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에서는 올해 7월 1일부터 전국의 대학 우체국을 동시에 폐국하려고 한다. 평소 많은 이들이 본교 우체국을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 만큼 우체국 폐국은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연예인들이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SNS에 직접 쓴 ‘손편지’를 올려 진심을 전하는 만큼, 우리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손편지와 소포는 현재까지도 그 가치를 지키고 있다. 본지에서는 본교 복지관 우체국 정영록 국장을 만나 본교 우체국이 갖는 의미에 대해 되새겨보고자 한다●

개국부터 현재까지의 역사가 스며든 본교 우체국본교 우체국은 1975년 3월 17일 개국, 경북대 분국으로 출발했다. 어느새 40년 정도 됐다. 복지관으로 이전한 건 1993년 10월 23일이다. 나는 작년 1월 8일부터 일을 시작했다. 사실 이용자의 대부분이 학생이라 일반인들보다 덜 까다로워서 일이 굉장히 순조로웠던 것 같다. 꾸준히 학생들이 이용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작년부터는 스마트가 대세인 만큼 스마트 뱅킹을 만들었는데 은행보다 늦게 출발해서 애먹었다.

우체국 업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작년에 단골학생 중 한 명이 지갑을 놔두고 갔는데 지갑에 돈이 좀 들었었다. 그걸 주운 한 학생이 지갑을 들고 간 사건이 있었다. 잃어버린 학생이 경찰에 신고해서 CCTV로 범인을 잡고, 절도죄가 성립됐다. 중간에서 내가 중재했다. 살다보면 돈에 욕심낼 수도 있고, 사실 잃어버린 학생의 부주의가 있기도 하니 용서해주라고 학생을 잘 타일렀다. 처음에는 화를 내더니 나중에는 용서해주더라. 학생이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고, 지갑을 주운 학생이 정중하게 사과해서 잘 해결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골손님?중국 유학생 한 명이 자주 온다. 자주 올 때는 일주일에 4번씩 온다.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얼굴은 기억한다. 외국인이니까 더 기억을 잘하는 것 같다. 주로 중국에 화장품 소포를 많이 보낸다. 중국에선 한국 화장품이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자주 오는 편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점점 손편지를 부치지 않는 상황인데, 국장님에게 우편,편지의 의미는?직접 쓴 편지는 마음이 전해진다는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말로 하는 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뱉지만 편지는 여러 번 생각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이 많이 각박해져서 모두가 손편지로 마음이 잘 안 가는 것 같다. 혹은 마음은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 같다. 다들 만나서 얘기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지막으로 경북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우체국을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지금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사실 세상이 변하니까 우체국이 없어지는 것도 일종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최종 결정은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일단 없어지는 것이 나도 너무 안타깝다. 학생들이 앞으로 우체국을 많이 이용해줬으면 좋겠다.

“편지는 가슴과 가슴,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결코 낡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전남우정청이 말하는 편지의 의미다. 바쁘게 사는 우리지만, 때로는 쉬어가는 시간에 편지의 가치를 재발견 해주었으면 좋겠다.

기희경 기자/khk13@knu.ac.kr사진: 이보라 기자/lbr13@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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