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대전의 매력

▲짙은 녹음이 우거진 한밭 수목원

몇몇 대전 사람들에게 대전에 무엇이 있느냐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했다. 대전에는 맛집도 없고 볼 것도 없다고. 노란 꿈돌이와 엑스포를 제외한 대전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한반도 가운데 있으며 넓은 면적으로 이름도 대전(大田)인 곳이 심심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별다른 계획 없이 딱 5만원이 든 정직한 지갑만 챙긴 채 오전 11시 느지막이 동대구역에서 대전역으로 가는 무궁화를 탔다. 전날 밤 꼬드김에 넘어가 동행한 친구는 내리자마자 ‘성심당’으로 향했다. 두 시간의 지루함을 빵으로 보상받으려는 모양이었다. 미슐랭 가이드에도 등재된 대전의 명물 성심당은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야 한다. 두 겹 세 겹으로 꽉 찬 인파에 사진을 찍기는커녕 빵을 고르기도 힘들다. 대신 시식이 풍족해 손에 잡히는 대로 맛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빵은 ‘튀김 소보루’와 ‘판타롱 부추빵’이다. 딱딱하고 퍽퍽한 일반 소보루와 달리 촉촉하고 쫄깃한 속과 달달한 팥 앙금이 가득 차 있는 튀김 소보루는 기름이 많아 조금 부담스럽지만 하나만 사기 아쉬운 맛있는 빵이다. 빵을 물고 조금 걸으니 중앙시장이 있었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시장이지만 시장안의 먹거리는 특별하다. 입구에서부터 두툼한 패티에 1,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의 수제 햄버거가 나타난다. 하나 집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먹자골목으로 들어서면 고소한 치킨 냄새가 난다. 중앙시장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서울 치킨 덕분이다. 직접 그 자리에서 닭을 잘라 튀겨주는?옛날?치킨이다. 억지로 발걸음을 옮겨 당초 목표였던 순대를 파는 노점상으로 갔다. 먹거리 골목에는 순대를 파는 노점상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눈이 마주치면 이모님은 이미 순대를 썰 준비를 하고 있다. 노점상이 아닌 가게를 찾았는데 실수였다. 적은 양에 가격은 한 접시에 5,000원이라 저렴하진 않았지만 바가지도 여행의 재미라는 생각으로 기꺼이 뒤집어쓰고 나왔다.시장을 나와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시장에서 버스로 약 40분을 달리면 한밭 수목원에 도착한다. 한밭 수목원은 중부권 최대의 면적을 자랑하는 식물원이지만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아 온실인 열대식물원으로 갔다. 돔 형태의 온실 속은 온통 푸르렀다. 열대식물다운 짙은 녹음이 우거져 있었다. 술병같이 볼록하게 생긴 나무, 어린왕자의 바오밥 나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잎을 가진 나무들을 보는 것이 예상 외로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와 온실 안의 따뜻한 온도에 기분이 좋다. 십 분이면 나올 줄 알았던 수목원에서 한참을 구경한 뒤, 대전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둔산 대공원 안에 한밭 수목원과 엑스포 시민광장, 엑스포 과학공원, 국립중앙과학관이 있다. 이처럼 관광지와 문화시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이 독특하다. 미술관을 들어서면 백남준의 ‘거북선’이 맞이해 준다. 천장에 닿을 듯한 거대한 크기와 수많은 텔레비전, 번쩍거리는 영상의 향연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작품 곳곳에 숨겨진 소품들도 신기하다. 진짜 전시실을 들어서기도 전에 한참을 구경했다. 전시실의 주제는 대전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이었다. 피카소처럼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은 아니지만 관람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돌아보는데 제일 적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지만 웬걸, 가장 오래 걸렸으며 심지어 돌아가는 기차를 놓칠 뻔했다. 고작 300원 내고 구경하기 미안할 정도다. 돌아오는 기차 안, 내게 대전에 어떤 볼거리가 있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한 이유는 너무 많아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영 기자/sjy12@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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