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BS 다큐 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대학생들의 일생생활을 담아 우리 사회 대학교육의 방향성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지금 대학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인재란 무엇인가를 되물으며 사회를 책임질 인재를 길러내야 할 대학들이 학생들을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취직 준비반’에 모아두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도대체 왜 우리는 대학에 왔으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걸까?이번 기획기사를 취재하면서 본교 학생들에게 “왜 대학에 왔나?”라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보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자 다양한 개개인의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처음에 만났던 이는 행정학과에 다니는 새내기였다. 아빠 때문에 본교 행정학과에 진학했다는 박애은(행정 14) 씨는 “본래 경찰이 되기 위해 경찰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떨어졌다”며 “그후 경찰행정학과에 관심을 가졌지만 학교의 간판도 중요하다는 아빠의 의견에 따라 경북대를 다니면서 경찰 공무원 준비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렇듯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한 경우이다. 그 옆에 있던 이지민(행정 14) 씨는 조금 다른 경북대 진학 이유를 밝혔다. 이 씨는 “내 고향 강릉에서는 대관령만 벗어나자고 자주 말한다”며 “지금까지 살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자유를 맛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소를 옮겨 글로벌플라자에서 만난 이용환(자연대 생명공학 13) 씨는 “(나는 대학에) 새로운 경험을 하러 왔다”며 “고등학교에서는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억압받으며 생활했기에 대학생이 되어 자유롭게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년에 입학한 후 친구들과 여행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경민(농생대 조경 08) 씨는 “대학에 오면 내 맘대로 다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스무 살의 낭만을 즐기기도 잠시, 졸업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부담 앞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대학에 온 사람들도 있다. 박동진(IT대 컴퓨터 14) 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깊게 배우고 싶었다”며 “취업을 고려해 기계공학과 진학을 고민했지만 성적이 안돼 지금의 과에 입학했다. 원했던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전공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낀 박한나(사회대 심리 11)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고 깊게 공부를 하기 위해 전공으로 선택했다”며 “그러나 기대와는 조금 다르게 학과 공부가 어려워 고민되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조금 특별한 케이스도 있다. 여석준(사회대 지리 11) 씨는 고3때 의료분야의 꿈을 가지게 되었지만 문과여서 의대에 진학할 수 없었다. 여 씨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에 왔다. 전공은 전혀 꿈과 다르지만 의전원에 입학하기 위해 학점도 잘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박주영(자연대 수학 12) 씨는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대학에 왔다. 박 씨는 “나에게 맞는 길을 찾기 위해 어려움도 많았다”며 “지금은 찾은 그 길을 따라 가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우리는 가지각색의 이유를 가지고 대학에 왔다.

우리는 왜 질문하지 않는가EBS 다큐프라임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의 영상을 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웬만해선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지 않는다. 영상 속에서 초등학생의 우리들은 궁금한 것을 큰 목소리로 묻고 있었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된 우리는 책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질문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안진형(인문대 철학 14) 씨는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것이 수업에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진도를 살피며 질문을 하거나 보통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주영(자연대 수학 12) 씨 또한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면 주위의 눈치가 많이 보여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며 “뿐만 아니라 수업 후에 혼자 공부하면서 이해를 하다 보니 수업 중에 더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윤아(공대 화학공학 11) 씨는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동안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거리낌 없이 질문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며 “우리나라도 학생 참여도를 높이는 수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들은 수업시간에 질문이 생겨도 손을 들고 묻지 않는다. 나의 질문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교과서 위주의 학습을 하고 시험을 치면서 답이 정해져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사고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김규종 교수(인문대 노어노문)는 “이러한 분위기는 ‘왜?’라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주입식 교육 때문”이라며 “가정에서도 지적 호기심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독서량이 적고 사고력이 떨어져 물어볼 것이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왜 대기업에 들어가고 공무원이 되려 하는가취업난이라고 하는 이 시대에 누구나 팔 걷고 나서서 스펙쌓기에 뛰어든다. 토익점수와 각종 자격증을 따서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무원 학원에 등록을 한다. 도대체 왜 모두들 한 방향을 향해 달려갈까? 우리가 대기업에 들어가고 공무원이 되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이에 이동혁(IT대 전자공학 11) 씨는 “하고 싶은 일을 찾기가 어렵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나도 점점 대기업을 생각하게 된다”며 “이런 추세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윤아(공대 화학공학 11) 씨는 “대기업에 들어가야 성공한 것이라는 사회적 시선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이든 서열화하는 분위기 때문에 꿈이나 원하는 것은 멀리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점점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고 우리는 부모세대를 통해 직장에 들어가도 과거처럼 정년퇴직이 보장되지 않는 모습을 봐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높은 봉급을 주는 대기업과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게 됐다. 노진철 교수(사회대 사회)는 “취업 경쟁이 심한 이 사회에서 대기업이나 공무원은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기 때문에 선호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어떻게 대학생활을 해야 하는가요즘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장기적인 인생의 방향을 정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모른 채로 당장 눈앞의 것에 급급해 한다. 하지만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여 지식인을 길러내기 위한 곳이다. 김사열 교수(자연대 생명공학)는 “스포츠 스타는 근육을 강화하고 연예인들은 드라마 또는 TV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외모와 몸매를 가꾸듯이 지식인들은 지식의 양을 늘려나가야 한다”며 “그러나 그 지식의 양은 단순히 대학의 강의를 듣는 것 뿐 아니라 여행이나 연애, 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넓혀야 하는 것”이라 말했다. 또한 노진철 교수도 “대학이란 것은 학문의 공간인데 학생들이 취업에 집중해 대학생활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기존에 있는 것을 배우고 시험을 쳐 대학을 졸업하겠다는 자세보다는 배운 것과는 다른 현실상황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유진 기자/cyj13@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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