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공원의 임시분향소에 갔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량이 분향소 앞을 들락거렸다. 비가 거세게 쏟아졌지만 분향소를 찾는 이들은 끊이지 않았다. 커다란 렌즈를 단 카메라를 메고 분향소에 들어서자 앞에서 인사를 하던 자원봉사자의 시선이 카메라에 한동안 머물렀다. 카메라를 노려보는 듯 했다. 절로 눈치가 보여 슬그머니 카메라를 몸 뒤로 감췄다. 세월호 사건 이후, 사람들은 언론에 예민해졌다. 특히 진도의 유족들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취재를 하는 기자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언론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언론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내고, 이에 대한 본교생들의 생각을 들어 언론에 반성을 촉구해본다●

출발부터 ‘삐끗’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은 언론 스스로 자초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세월호 사건이 터진 16일 몇몇 언론사들의 1면은 ‘학생 전원 구조’라는 속보로 도배가 됐다. 평소 팩트를 외치던 기자들에게 사실 확인은 안중에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속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언론은 ‘전원 구조’라는 문자만 전해 듣고 남들보다 빠르게 신문을 찍어내기 급급했다. 구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언론들의 오보는 계속됐다. 같은 날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서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라는 발표를 했다. 언론은 그대로 받아썼으나 이 역시 사실과는 달랐다. 언론들의 계속 바뀌는 말을 들은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었다.그럼에도 언론의 오보는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에 공기주입 장치가 도착하기도 전에 ‘세월호 선체에 공기주입 시도 중’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고, 제대로 확인 되지 않은 채로 ‘선내에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보는 수없이 많았지만, 민간잠수부를 사칭해서 세월호 구조와 관련된 허위 사실을 인터뷰한 홍가혜 사건이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홍 씨는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 실제상황이 많이 다르다. 해경에서 지원해준다고 했던 장비가 지원되지 않고 있다. 배 안의 생존자와 대화를 한 잠수부도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가 잠수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등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방송을 통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졌고 인터뷰가 사실인 양 이와 관련된 유언비어가 SNS상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홍 씨가 말한 주장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으며 심지어 홍 씨에게는 잠수사 자격증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 씨를 인터뷰한 언론사는 단독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신원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실수를 저질러 버린 것이다. 이승훈(사회대 심리 12) 씨는 "언론에서 사실에 입각한 정보들을 투명하게 전달해줬어야 했다"며 "권력층은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손해가 덜 될지만을 생각하고 그 힘에 눌려 언론은 우왕좌왕하고 오보가 난무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젠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것 같아보였다.

‘오보’만이 아니다언론에 실망한 것은 오보만이 아니다. 언론의 비윤리적인 취재과정과 자극적인 표현 방식 또한 문제가 됐다. 지난 17일 사고발생이 채 하루가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한 뉴스에서는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성이 아닌 생명 보험금을 계산하고 있었다. 이는 같은 날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성을 보도한 CNN과 극명하게 대조되어 큰 질타를 받았다. 또한 한 기자는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 한명이 사망한 것을 혹시 아는가”라는 질문을 하여 사고에 대한 충격이 체 가시지도 않은 학생에게 가혹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실의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에게 무리하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취재원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방법으로 취재를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정재은(인문대 일어일문 14) 씨는 “기자들이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비윤리적인 취재과정으로 인한 이차적인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들은 항상 사건이나 사안에 대해 사람들이 무엇을 알고 싶은가? 무엇을 궁금해 할까?를 먼저 고민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데스크(신문사나 방송국의 편집부에서 기사의 취재와 편집을 지휘하는 직위)의 새로운 보도 아이템에 대한 압박 또한 적지 않아 무리하게 취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번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등에서도 언론의 과도한 취재는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외국과 비교되는 우리나라 언론의 재난보도준칙특히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한국기자협회에서 재난보도준칙을 만들려고 했으나 흐지부지 돼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재난보도준칙이 없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준칙도 없는 상황에서 취재가 제대로 이뤄질 리가 만무하다. 이는 외국의 언론과 크게 차이나는 점이다.외국의 신뢰받는 언론들은 자체적인 보도 기준을 만들어 큰 사건사고를 취재한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피해자의 사진을 싣지 않아 초상권을 보호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BBC같은 경우 2005년 런던 지하철 사고 당시 재난보도준칙에 따라 정부 발표가 있기 전까지 피해자 수를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뉴욕 맨해튼에서 발생한 아파트 폭발사고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으나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45분 뒤에야 첫 속보를 전했다고 한다.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한 줄이라도 일단 보도부터 하고 보는 국내 언론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본교생들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으며 ‘부정적’본지는 이에 본교생 140명을 대상으로 언론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세월호 사고 이후 언론의 위상이 얼마나 떨어졌는가를 보여주었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뉴스를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61%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과반수가 뉴스를 믿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에 대한 신뢰가 변했습니까?’라는 질문에서는 ‘그렇다’고 답한 이가 56%,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이가 44%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어진 ‘언론에 대한 신뢰가 어떤 방향으로 변했습니까?’라는 질문에 무려 응답자 전원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달라진 이유를 적어달라고 하자 ‘주목을 받기 위해 정확한 사실 규명없이 보도한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기자들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다. 또한 ‘원래 신뢰도는 변함없이 부정적이었다’는 씁쓸한 답변도 있었다. 잇따른 언론의 행태로 인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기존부터 있던 언론병폐가 드러난 것”일반 학생들이 아닌 언론사 지망생들은 이번 사고 이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본교 사회과학대 언론고시원 학생들이게 물어보았다. 조창훈(사회대 사회 06) 씨는 “큰 이슈를 두고 언론이 보여주기식 취재에 집중하느라 심층취재에 소홀했던 것 같다”며 “사고 직후 바로 보도를 하지 못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양영진(사회대 신문방송 06) 씨는 “1보에서는 속보니까 정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기사를 써도 어쩔 수 없지만, 2~3보에서는 심층취재를 한 기사를 실었어야 했다”며 “자료를 받았더라도 의심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권준용(사회대 신문방송 07) 씨는 “지상파 뉴스 등이 초기에 오보를 내보낸 것은 잘한 것이 아니지만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빠르게 보도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사 지망생들도 고민을 많이 해서 더 좋은 언론인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한편 일선에서 뛰고 있는 기자들 역시 한국 언론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간지 기자 A씨는 “진도에서 취재하며 느낀 건 기존 한국의 안 좋은 언론 관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라며 “검증 없이 보도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종이신문에게 속보경쟁이란 무의미하므로 빠르기보다 정확한 기사를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기자 B씨 역시 “이 사건 이후로 한국 언론이 크게 반성해야한다는 것에 나뿐만 아니라 주위 기자들도 동의한다”며 “유가족이 취재에 비협조적인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사연취재를 위주로 하다보니 취재과정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힘들게 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기자들 역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재난 때마다 반복되는 한국 언론의 병폐 사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언론이 보인 행태가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십년 전 대구지하철 사고, 페리호 침몰 사고의 재난보도도 지금과 흡사했다. 그 당시에도 자극적인 기사가 난무하고 취재원의 인권이 무시되기 일쑤였다. 남재일 교수(사회대 신문방송)는 “한국 언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사건 중심, 선정적, 미담 중심의 프레임이 겹쳐서 나타나는 것 뿐”이라며 “재난보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한국 언론이 가지고 있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다. 공무원 무능도 마찬가지다. 원래 있던건데 사고 이후 이슈가 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란리본을 달고 미안하다고 하는 것 등은 재난이 있을 때마다 하는 일종의 세레모니(의례)”라며 “의례를 거친 후 죄책감을 덜어버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죄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학준 기자/shj13@knu.ac.kr심지영 기자/sjy12@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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