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배를 학식으로 채우는 학생, 잠깐 난 쉬는 시간 타는 목을 적시러 자판기 앞에 선 학생, 집으로 돌아가기 전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학생. 하루 종일 복지관 앞은 유난히 활기가 넘친다. 교내 유일의 우체국을 이용하는 학생까지 친다면 복지관은 하루 종일 한산할 때가 없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학생들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복지관 공간도 있다. 가끔은 학생들에게 친근히 말을 걸기도 하고 학생들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에겐 낯선 외부인일 뿐이다. 이에 경북대신문은 우리와 가까이 있었음에도 어쩌면 가장 멀지도 모르는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3탄은 복지관 지하매장 상인들의 이야기다●

복지관 1층 통로로 들어가면 카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옆으로 지하상가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자 드디어 입성이다. 모든 지하상가를 소개시켜줄 수는 없다. 어디부터 둘러볼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떡 하나 집어가세요!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엔 빵집 왼쪽엔 떡집이 보였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제법 배가 고팠다. 오늘은 떡집이다. 저 앞에 진열된 쫀득쫀득한 인절미를 어찌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떡집에 들어가자마자 매장 주인인 박영주 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박 씨는 방학기간 중이라 한산한 복지관에 취재를 하러 온 우리를 환대하며 떡과 식혜를 내어주었다. 떡집의 하루 일과를 물으니 박 씨는 지금 막 들여와 하나하나 포장 중인 떡을 하나 내밀었다. 박 씨는 “떡은 칠곡에 있는 본점에서 직접 만들어서 가져와”, “우리는 첨가물이나 중국 밀가루를 쓰지 않아” 박 씨는 넉살 좋게 꿀떡을 뭉텅뭉텅 잘라 내놓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30분 정도 지나고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앞에 진열된 떡을 집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아침에 떡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단골들이지, 저기 떡을 집어가는 선생님은 GP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인데 백설기 두덩이를 항상 사가시더라고” 하얀 와이셔츠를 단정히 차려입은 교직원은 박 씨의 말대로 백설기 몇 덩이와 꿀떡 몇 개를 집어갔다. 

이 지하매장에 입점하게된 계기를 묻자 그녀는 씨익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사실 내가 우리학교 학생이야,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데 우리 학과 교수님이 소개시켜주시더라고 ‘지금 매장에 자리가 하나 났는데, 떡집을 해보지 않겠냐’고” 그녀는 정리하고 있던 떡들을 마저 진열대에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 전부터 학과 행사 때마다 우리 떡집에서 떡을 만들어 행사를 치뤘거든, 교수님이 매장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게 생각나신거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학점이야기가 나와 버렸다. 솔직히 기피하고 싶은 주제였지만 박 씨가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함으로 인해 필자의 부끄러운 학점을 잠시나마 숨길 수 있었다. “사실 공부하면서 떡집까지 운영해야하니 정말 힘들지, 아침엔 복지관 떡집에 들렸다 수업을 듣고 칠곡에 있는 본점도 들려야하니까” 얼마 후에 있을 졸업시험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녀는 이제 곧 졸업시험을 치러야하는 3학년 차이다. “공부를 계속해야하는데 떡집 때문에 정신없지 학교에 행사가 있는 날은 꼼짝없이 떡집에 묶여 있어야하니까”. “사실 점포세나 재료값까지 빠지면 별로 남는게 없으니 의욕이 떨어질 때도 있지. 공부하기도 힘드니까” 그녀는 공부와 떡집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우리의 질문에 또다시 무겁게 입문을 텃다. “학교 같은 경우엔 고객 층이 한정돼 있고 지하매장 같은 경우엔 복지관 근처 단과대학 학생들만 간간히 사용하니까”. 나는 의문이 들었다. 왜 이 지하매장에 남아 있을까? 이 학교의 학생이긴 해도 그녀는 어엿한 가게를 갖고 있는 상인이다. 상인은 절대 불리한 입지에 터를 잡지 않는다. 이러한 나의 의문에 그녀는 “학생들이 여기 아니면 어디서 떡을 간식처럼 사먹겠어”라고 말했다. “다른 집들은 죄다 대량포장이야. 떡은 무조건 크게 잘라서 파는게 이득이거든, 우리집처럼 작게 잘라서 빵처럼 파는 곳은 거의 없어” 그녀는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떡이 참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먹거린데 요즘엔 빵이나 인스턴트 음식에 묻혀 조명받지 못하는게 아쉬워. 학생들한테 알려줄 수 있는게 좋은 거지” 인터뷰를 마쳤을 때 우리 두 손 묵직히 들려져 있는 떡들은 그녀가 하나하나 손수 포장한 먹기 좋게 잘려진 아주 달고 맛있는 떡들이었다. 그녀가 졸업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을 들은 것은 한 달 이후였다. 지금 그녀는 졸업시험 이후로 미뤄놨던 목표인 수제떡 경연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오늘도 경영대학원과 떡집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닌다.

꽃과 난의 은은한 향기

다양한 매장이 모여 있어 시끌벅적한 지하매장에 유난히 화사한 곳이 있다. 꽃집 ‘매란정’이다. 지난번에 있었던 꽃집이 새 주인을 맞아 새롭게 단장했다. 전 주인은 지하매장을 떠나기 전 “이제 단골이 붙고 나의 세팅 스타일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떠나게 되니 아쉽다”며 나에게 작별인사를 전한 참이다. 

새롭게 꽃집에 들어온 백영민 씨는 4년 전에 이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 곳은 제가 처음으로 꽃집을 시작한 곳이에요, 4년 전 이곳에서 나온 후 동문에서 꽃집을 운영했지만 주요 고객층이 학생들이라서 일까요, 이 곳만큼 사람 만나기 편한 곳이 없더라구요”. 처음엔 인터뷰를 꺼려하던 백 씨는 점점 말문을 열더니 이윽고 인터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꽃사진을 보여주면서 꽃의 아름다움을 열성적으로 예찬하는 그녀의 모습은 꽃 그 자체였다. 색색의 꽃으로 장식된 그녀의 꽃집은 화사했고 한 켠에는 초록빛의 난들이 중후한 멋을 뽐내고 있었다. 백 씨는 “저희 꽃집은 난이 중심이에요. 사시 사철 푸른 난마다 풍기는 각기 다른 향기들이 꽃집을 가득 채우고 있죠. 난을 키우다보면 자기 자신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좋아요” 다시 돌아온 소감을 묻는 나에게 백 씨는 아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백 씨는 “만삭일 때 처음 복지관에서 꽃집일을 시작한 것이 기억에 남네요. 그 때문에 이곳이 더 아련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꽃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물은 ‘꽃이란 무엇인가?’라는 식상하고 케케묵은 나의 질문에 백 씨는 “받을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선사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대답했다. 과연 경북대 최고 플로리스트다운 답이다.

우리가 몰랐던 안경점 이야기

안경에 흠집이 앞을 뿌옇게 가릴 정도로 심하게 났다. 마침 지하매장을 취재하고 있기도 하니 나는 지하매장의 안경점을 찾기로 했다. 처음 찾는 안경점에 들어가자 안경이 잘 어울리는 곽은철 씨가 말끔히 차려입고 나를 맞았다. 손님이 많아 잠시 기다려달라는 곽 씨는 현미경을 들여다본 채 미동초차 하지 않았다. 

입점한지 얼마나 됐냐는 나의 질문에 곽 씨는 20년이 넘었다고 대답했다. 상가가 본래 복현회관에 위치했던 시절부터 있었던 고참 중 고참이었던 것이다. 곽 씨는 이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외부 안경점에 있는 점원과 자리를 바꾸는데, 복지관에 들어온지는 이제 막 1년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어떤 비결로 20년 동안이나 복지관을 지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물어보자 곽 씨는 “사실 적자만 근근히 면하면서 살고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몇 년 전에는 학생들이 지하매장을 자주 찾아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됐지만,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이용이 적어져 매출도 그에 따라 적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곽 씨는 “사실 최근에는 적자를 보기도 했어요, 기기들이 고가이기도 하고 점포세가 싼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적자를 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제 생각엔 사장님은 학생들을 위해 계속해서 복지관에 매장을 두시는 것 같아요. 다른 곳들처럼 이벤트를 자주 열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정가에서 10%할인이 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거든요” 나의 눈에 맞는 렌즈를 가져다주면서 그는 말을 덧붙였다. “안경점들이 안경을 싸게 들여와 비싸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는 나에게 가격표를 보여주면서 말을 이어갔다. “싼 중국 테들이 무분별하게 돌아다니던 옛날에는 맞는 말이었지만 요즘엔 사람들이 고급품들을 선호하고, 또 안경테들도 그 수요에 맞게 출시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경 단가들이 올라가버렸어요” 그의 말을 증명하듯이 진열장엔 수많은 고가의 안경테들이 진열돼 있다. 그 안경테들마다 붙어 있는 증명서들은 다른 안경점에 가면 쉽게 원래의 가격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곽 씨는 “증명서 때문에 원가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청구하는 것은 꿈도 못 꿔요”라는 말을 하며 내게 새로운 렌즈를 꺼내 보였다. 나는 처음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라 렌즈를 착용하는 것 벗는 것 모두 서툴렀다. “렌즈를 끼고 빼기 힘드실 땐 저희가 퇴근하기 전에만 찾아오세요” 곽 씨는 이렇게 말하며 우리를 배웅했다. 이후 안경점을 다시 찾는 일은 없었으나 렌즈 하나로 복지관을 지날 때마다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홍태양 기자/hty12@knu.ac.kr

이지윤 기자/ljy13@knu.ac.kr

닿을 수 없는 복지관과 학교와의 거리

복지관을 돌아다니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 봤다. 다들 한결같이 제일 먼저 ‘홍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점원 A씨는 “학생들 대부분이 복지관에 어떤 상점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며 “입점한 상점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4년 만에 다시 복지관으로 들어온 꽃집 점주 백영민 씨는 “동문에서 장사할 때 예전에 복지관에 있었다고 하면 ‘복지관에 꽃집도 있었냐’는 식으로 되묻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손영수 사무국장은 “복지관 측에서 구체적인 시안을 만들어주면 검토 후 일정의 재정, 장소를 협조할 수 있다”며 “생협 임의로 홍보 전단지 및 배부장소 시간을 정하면 반드시 불만을 제기하는 곳이 생기기 때문에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복지관 상인대표 박영석 씨는 “생협에서 광고를 해주지 않으니 우리끼리라도 해보자 해서 초코파이에 스티커를 붙여 판촉행사를 한 적이 있다”며 “초코파이가 사행성 물품도 아니고 그것마저 막는 학교 측에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복지관과 학교 사이에 ‘소통부족’도 심각한 문제였다. 사진관 점주 이만희 씨는 생협에 대한 신뢰가 현재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이 씨는 “현수막 하나를 달아도 생협이든 본부든 안된다고만 한다”며 “상인들이 아쉬운 소리를 해가면서 부탁을 해도 소용이 없어서 몰래 달기도 했다”고 말했다. 에어컨 문제도 그랬다. 밖은 선선해졌지만 복지관은 지하에 있기 때문에 공기가 답답하고 더울 수밖에 없다. 학교 측은 냉방기간 문제 때문에 에어컨을 틀어주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A씨는 “생협의 산하에 있는 복지관 상점들의 의견이 생협을 거쳐 본관으로 전달되는데 그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기획사 점주 박성기 씨는 “학교 구성원이라기보다는 학교에서 장사하는 상인으로만 여겨지는 것 같아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우리 역시 학교의 일원으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외부 상가의 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자릿세’에 부담스러워하는 상인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떠나지 못하는 상인들은 오랫동안 이곳에 터전을 잡아왔기에 쉽게 떠나지 못하겠다고 한다. 외부 주문을 같이 취급하면서 가족 운영 형태로 인건비를 절감해 유지하고 곳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생협에서 주관해서 최고가 입찰로 낙찰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생협은 업체 입찰의 순서는 업체계약기간 종료-이사회 보고-업체선정위원회 구성(학생, 교원으로 5명)-입찰 시작-위원 평가-선정 순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점포가 들어올 땐 학생이사가 포함된 이사회의 검증을 거쳐 학생들의 수요와 의견을 반영한다. 하지만 토스트집 ‘토스트와’ 김주영 씨는 “업체선정은 학교 재무과에서 해야 한다”며 “생협에서는 마치 자신들이 직영매장이라도 되는 듯 행세하고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최근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며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김 씨는 “지금껏 재료비가 올라도 토스트 가격은 올리지 않고 좋은 재료로 만들어 운영해왔다”며 “최고 낙찰가가 아니라고 무작정 나가라고 통보한 뒤 대형 프렌차이즈를 낙찰하다니 서운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내부 환경’과 관련된 고충 역시 있었다. 신한은행으로 통하는 문 한 쪽이 고장 나 상인들이 고쳐달라고 요청했지만 4년이 지나서야 겨우 고쳐졌다. 문이 갑자기 빠져 학생들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복지관이 지하에 있다 보니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여름철에 비가 오면 하수구 냄새가 나기도 한다. 있는 환풍기도 고쳐주지 않으니 복지관 지하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환풍기는 겨우 하나인 열악한 환경에서 상인들이 지내고 있는 것이다. 

손 국장은 “학교 측에서도 최대한 복지관 업체를 이용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생협이 모든 것을 해줄 것이라 믿는 수동적인 태도는 지양하고, 변해가는 시대에 따라 외부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ljy13@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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