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자가 꿈이다. 그래서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고 경북대신문에도 기자를 지원했다. 과 선배가 ‘왜 신방과에 들어왔냐’고 묻고 신문사 면접에서 ‘왜 지원을 했냐’고 물으면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신문을 많이 읽어 기자가 되고 싶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신문사에선 사진부 정기자로 임명받아 카메라를 메고 다니지만 카메라를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는 탓에 처음에는 많이 헤맸다. 하지만 지난 방학동안 교육을 받아 어느 정도의 퀄리티는 뽑아낼 수 있다. 취재를 하면서 낯선 사람에게도 말을 잘 걸 수 있고 대화를 계속 이어나갈 수도 있다.지금까지 센 척을 해봤다. 이게 무슨 센 척이냐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태생이 소심한 나로서는 내가 아닌 것 같아 부끄러울 정도로 과장이 있다. 사실 내 꿈은 기자가 아니다. 나는 아직 꿈이 없다. 기자는 그냥 미래에 삼고 싶은 직업에 머물러 있다. 또 초반에 잘난 듯이 말하고 다닌 신문을 꾸준히 읽었다는 말은 껍데기다. 신문은 구독신청을 하고 돈만 꼬박꼬박 내면 매일 집 앞에 온다. 또 방학기간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사진 찍는 기술이 갑자기 늘겠는가.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용기는 점점 작아진다.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도 여러 번이다. 내가 쓴 기사가 신문 발간된 지 하루 만에 내용이 바뀌어 오보가 된다든지, 사진을 찍을 땐 있었던 흙더미가 바로 다음 날 사라진다든지 말이다. 취재를 위한 전화통화에 능숙한 척, 취재원에 대해 다 알고 있는 척 등을 하다보면 능력부족을 절실하게 실감한다. 기자는 좀 아는 척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대화를 되돌아보면 도대체가 정리가 안 되는 말 어미에 다시 좌절한다.그래도 나는 여전히 센 척을 하고 있고 또 해야 한다. 센 척을 잘 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정말로 세지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금 당장 잘하고 싶으니 센 ‘척’이라도 해야 한다. 물론 척을 잘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많이 알아야 한다. 학문 구분 없이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공부해야 한단 소리다. 또 예의를 갖춰야 한다. 기자가 아니었다면 전혀 만날 일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다. 특히 나이가 많은 분들과 만났을 경우에는 첫 인사에서 인터뷰가 어떻게 진행될 지가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발로 뛰는 취재의 중요성을 통감하는 요즘이다. 이 조건들이 꼭 기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들이 달리 있겠는가.현재의 나는 매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막연함에 기대어 산다. 사회 부조리를 밝히겠다는 기자의 열정을 보이고도 싶지만 사회를 제대로 보는 눈 없이 어설픈 정의감을 가지고 설치고 싶지는 않다. 주관이 들어가긴 하겠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사실을 전달하고 싶다. 여태까지 내 희망사항만 나열했는데 나는 체면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니 이 바람이 헛되지 않게 할 것이다. 그러니 잘 하고 있는지 신문 좀 많이 읽어주시길 바란다. 엇 또 바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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