. 그래서 경심 높이는 배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직접적인 척도가 된다. 물에 떠있는 물체에는 무게 중심과 부력 중심(Buoyancy, B)을 설정할 수 있다. 무게 중심이란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이 한곳에 모여 있다고 생각되는 점을 말한다. 물체의 무게 중심에 실을 매달면 물체가 균형을 잡아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부력 중심은 수면아래 잠긴 물체의 공간을 물로 채웠다고 가정할 때 그 부피에 해당하는 물의 무게 중심에 해당한다. 그래서 물에 떠있는 물체의 경우, 무게 중심의 위치는 변하지 않지만 부력 중심의 위치는 잠긴 정도에 따라 변한다. 경심은 부력 작용선(부력 중심을 지나며 수선에 대해 수직으로 그은 선)과 물체의 중심선이 만나는 점이다. 경심이 무게 중심 보다 위쪽에 위치해 경심 높이가 0보다 큰 경우, 선박은 복원력이 작용하는 안정 상태에 해당한다. 경심 높이가 0인 경우 선박은 중립 균형 상태로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을 경우 기울어진 상태를 유지한다. 경심 높이가 0보다 작아지면 배는 점점 더 기울어지려는 불안정 상태에 빠진다. 즉 경심 높이가 작을수록 선박의 안정성이 낮아진다. 하지만 경심 높이가 큰 것 또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심이 지나치게 큰 선박의 경우 횡요주기(선박이 한쪽 현으로 최대한 경사된 상태에서부터 반대 현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가 짧아 승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잦은 울렁거림으로 탑승시 상당히 피로하며 사람에 따라 심한 멀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화물이 움직여 손상되거나 선체 등을 손상 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적절한 경심 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배의 안전한 운행에 관건이다. 경심 높이를 임의적으로 조절 가능하게 해주는 배의 설비 중 하나로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가 있다. 밸러스트 탱크는 배의 부력을 조절하기 위해 내부에 적재된 물탱크이다. 탱크에 평형수(수평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물)를 채우면 배가 무거워져 무게 중심이 낮아지기 때문에 복원력이 높아진다. 반대로 물을 빼면 무게중심이 높아져 안정성이 감소하는 대신 저항이 줄어들어 속도가 빨라진다. 화물이 적을 경우 밸러스트 탱크에 물을 채워 안정성을 높이며, 배의 속력을 높이고 싶을 경우 물을 방출해 속력을 높인다. 이러한 관련성으로 참사 직후 세월호의 복원력 상실 원인으로 배의 속력을 높이기 위해 평형수를 방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보라 기자/lbr13@knu.ac.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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