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동을 멈추지 못하고 반복한 적이 있는가? 예를 들면, 한 조각만 먹어야지 했던 과자에 두 번, 세 번 손이 가 결국 과자 한 봉지를 다 비웠다든지 또는 한 시간만 컴퓨터를 하고 과제를 시작해야지 생각했지만 세 시간이 넘도록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이렇게 자신의 이성적 의지를 거스르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이유는 그 행동이 자신에게 쾌락을 주기 때문이다. 과자를 맛보았을 때 느꼈던 쾌락을 다시 느끼기 위해 한 조각 더 먹게 되고 그러다가 매일 두 봉지 세 봉지를 먹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중독이라 부른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쾌락의 유혹 속에 버티며 살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쾌락을 누리면서 더 많은 쾌락을 원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칫하면 쾌락의 노예가 돼버릴지도 모르는 쾌락의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이러한 쾌락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중독의 길로 빠져드는지 쾌락과 중독의 메커니즘에 대해 과학적으로 알아보자●

#오후 7시 보라는 동문반점에서 자장면 한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 서비스로 군만두까지 아주 배부르게 행복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보라는 흡족한 마음으로 불룩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배를 쓰다듬으며 너무 배가 불러 더 이상은 어떤 것도 입에 들어갈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른 배를 잡고 집에 도착한 보라의 눈에 김밥이 보인다. 방금 전까지의 마음과는 다르게 보라의 머릿속은 김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감정은 마음에서 오는 것일까?자장면을 먹고 느끼는 행복과 김밥을 먹고 싶다는 욕망 모두 감정에 속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감정을 표현할 때 ‘욕망에 불타오르는 가슴’, ‘안쓰러움에 가슴이 미어졌다’와 같이 감정의 출처를 마음으로 설정한다. 하지만 정말 감정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인가? 감정은 대뇌 피질 바로 아래에 있는 변연계에서 생성된다. 변연계는 대뇌와 시상하부 사이 경계에 위치해 대뇌 피질과 이중 경로로 연결되어 감정과 행동, 욕망의 조절에 관여한다. 감정을 느끼는 체계, 감정회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 일반적인 감정은 가장 먼저 편도가 이를 감지하고 이 신호를 대뇌피질과 시상하부 회로로 보낸다. 시상하부가 이 신호를 받고 신체적 변화를 촉발하는 동시에 이마엽피질에 신호를 전달하면 감정이 최종적으로 인지된다. 반면 긍정적인 감정은 이와 다른 신경회로를 통해 인지된다. 인간은 식욕, 성욕, 증오, 두려움, 동정심 등의 여러 종류의 감정을 느낀다. 이들은 선천적인 욕구가 충족될 때 느끼는 동물적 감정과 인간 특유의 감정으로 구분된다. 우리는 이 중 쾌락과 관련된 욕구라는 동물적 감정에 대해 알아보자. 인간의 뇌를 실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뇌과학 연구에서는 동물의 뇌를 사용한다. 동물의 뇌와 인간의 뇌가 전적으로 같지는 않더라도 두 뇌의 기능 간에 공통된 부분이 있다면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 가정하기 때문이다. 동물 실험의 결과 기쁨이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이 일어날 때 이를 ‘정동’(情動)이라 한다. 동물이 어떤 것을 욕망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때의 동물의 감정을 인간의 즐거움이나 행복과 같다고 생각해 ‘쾌정동’이라 칭하고, 어떤 것에 대해 회피하거나 공격을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를 ‘불쾌정동’이라 칭한다.

쾌락의 메커니즘, 보상회로쾌감회로는 1954년 캐나다의 맥길 대학에서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의 실험에 의해 발견됐다. 제임스와 피터는 쥐의 뇌에 전극을 연결, 쥐가 버튼을 누르면 전극에 전기가 흐르는 실험을 했다. 제임스와 피터는 이때 버튼을 누르는 쥐의 행위를 보고 쥐가 ‘쾌정동’의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실험 결과 전극이 뇌의 특정부위에 연결되었을 때 쥐는 먹고 자는 모든 활동을 뒤로하고 24시간 동안 시간당 평균 2천 번씩 버튼을 눌러댔다. 이를 통해 중뇌의 뉴런 집합소인 복측피개령에서 측좌핵으로의 신호전달 경로가 쾌감회로임을 발견했다. 복측피개령의 뉴런이 신호를 보내면 측좌핵을 향해 있는 축색 끝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물질이 방출되는데 이때 ‘쾌정동’이 일어난다. 즉, 욕구충족 시 변연계가 결과를 인식하고 대뇌 피질로 신호를 전달, 대뇌피질에 의해 복측피개령의 뉴런이 신호를 받아 측좌핵으로 도파민을 방출하면,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집에 도착한 보라의 눈에 김밥이 보이는 순간 보라는 김밥이라는 자극을 변연계와 대뇌피질을 거쳐 인지한다. 그 결과 보라는 김밥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만일 보라가 김밥을 먹는다면 보라의 뇌는 김밥의 맛을 인지하고 복측피개령의 뉴런에 김밥을 먹었다는 신호를 전달, 뉴런은 측좌핵을 향해 도파민을 방출하는 보상회로가 이루어질 것이다. 결국 김밥을 먹은 보라는 분비된 도파민으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쾌정동의 유발자 도파민쾌감을 일으키는 도파민은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도파민이 분비될 때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 신경전달 물질은 뉴런이 다음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 할 때 방출하는 화학 물질로 뉴런과 뉴런 사이 시냅스 틈을 건너가 신호를 전달한다. 이러한 신경 전달 물질은 자극의 정도와 다음 뉴런의 수용체 수에 따라 분비의 양이 달라진다. 또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 양이나 작용의 세기가 감정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도파민이 적정량 분비되면 좋은 기분을 느끼지만 과소분비 된다면 운동 기능 장애가 생기는 파킨슨병에 걸릴 수 있으며 과잉분비 될 경우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이 올 수 있다.

#보라는 앉은 자리에서 김밥 한 줄을 다 먹은 뒤 친구의 전화를 받고 집근처 호프집으로 나섰다. 보라는 최근 한 달간 매일같이 저녁에 술을 마셔왔다. 이제는 술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술집으로 향하는 발길을 멈출 수 없다. 보라는 자신이 원래 이렇게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쾌락의 무한 탐닉, 중독중독이란 좋지 않은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충동적인 물질 갈구를 멈추지 못하는 뇌의 만성질병이다. 중독은 대부분 ‘기분 좋았던 경험’에서 시작해, ‘보상-반복-재발’의 악순환을 반복하며 몸과 마음을 파괴한다. 우리 현대 사회에서 중독은 큰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게임중독, 니코틴중독, 도박중독, 쇼핑중독 등 수많은 중독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수많은 쾌락에 노출돼 있고 또 그 쾌락의 유혹을 절제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노스의 책 「사탄의 태양 아래서」에 나오는 “우리의 가엾은 육신은 한없는 탐욕으로 쾌락과 고통을 모두 취한다”는 말처럼 가엾은 우리는 중독이라는 쾌락을 놓지 못해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

약물 중독의 메커니즘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중독성 약물과 술은 체내의 보상회로를 변경시켜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일반적으로 복측피개령의 도파민 뉴런은 다른 뉴런에 의해 도파민의 분비가 억제되고 있다. 이 억제성 뉴런이 방출하는 신경 전달 물질 GABA가 도파민 뉴런의 GABAA 수용체와 결합하면, 뉴런 밖의 염소 이온이 도파민 뉴런으로 흘러들어가 도파민 분비를 억제한다. 알코올은 이 억제과정을 방해한다. 이렇게 되면 도파민 뉴런이 흥분억제를 받지 않아 측좌핵에 도파민 분비량이 늘어난다. 그러면 쾌감이 커지게 되고 보라는 커진 쾌감을 다시 맛보기 위해 술을 한 잔 더 마시게 된다. 이런 과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매우 합리적인 우리의 뇌는 도파민 수용체의 양을 줄여 도파민 급증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줄어든 수용체는 만족할 만큼의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도파민을 필요로 해 더 많은 중독성 물질을 갈구하게 된다. 즉, 술을 한 달간 매일 같이 마신 보라의 측좌핵 뉴런에는 도파민 수용체가 현저하게 낮은 수로 존재할 것이다. 중독성 약물의 경우도 억제성 물질에만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중독의 원인 복합성하지만 위의 메커니즘은 수많은 중독 메커니즘 중 하나일 뿐이다. 쾌락과 중독의 과정에 관한 수많은 가설이 존재한다. 쾌락과 중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작용을 아우르므로 단순하게 원인을 규정할 순 없다. 지금도 쾌락과 중독의 또 다른 메커니즘을 찾기 위해 각 학계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보라 기자/lbr13@knu.ac.kr

 참고문헌:「Newton highlight 뇌와 마음의 구조」「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장 디디에 뱅상」「뇌 The Brain Book-리타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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