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감천문화마을, 이화동 벽화마을, 대구 범어아트스트리트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공공예술’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예술을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직접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벽화마을이나 지하도 예술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품도 예술로서 각광받고 있다.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쓰이지 않는 공간이나 이미 폐허가 된 공간을 아름답게 재탄생 시킨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로 범어동에 위치한 범어아트스트리트는 텅 빈 지하공간의 스산한 분위기 때문에 범죄발생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이어지면서 문제가 된 공간이었는데,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이 이를 매력적인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대구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지하철 2호선 범어역 지하도인 ‘범어아트스트리트’의 벽면갤러리와 스페이스1~5관의 전시 주제는 미술관이나 전시회의 주제들처럼 난해하지 않다. 전시물들을 관람하다보면 우리 일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체 기획전시는 연2회 진행되는데, 이번 상반기에는 ‘Dynamic Place(다이나믹 플레이스)展’이 29일까지 진행된다. 하반기 전시는 10월 중 ‘쉼의 미학(부제 : 길, 아트를 품다)’이라는 전시명으로 공공디자인 조형작품 설치 프로젝트가 마련될 계획이다.

‘Dynamic Place展 & 벽면 갤러리’범어아트스트리트는 지역 20~30대 작가를 중심으로 영상, 미디어, 설치, 회화, 입체 등 다양한 시각적 장르의 작품을 제시하며 역동적인 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시각 및 다원분야 등 지역예술단체를 대상으로 실험적 창작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올해 2월 전시가 다소 실험적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제로 친숙하게 다가온 것이 주목을 끈다. 최근 범어아트스트리트를 방문한 정지현(예술대 시각디자인 13) 씨는 “범어동은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되어 있고, 이동 인구도 많은 곳이라 많은 주민들이 예술 환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사실 대구에 명소가 많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컬러풀 대구 캠페인도 사실상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예술 공간으로서 좋은 볼거리인 것 같다”고 범어아트스트리트의 긍정적인 면을 말했다.벽면갤러리와 스페이스1~5관 전시에는 현재 문민정 작가를 포함한 20명의 작가가 전시를 진행 중이다. 그 중 이경호 작가의 작품 ‘Fork Drawing’은 포크를 구부려서 만든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경호 작가(예술대 조소 06)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포크를 의인화해서 만들었는데, 포크라는 특이한 소스 때문에 작품이 재미있게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간 스페이스 1~10범어아트스트리트는 전시, 공연 뿐만이 아니라 대구에 거주하는 작가에게 작업과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일년에 한차례의 공모전을 통해 작가를 선발한다. 대관비는 무료이고 대신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을 각 공간마다 운영하고 있다. 현재 10개의 공간을 운영중이며 도예/솟대/문학회/조각 등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다. 각 스페이스마다 주민들을 상대로 시쓰기교실 등 각종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Project B에서 5월 1일부터 산책을 통한 내면과의 만남과 자신의 꿈에 관한 것들을 표현한 공간 설치 작업을 계획중인 김재경(화가)씨는 "작품을 보고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분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며 "또 어떤 할머니가 갤러리에서 작품 설명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읽고 계시는 걸 봤다. 일반인들이 이런 공간을 지나다니게 되면 결국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Art Blue5에서 캔버스에 나이프로 물감을 찍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특이한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손호출씨는 “내 스튜디오도 그렇고 이곳에 있는 모든 스튜디오가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구경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갤러리라고 해서 굳이 작품을 사야하고 친분이 있어야만 들린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부담을 느끼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와서 둘러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요 퇴근길 콘서트범어아트스트리트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매주 금요일마다 깜짝 이벤트를 마련한다. ‘금요퇴근길콘서트’가 바로 그것이다. ‘아르스노바 아트컴퍼니’의 테너 최승환(26)씨는 “이번이 세번째 공연인데, 그냥 일반대중들 앞에서 하는 것이다보니 오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 앞에서 하는 것과는 차이가 많다. 여기는 관객분들도 호응을 잘해주시고 길 가다 멈춰서 들으시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예전에 어린 아이들이 공연 중 앞에 나와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춰서 굉장히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범어역 근처에 살고 있는 심경희(35)씨는 “우연히 지나가다가?금요 퇴근길 콘서트?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콘서트가 있을 때마다 온다”며 “굉장히 뜻깊은 행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범어아트스트리트, 앞으로의 개선방향범어아트스트리트는 앞서 말한 대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완벽한 예술이 없듯 완벽한 예술 공간 또한 없는 법이다. 범어아트스트리트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대구도심영어거리 ‘E-Street’가 있다. 그러나 작년 4월 관리비와 임대료가 체납되어 대구시에서 사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뒤 문을 닫은 실정이다. 텅 빈 영어거리 때문에 아트스트리트의 초입은 다소 분위기가 휑하다. 조철희 교수(예술대 시각디자인)는 범어아트스트리트와 같은 공공예술에 대해 “시민들을 위한 예술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공예술은 긍정적이지만, 모두의 공간을 특정 단체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또한 작품 전시 중인 한 작가는 “지하도에 설치한 예술이다 보니, 지하도의 어두운 회색 벽면이 작품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미술관과 전시회의 벽면들이 흰색인 이유도 다 작품을 살리기 위해서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범어아트스트리트는 오는 4월 1일부터 벽면갤러리에서 ‘대구원로미술인특별전’을 새롭게 개최한다. 또한 5월에는 아트마켓 등 범어아트스트리트만의 축제를 기획하기 위해 작가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회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대구미술협회 관계자는 “아직 범어아트스트리트에 대해서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기업이 아니라 시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아직 홍보가 조금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만큼 더 많은 홍보와 관심이 있다면 발전가능성이 있는 곳이다”고 말했다.

박진 기자/pj12@knu.ac.kr기희경 기자/khk13@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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