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취업포털에서 지방대 출신 구직자 408명을 대상으로 ‘학벌로 구직 준비 및 활동 시 불이익 받는다고 생각한 경험’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82.6%)이 ‘생각한 적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은 불이익을 극복하기 위해 ‘토익, 어학연수 등’(49.3%)의 노력을 한다고 밝혔다. 조사결과로 볼 수 있듯 대학생, 특히 지방대학교 학생들은 어학연수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당연한 절차로 여긴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본교 국제교류원에서는 2013학년도 1학기부터 본교 주관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이에 본지는 왜 본교 주관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폐지됐는지, 어학연수가 정말 효용성이 있는지,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본교 국제교류원에서는 2013학년도 1학기부터 본교 주관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국제교류원에서는 ▲신청자가 매년 감소하는 추세 ▲학생 개인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 형성 등의 이유로 프로그램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국제교류원 이연경 주무관은 “2006, 7년도에는 어학연수 신청자 수가 많았지만, 이후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였다”며 “본교 주관 프로그램은 인원수나 연수 국가 측면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유학원을 통해 정보를 얻게 되면서 굳이 본교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 개개인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주무관은 “어학연수는 ‘어학 실력 향상’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며 “학교에서 해주지 않는다고 가지 않는 것이라면 애초부터 목적 자체가 불분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용만 수백에서 수천만 원

한편 지난해 여름에 본교 주관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다녀온 김규리(인문대 불어불문 12) 씨는 “일반 학생인 경우 모든 경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며 “어학연수에 참여하고 싶어도 비용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강진호 교수(인문대 영어영문) 역시 “학생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대학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지만, 비용적인 문제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교에서는 본교 주관 프로그램이 있을 당시에도 소액의 비용만 지원하거나 전혀 지원금이 없었다. 이 주무관 역시 국제화 프로그램 지원액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반면에 부산대는 학업성적, 영문 수학계획서, 영어 성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종 계절학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1인당 150만 원 내외 혹은 총 경비의 약 40%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신입생은 70만 원(총 프로그램 경비의 25%), 가계곤란자는 총 연수 경비의 100%를 지원한다. 부경대 역시 1996년부터 어학연수 기금을 마련해 다양한 국가와 자매결연하여 성적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들에게 일정액의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김 씨는 “본교도 면접 인터뷰나 공인어학 점수로 학생들을 선발해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학생도 최대한의 학습 효과를 얻을 것이고 본교도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학생을 지원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본교 주관 어학연수는

믿고 다녀올 수 있었는데 ?

한편 일각에서는 본교 주관 프로그램이 폐지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규리 씨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연수를 간다면 본교 프로그램을 통해 가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없어져서 아쉽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가 주최한 어학연수를 갈 땐 어학원 선정이나 안전적인 부분에서 안심할 수 있었다”며 “자율성 있게 원하는 곳을 선택해서 가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부분 학생들은 국내 유학원을 통해 외국의 어학원을 소개받고 현지로 향한다. 따라서 출국 전 현지에 대한 설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알선업체를 통해 필리핀 어학연수를 떠난 학생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사인은 단순포진성 뇌염으로 유족은 현지 어학원 측이 수업도 빠진 채 앓고 있던 학생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유학원은 관할 관청이 없으며, 개설 시 어떠한 제약도 없이 누구나 사업자 등록만으로 유학대행업이 가능하다. 업체에는 학생 관리에 책임질 의무가 없고 현지의 어학원 역시 국내 교육 당국의 관리감독 범위의 밖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설 유학원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본교 주관 프로그램을 폐지한 뒤 ‘필리핀 어학 집중 프로그램’같이 유사 프로그램이 개설된 이유에 대해 이 주무관은 “어학 실력이 부족해 교환학생에 지원할 수 없었던 학생들이 어학실력을 향상해서 교환학생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학생들이 구직활동 시 채용 인터뷰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본교 주관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당시에 할애하던 예산이나 인력을 교환학생이나 해외인턴십같이 핵심적인 국제화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주무관은 어학연수 학점 인정제에 대해 “본교 학점인정은 수강신청의 개념으로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미리 신청하고 수료한 후에 신청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며 “간혹 다녀온 후에 뒤늦게 학점인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잊지 말고 미리 신청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ljy13@knu.ac.kr

대학생들이 해외 어학연수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은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조치’ 이후부터다. 또한 1997년 병역미필자의 해외 장기체류가 가능한 법령이 나타나면서 해외 어학연수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 1994년 초 시행된 김영삼 정부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계화 담론’ 또한 어학연수 열풍에 한몫했다. 기업들이 앞 다투어 유학이나 어학연수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했으며 토익토플 점수를 평가지표로 사용했다. 그리고 어학연수 열풍은 지금까지 식지 않고 이어져 날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어학연수는 대학 생활에서 쌓아야 할 주요 스펙이 된 것이다. 이는 한국교육 개발원 교육통계 연보의 ‘연도별 유학생 현황’ 에서도 드러난다. 유학생 현황 중 대학생의 수치를 보면 2005년에는 192,254명, 2010년에는 251,887명으로 갈수록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어학연수, 정말 효과가 있을까?

어학연수가 취업을 위한 필수 관문처럼 여겨지면서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들은 많지만, 정작 가장 기초적인 어학 능력 향상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정말 어학연수가 어학 실력 향상에 효과가 있을까? 각종 연구에 따르면 어학연수는 외국어 능력 향상, 자신감의 증가, 강한 학습 동기 유발, 외국어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변화 등의 효과가 있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은 말하기와 듣기 능력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높다. 내재적 학습동기 또한 연수를 다녀온 학생이 비교적 높은 편이며, 영어권 문화에 대한 거리감 역시 어학연수 유경험자들에게서 적게 나타났다. 

본교 강진호 교수(인문대 영어영문)는 “어학이라는 것은 말과 더불어 문화적인 면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환경에 몰입해 자연스럽게 언어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의 문화에 적응하려면 연수를 가기 전 기본적인 생활 회화 정도는 가능한 수준까지 영어 실력을 다져놓는 것이 좋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호주로 5주 간 어학연수를 다녀온 김규리(인문대 불어불문 12) 씨는 이동 중에 소지품을 잃어버려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영어 공부를 미리 해가지 않아 소통을 할 수 없었다. 김 씨는 “답답해서 눈물만 났다. 영어공부를 미리 해가지 않은 것을 매우 후회했다”고 회상했다. 돌아와서도 영어권의 유학생 친구를 사귀거나 영어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등의 꾸준한 노력을 해야 어학실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 교수는 “단기간에 영어를 정복하겠다는 기대는 하지 말고 연수는 내가 알고 있는 표현을 실생활에서 실습하는 기회로 삼아야한다”며 “연수를 떠나기 전에 국내에서 공부의 90%를 완료한 뒤에 나머지를 연수에서 채운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어학연수의 어두운 단면

너도 나도 가는 어학연수지만 아직 어학연수에 대해 불안한 점들이 있다. 몇몇 국가에서는 치안이 부실하다고 하고, 극단적인 인종차별 때문에 아시아권 학생들이 폭력을 당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위험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부에도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 째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설 교육기관이다. 어학연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해외에는 우후죽순으로 사설 교육기관이 생겼다. 하지만 부실한 교육과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교사를 들인 탓에 유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둘 째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워 현지에 가서 적응하지 못해 결국 같은 한국 학생들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강 교수는 “학생들이 연수를 가면 원어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아시아권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들 역시 어학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시아권 학생들끼리만 어울리면 영어능력을 쌓기 어렵다”고 충고했다. 따라서 연수기간 만큼은 한국인 친구나 아시아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자제하고, 주변 현지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친한 친구 여럿이서 한 번에 같은 어학원으로 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영어만 쓰자는 약속을 했더라도 친한 친구끼리는 약속이 깨지기 쉽고, 연수 국가 내 유흥 문화의 유혹에도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 어학연수의 폐해는 더 심하다. 한국 사설 교육기관의 지나친 경쟁으로 교육 내용의 내실이 떨어지는 기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이로 인해 자국에서의 감독이나, 상대국에서 통제감독 또한 무방비 상태로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은 힘들고, 탈선과 유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기란 더욱 힘들다. 현재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코피노(kopino)수가 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급속하게 증가하는 코피노의 원인에는 단기 어학연수생이 급증한 것도 있다. 참여자 학습자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학연수 프로그램 자체의 제도적 도움이나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심지영 기자/sjy12@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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