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정아 기자/lja13@knu.ac.kr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천송이를 박물관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중대한 비밀을 말하는 장소로 다른 곳도 아닌 ‘대학박물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설치령에 따르면 1982년 말까지 종합대학을 세우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박물관을 지어야만 했다. 현재는 이 조항이 삭제됐지만 설치령 때문에 세워진 대학박물관은 그대로 남아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활기찬 기운이 넘쳐나는 캠퍼스 속에서 유일하게 새내기들의 싱그러움이 깃들지 않는 곳이 되어버린 대학박물관. 도민준은 대학박물관이 아무도 찾지 않는 곳으로 전락해 버린 사실을 알고 찾아 간 것이 아닐까?●

교육과학기술부의 <거점국립대학 박물관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박물관별 1일 평균 관람객이 4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별 1일 평균 관람객 수는 충남대가 3.4명으로 가장 낮았고, 제주대 4.1명, 전북대 4.2명, 부산대 9.7명, 강원대 14명, 경상대 16명, 전남대 33명, 충북대 58명 순이다. 1일 평균방문객이 10명 미만인 대학이 4곳이나 된다.

1955년 <대학설치기준령>이 제정되면서 종합대학을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 내 ‘대학박물관’이 있어야 했다. 이는 박물관 설치 조항이 삭제되는 1982년까지 지속됐다. 통계청의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등록박물관 740개 관 중 대학박물관은 12.8%인 95개관이다. 그렇다면 본교 박물관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얼마나 될까? 64명으로 서울대(271명) 다음이다. 연간 2만 명이 본교 박물관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학내구성원 관람객 수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질과 양에 있어 국내 유수의 본교 박물관

본교 박물관은 학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이다. 박물관은 1959년에 개관해 석조미륵반가사유상,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등의 보물 7점을 포함해 선사시대부터 근대 민속자료에 이르기까지 7천여 점의 수집품과 4만여 점의 발굴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기획전시실과 7개의 상설전시실, 야외석조물 전시장인 월파원으로 구성됐다.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쯤 월파원을 지나치지 않은 학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4년 동안 박물관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졸업하거나 박물관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졸업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박물관 역할은 유물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교육을 하는 데 있다. 대학박물관은 ‘대학교육’이라는 고유한 기능을 가졌다는 점에서 일반 박물관과 차이를 갖는다. 대학에는 교육을 위한 기반이 가장 탄탄하게 잡혀있기 때문에 대학박물관이 사립박물관보다 더 체계적이고 심화된 교육이 가능하다. 본교 박물관 이재환 학예사는 “박물관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당장 취업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며 “하지만 후에 삶을 더 윤택하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박물관의 과거와 현재

대학박물관의 역할은 시간에 지남에 따라 바뀌어 왔다. 예전에는 유물 발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대학박물관밖에 없었고 따라서 대학박물관이 국내의 모든 유물 발굴을 했다. 그러나 유물 발굴 작업을 수행하는 외부 전문기관이 점차 많아지고, 문화재청에서 정하는 기준 또한 전문기관에 맞추어져 대학박물관이 그 기준에 맞추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에 따라 현재는 대학 박물관들이 발굴이라는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대학박물관이 수행하는 역할도 변하게 되었다. 유물 발굴의 역할이 사라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다양한 전시와 교육·행사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가깝고도 먼 박물관

이재환 학예사는 “박물관은 학교 안에 있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다”며 “대학박물관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해도 이를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방문객은 드물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관람객의 70~80% 이상이 초중고 단체관람 학생들이며 본교생 관람객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외국에 있는 유명한 박물관에는 돈을 주고서라도 꼭 찾아가면서 정작 우리대학 안에 있는 박물관은 찾지 않는 것이다. 이 학예사는 “많은 학생들이 박물관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공간을 떠올린다”며 “박물관이 영화처럼 스릴 넘치고 스펙터클한 재미는 없지만 사골처럼 우러나는 은근한 재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박물관 입구는 들어가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사람들이 잘 통행하지 않는 길목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박물관에서는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층 로비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대학박물관은 대학구성원만의 것?

대학박물관이 교내구성원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만 대상으로 해서는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대학에 요구되는 역할 중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이 있기 때문에 대학박물관 또한 학내 구성원을 중심으로 하되 지역민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박물관협회 윤현진 사무국장은 “물론 학내 구성원이 제일 중요하지만 대학 박물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학 내보다 바깥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재환 학예사 또한 “일반시민들에게 박물관을 개방해 학교를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한다면 자연스럽게 본교에 대한 관심도 많아질 것”이라며 “더 나아가 본교에 입학할지도 모르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장체험 학습으로 본교 박물관을 찾은 김나현(학남중 1) 씨는 “학교 체험활동으로 왔는데 경북대 캠퍼스도 구경하고 박물관도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며 “경북대에 입학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지역에 의한, 지역민을 위한 전시

현재 본교 박물관은 대구시 서부교육지원청과 체험학습지원 협약을 맺어 박물관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청은 지역학생을 위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학교는 홍보를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재환 학예사는 “국립대구박물관과 비슷한 유물로는 대학박물관이 경쟁할 수 없다”며 “올해는 지역사회를 주제로 지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시전을 준비해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물관은 초·중·고 교육과정에 포함된 울릉도·독도에 관한 내용을 특별전과 접목해 박물관을 외부에 알리고 활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울릉도·독도의 자연과 개척민의 삶’ 특별전은 작년 10월 말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전시되었으며 현재 연장 전시 중이다. 박물관을 찾은 반재호(공대 응용생명 14) 씨는 “원래 박물관에 관심이 많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3D 안경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근근이 버티는 대학박물관,

모두를 위한 투자 필요해

본교 박물관뿐 아니라 많은 수의 대학박물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대학박물관협회에서는 대학박물관들이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서 학내 구성원 및 지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고지원사업이 잘 분배되도록 돕고 자구책을 찾기 위해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윤현진 사무국장은 “대학박물관은 대학 소속이기 때문에 학내에서 입지를 넓혀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환 학예사는 대학박물관에 대한 예산지원에 대해 “딱 생존을 위한 정도”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특별전에 투입된 예산만 3,500만 원 정도인데 1년 예산으로는 많이 빠듯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대학 설치령이 폐지되면서 기존에 있던 대학박물관을 없앨 수는 없으니 최소한의 예산만 지원하는 것이다. 윤 사무국장은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있지만 대다수가 재원이 부족해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협회에서 이전에 평가지표에서 박물관의 역할이 빠졌던 부분을 다시 넣을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부분이 강화된다면 대학박물관이 학내에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지윤 기자/ljy13@knu.ac.kr

최유진 기자/cyj13@knu.ac.kr

색깔 있는 대학박물관

‘팔방미인’ 고려대 박물관

고려대 박물관은 유물, 교육·행사, 전시에서 모두 강점을 가진다. 1934년에 최초로 설립된 대학박물관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학박물관 중 하나이다. 5개의 다른 테마를 가진 상설 전시장에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교육·행사를 연령대별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그 중 문화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아동들을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과 연계한 무료 교육이 8년에 걸쳐 17회 째 시행 중이다. 특별전은 2005년 이래로 거의 쉬지 않고 역사와 미술에 관해 전시를 하고 있다. 현재는 프랑스 출신 작가 Haessle의 개인전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담당 학예사는 “고려대는 박물관에 학교의 지원이 많은 편이라 유물, 교육·행사, 전시 각각의 분야가 잘 활성화 되어 있다”고 말했다.

‘각양각색의 매력’ 숙명여대 박물관

숙명여대 박물관은 다양한 컨텐츠가 강점이다. ‘프랑스 영화 포스터전’, ‘마추픽추 발견 100주년전’ 등의 외국 대사관이나 작가와의 연합을 통한 국제적 컨텐츠를 소개할 뿐 아니라 ‘디지털 그래픽전’이나 꽃을 모티브로 한 ‘꽃향기 옷깃에 배어’와 같이 다양한 소재도 두루두루 다루어 준다. 또한 지난해부터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특설 교육을 운영해 수묵화와 드로잉 수업을 제공한다. 현재는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바라고 바라다’라는 제목으로 인간의 욕망, 염원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다양한 수복문양의 존재에 대한 전시를 진행 중이다. 정혜란 학예사는 “대학 박물관의 활성화를 위해 미술대 교수님과 연계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며 문화봉사단을 선발해 문화예술의 활동의 장을 마련하고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인의 향기, 옛 것의 향기’

이화여대 박물관

이화여대 박물관은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여대답게 여성에 관련된 전시회가 많아 인기가 많다. 현재는 ‘조선시대 여인의 삶’에 대한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화여대 박물관은 지난 전시에서도 ‘여성의 노동’, ‘모성’ 등 여성관련 소재의 전시를 했을 뿐 아니라 ‘조선 무관’, ‘조선의 삶을 만나다’ 등과 같은 옛 것에 대한 전시회가 활발하게 열린다. 한편, 박물관 내에 아트샵과 서점을 구비하여 옛 것의 특성을 살린 도자기, 엽서 등 전통적인 문화상품과 포스트잇, 여권 케이스, 에코 백 등 현대적 문화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대구대 박물관

대구대 박물관은 전국 대학 최초로 한국대학박물관협회 주관의 ‘대학박물관상’을 받았다. 대구대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현대목칠공예전시관과 대구대에서 특성화된 특수교육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특수교육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대구대 박물관은 특히 교육·행사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대구대 박물관 홈페이지 로고에는 함께하는 박물관, 움직이는 박물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구성된 프로그램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문화교육에서 진행되는 전시관 연계 교육은 ‘왕과 왕비 복식체험’ 등 직접 유물을 관람하고 참여 할 수 있어 방문한 어린이들이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스마트 기기를 접목해 관람을 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을 도입해 생생한 박물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구대 박물관 황정숙 연구원은 “외곽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 요건은 좋지 않으나 교육 프로그램 등이 다양해 반응이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최유진 기자/cyj13@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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