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학내 소모임에 참여하고 있는가? 당신의 학과에 있는 소모임의 종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지금까지 대학을 지탱하던 수 많은 학술 소모임들이 그 자취를 감추고 성질이 변모해 왔다. 이에 본교 학술 소모임의 현황을 알아보고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해 본다●

아직 죽지 않았어!

인문대 국어국문학과의 경우 학과 소모임 활동이 활발한 편이며 시문학을 창작하는 ‘한비’, 시나리오, 희곡을 창작하는 ‘희공’ 등 6개 소모임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국어국문학과 학회장 이동경(09) 씨는 “학과 소모임에 들어오는 사람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편이지만, 참여가 필수가 아니라서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기 때문에 매 해 신입생의 성향에 따라 활성화 정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사학과의 경우 한국사반, 동양사반, 서양사반 등 여러 학술반이 꾸준히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변재웅(인문대 사학 05) 씨는 “아직까지 건재하지만 학술반 MT, 연합 세미나, 족구대회 등이 잦던 예전에 비해 활동이 부족해진 건 사실”이라며 “평균적으로 1학기 때보다 2학기 때 다소 침체되는 분위기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고고인류학과에는 고고학 관련 소모임인 몸돌과 인류학 관련 소모임인 ‘라뽀’가 있다. 고고인류학과 학회장 장주탁(09) 씨는 “2주에 한 번 활동을 하며 올해는 새내기의 80% 이상이 참여해 예전에 비해서는 늘었다”며 “‘몸돌’은 박물관이나 지역 유적지를 방문하기도 하고 ‘라뽀’ 역시 현지조사를 나가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사회대 천문대기학과의 경우 3학년 때 천문 분야와 대기 분야 중 진로를 결정하기 전 2개의 소모임을 통해 미리 학과 공부를 체험할 수 있다. ‘하늘바람’ 학회장 배정호(자연대 천문대기 11) 씨는 “과거 학술모임을 하면서 어려운 내용을 많이 다뤄 소모임 활동이 위축된 것 같아 최근에는 쉽게 접근하려 노력하며 학년별로 난이도를 조정했다”며 “누구나 쉽게 다가가서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죽지 않았지만…

사회대 사회학과에는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 학술 소모임 ‘별밭’과 시사 이슈를 넘어 좀 더 철학적인 소재로 토론을 하는 소모임 ‘자화상’이 있다. ‘별밭’의 경우 현재 참여인원이 6명이며, 자화상은 선배 단위의 참여도가 저조해 구성원이 전보다 줄었다. 별밭 학회장 한영대(09) 씨는 “취업 준비 때문에 참여도가 저조하다”며 “내가 새내기 때는 적어도 10~12명이 있었는데 점점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한 자화상 학회장 김광수(12) 씨는 “전에는 선배가 후배보다 많았는데 지금은 12, 13학번밖에 없어 스터디 자체의 질이 낮아졌다”며 “구성원은 줄어들고 예전과 환경은 달라졌는데 같은 결과를 내야 하니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문헌정보학과는 ‘북킹’이라는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북킹’ 전 학회장 김슬아(11) 씨는 “기존 학생은 졸업하는데 신입생이 소모임에 별로 가입하지 않기 때문에 전에도 비슷한 소모임이 있었지만 활동이 간간히 이뤄지다 없어지곤 했다”며 “소모임 홍보가 부족하고 학술모임에 대한 신입생들의 관심 자체가 부족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학부의 경우 현재 사회진출 준비 및 학술 토론모임 ‘트윙클’이 이번 해에 새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행정학부 학회장 임지현(행정 11) 씨는 “재정적인 부분이 힘들어 학술모임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는 인원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임 회장은 “2010년 즈음에 없어진 ‘사회과학연구반’이라는 학술모임에도 참가했었는데, 그 당시 연구반이 없어진 이유는 학생들의 관심 부족이었다”며 “실제로 공모전, 스펙 위주의 모임들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걸 보면 학생들의 요구에 학술모임들이 따라가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취업과 스펙에서 벗어난 순수한 학술 모임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학교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치외교학과의 ‘국제정치학회’는 올해 활동이 정지되어 명맥이 끊긴 상태이다. 현재 임시로 소모임 장을 맡고 있는 강영은(12) 씨는 “작년만 해도 자유롭게 발표하고 질의 응답하는 방향으로 토론도 하고 영화도 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올해는 와해된 분위기이다”라며 “모의유엔이라는 대회를 준비해서 나가는 학회이기도 했는데 그 대회가 끝나거나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메리트가 없어져서 소홀히 하게 되는 등 변질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술 소모임이 꾀해야 할 새로운 모습과 변화에 대해 한겨레 이재훈 대학 담당 기자는 “본인의 스펙과 취업이 중요한 개인 위주의 대학생활을 보내는 학생들은 학교의 어딘가에 속한다는 것이 두려울 것”이라며 “학문을 독학하기에 편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오프라인의 많은 학술학회들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기자는 덧붙여 “우리가 모여 서로 공부한 ‘정보’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깊이 있는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학술모임이기 때문에 이는 여전히 유익하며 사라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규종 교수(인문대 노어노문)는 “대학에 오기 전 대학입시 공부만 하다 보니 기본적인 소양과 지적호기심이 부족한 상태로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학술모임을 해봐야 취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은 평상시에 지적호기심을 가지고 독서를 해 지식인이 돼야겠다는 사명의식을 가져야 하며 주체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내 소모임에 애정을 가지고 부흥시킨 우상희(인문대 국어국문 11) 씨는 “두 가지 소모임을 맡으면서 참여하는 학생이 별로 없어 끝내려 했지만 선배들 대부터 이어온 학회라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이어갔다”고 말했다. 우 씨는 “내가 했던 생각을 한 사람들이 전에도 많이 있었을 것”이라며 “나에게는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손을 놓지 않게 해준 좋은 기억이었듯이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하냐에 따라 소모임이 지니는 의미가 저마다 다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학부 취재팀/knun@knu.ac,kr

당신이 몰랐던 학술 소모임 이야기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본교에서 꾸준히 학회 활동을 했으며 현재 대구에서 여러 인문학모임들과 인문학도서관을 만들어 꾸려가고 있는 김노열 씨(후마네르 인문학연구소 대표)의 증언을 통해 학술 소모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보았다.

학회나 학술 동아리가 활성화된 것은 특히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이었다. 그 이전에는 전공 스터디가 주류를 이루었고, 소위 운동권교육이라 일컬어지던 스터디 그룹은 주로 지하에서 활동을 했었다.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전공 스터디 이외에도 사회과학이나 여성학 등을 표방하는 스터디 그룹들이 많은 학과에서 생겨나 문집 발간이나 발표회 등 학회 내 또는 학회간 행사들이 많은 편이었다. 92년에는 인문대에서 ‘진실’이라고 하는 동아리가 만들어져 타 단대와의 학술 활동 연계, 그리고 인문대 각 과의 학회 활동 교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최근 대학생들의 학회 혹은 학술 동아리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은 학술공동체로서의 대학의 위상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상아탑에 반드시 있어야 할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활동이 약화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뒤편에는 한국사회의 취업과 스펙 중심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지만 대학교라는 것이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지, 대학이 대학다워지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경주해야 하는 것인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기다.

학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선 먼저, 지역 연계를 강화하여 학회 활성화의 길을 펼쳐나가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지역성(로컬리티)과 글로컬적 전망을 강화해 나가 학술적인 관심을 엮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독일을 비롯하여 대학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서유럽 나라들의 경우 청강생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이 역시도 대학을, 그리고 학회나 학술동아리 활동을 보다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공 학회를 전공자들 간의 연구와 소통의 자리로서만 사고하지 말고, 비전공자들과의 지식 나눔의 기회로도 생각해서 전공 학회나 학술 동아리가 지역 사회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 사이의 통섭이나 융합을 위한 기회나 자리들이 많이 필요하다. 이것은 당면한 필요성이기도 하지만, 또한 대학생들 간의 소통 뿐만 아니라 자치/자율활동의 공간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물론 위에 언급한 방안들은 한국사회를 보다 더 살맛나는 곳으로, 대학사회를 보다 더 대학다운 곳으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과 함께 갈 때 더욱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88만원 세대가 되고, 대학이 상업의 논리, 자본의 논리에 물들어 있는 이상 학회와 학술동아리의 이상 실현은 참으로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부 취재팀/knun@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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