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을 가로지른 줄에는 새하얀 여성용 팬티가 빼곡하게 걸려있다. 바닥에 깔린 비닐 밑에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치우지 않은 듯한 여러 켤레의 목장갑과 흰 노끈이 널브러져 있다. 북구 북성로 장거살롱의 옥상이다. 약간 어두운 삼덕상회 안에는 각종 구령대의 사진과 옥상에서 연상된 단어의 도식들이 늘어서 있다. 얼핏 봐선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이 작품들은 ‘방안나 플라프락’의 ‘아, 옥상’ 프로젝트의 일부다. ‘방안나 플라프락’의 다섯 작가 중 기획을 맡은 본교 미술학과 대학원생 노아영 작가를 만났다.

<아, 옥상> 프로젝트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아, 옥상’은 부산에서 김만석 평론가와 김하영 독립큐레이터가 총 기획하는 <옥상의 정치> 프로젝트의 일부에요. ‘옥상의 정치’는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서울 5개 도시에서 각각의 소주제를 가지되 옥상을 소재로 설치작품을 전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옥상의 정치’는 옥상이 가진 사회적 의미, 예컨대 용산 참사와 쌍용자동차 시위가 옥상에서 일어난 것들을 작가들이 모여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대구만 다섯 작가가 공동으로 활동하고 있고, 다른 지역은 작가 개인적으로 진행합니다. 프로젝트는 다섯 개 지역 모두 1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지만 자체 연장을 하기도 해요. 북성로의 삼덕상회와 장거살롱을 전시장소로 택한 건 삼덕상회는 카페로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이구요, 장거살롱은 소재인 옥상에 전시하기 위해서에요.

‘방안나 플라프락’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방안나 플라프락은 대구 프로젝트 팀의 이름입니다. 별다른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아서 만들었어요. ‘방안나’는 그냥 사람 이름이랑 비슷한 단어고 ‘플라프락’은 겉치레, 허세라는 의미의 단어입니다. 두 단어를 합친 거에요.

다섯 명의 작가 분들(노아영, 박은희, 이기선, 임은경, 황성원)이 있는데, 소개 한 마디씩 부탁드려요.일단 저는 기획을 맡은 노아영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옥상하면 떠오르는 단어 100가지’를 소재로 각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박은희 작가는 하얀 여성 팬티를 줄에 걸어 옥상에 전시했는데요, 아파트 문화가 퍼진 이후 이웃집 빨래가 펄럭이는 시골의 풍경을 더 이상 보기 힘든 현실을 비판하고 있어요. 이기선 작가는 반복되거나 왜곡된 다양한 구령대의 모습을 보여줘요, 구령대는 권력체 앞에 질서정연하게 복종하는 약자들을 보여주죠. 사회적 상하구조가 반영하고 있어요. 임은경 작가는 불타는 컨테이너를 그려요. 쌍용 노조와 용산 참사를 나타냅니다. 황성원 작가의 작품은 ‘옥상과 옥상, 만나다’라는 용산참사의 실제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에요. 다섯 명 모두 본교 미술학과 학부생이구요, 제가 함께하자고 모은 지인들이에요.

이번 전시의 의의가 있다면?‘옥상의 정치’는 5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요. 사회정치적인 맥락에서 용산 참사와 쌍용자동차 노동자 시위 등 옥상에서 벌어지는 사회현상을 직접적으로 예술로 표현했어요. 대구에는 이런 게 별로 없어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사회적 현상을 소재로 1, 2년에 한두 번 정도 할 계획입니다.

사진: 옥동진 기자/odj12@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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