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박근혜 정권의 ‘원격진료 도입,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며 1차 파업(하루 집단휴진)을 단행하였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에 다시 벌어진 일이다. 오는 24일의 2차 파업에는 더 많은 전공의들이 결합할 예정이다. 의협과 현 정권은 비공개로 본격 협상에 들어갔다.민주당은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였고,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역시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오랫동안 의료민영화를 반대해 온 보건의료노동조합과 공공운수연맹 등 민주노총의 주요 산별노조와 시민사회운동진영은 지난 3월 11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을 앞두고 있다.현 정권과 일부 언론들은 야당의 활동에 대해서는 정치공세라고 비난하고, 의협과 노조의 파업 경고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민영화가 아니며’, 노인과 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을 위하면서 산업도 발전시키는 선진 정책이라 주장하고 있다.의사와 같은 전문직 노동자가 단체행동을 하면 환자를 ‘볼모’로 하여 이기주의적 ‘밥그릇 투쟁’을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모든 병원이 파업하는 것도 아니고 파업에 참가하는 의사들이 많은 병원조차 응급실 인력과 필수인력은 유지한다. 그런데도 환자를 인질처럼 묘사하고, 의료진이 10여 년 만에 파업까지 하는 본질적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 것은 황색저널리즘의 전형이다. 우린 이런 식의 저급한 보도양태를 교육, 통신, 교통부문 노동자들의 저항이 있을 때마다 봐 왔다. 우리가 의료진 파업에 직면하여 눈을 뜨고 귀를 열어 소통해야 하는 것은 현상 뒤의 본질에 해당하는 ‘의료민영화’이다. 작년 철도노조 파업을 통해 공론화되었던 철도 민영화 논란의 병원판인 ‘의료 영리 자회사 설립’과 ‘원격진료 도입’의 장?단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비판적 시각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하여 《하얀정글》이나 《Sicko》 같은 영화 상영이나 의료민영화 토론회 개최를 제안해 본다. 약 2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의료민영화 정책이 어떻게 모습(각종 명칭과 법안 및 시행령의 내용 등)을 바꾸어 오면서 집요하게 추진되고 있는지, 누가 그걸 원하는지, 그 결과가 누구에게 유?불리한지, 다른 나라는 어떤지, 현 사태의 해결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심도 있게 공개 토론하는 것도 대학의 본 모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소통의 결과가 현 정권의 주장과 달리 소수 대형병원과 거대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동네병원의 고사를 가져오는 것으로, 자회사 주주의 이익은 증가하지만 환자의 의료비와 정부 재정 부담은 가중시키는 것으로, 현재의 의사 지위가 비정규직 의료기술자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원격진료가 약물 오남용과 오진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원격의료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직접 접근 공공의료 가능성을 오히려 낮추는 것으로, 자본의 역외 유출을 한미FTA 조항으로 인해 막을 수 없어 건강보험재정을 파탄내는 것으로, 현 의료체계의 근간인 비영리법인?건강보험의무가입제?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연쇄 붕괴시키는 것으로, 이 모든 의료민영화 정책이 법이 아니라 시행령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몇 개 없다. 강력한 의료민영화 추진, 현 정권의 의료민영화 정책 전면 또는 일부 저지, 의료공공성 강화 중 우리가 정녕 원하는 건 무엇일까. 결국 겨울은 가고 봄이 왔다. 새벽을 여는 신선한 바람, 세상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