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의 곡창인 흑토 지대와 미인으로 유명한 우크라이나, 하지만 한국과의 문화적인 교류는 많지 않은 탓에 많은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국가일 것이다. 최근 이 우크라이나에서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러시아의 크림 반도 독립·합병 사건이다.우크라이나는 친러시아적인 동부와 친서방적인 서부로 나눌 수 있다. 친러시아적인 야누코비치 정권이 이전부터 약속됐던 EU와의 협력 협정을 러시아의 압력 때문에 취소하면서 반정부시위로 촉발됐다. 이로 인해 야누코비치는 탄핵되고 친서방 임시 정권이 들어서는데, 이때 친러시아적 성향이 강하던 크림 반도는 이에 반대해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하게 된다. 결국 크림 반도는 합병 조약 체결 후 사실상 완전한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게 됐다. 이러한 합병은 국제법과 우크라이나 헌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지만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의 30%이상을 러시아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정세는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합병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 지금은 사태가 거의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멀리서 일어난 일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한반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옆에 두고 있듯이 한반도 역시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옆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이라는 무기로 유럽을 위협해 크림 반도를 얻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만이 이런 무기를 가진 것이 아니다. 중국 또한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자원 강국이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본과의 희토류 문제만 보더라도 중국도 이러한 자원을 외교적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역시 전통적인 기계 강국으로 당장 일본 부품 없이 한국 내에서 완벽하게 자체 생산이 가능한 전자 제품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역시 언제든지 주변국의 경제적 압박에 휘둘릴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우크라이나와 한반도가 마냥 같다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서유럽보다 러시아에 치우쳐져 있으며 인접국들이 러시아를 제외하면 전부 동유럽의 약소국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경우 러시아, 중국, 일본과 같은 강국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여기에 미국까지 더해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는 우크라이나와 같이 한쪽 강대국의 일방적인 행위가 나타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긴장 상태 역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일이기에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가 과거 핵무기 포기를 통해 국제 사회의 지원을 선택한 나라라는 사실은 북핵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크림 반도 합병 사태는 힘이 없는 나라가 빈틈을 보여주면 곧 일어날 수 있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보여준 사건이며 우리는 이에 반드시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상호(공대 화학공학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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