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나 인터넷을 보면 쉽게 ‘착한 식당’이라는 단어를 접한다. MSG를 첨가하지 않는 식당, 적당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인 식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착한’ 식당들을 소개 해보고자 한다. 봉사 혹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식당을 찾아 ‘착한 식당’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한 달에 한번 무료급식을 실시하는 ‘번개반점’, 수익을 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고 밥 한 공기 먹는 일조차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기운차림’ 식당, 달서구 신당동에는 대구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맛나多’가 있다. ‘맛나多’는 대구의 이주민여성들이 직접 일하는 곳으로 지역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기도 한다●

세대를 이어온 봉사정신, ‘번개반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뭐”    본교 체육진흥센터 맞은편 골목으로 걷다보면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빨간 중화요리 간판 ‘번개반점’이 보인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그 간판 아래 ‘동네 어르신 짜장면 무료급식’라고 적힌 노란 문구가 눈에 띈다. 1년 반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문구는 사장님의 삶의 철학이 담긴 자존심을 나타내는 듯하다. 가게에 들어서자 구길석(49), 김은하 부부(48)가 인자한 미소를 띠며 반겼다. 인터뷰를 하러왔다는 말을 듣고 부끄러워하는 김 씨의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처럼 순수해 보인다.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배달을 담당하는 분이 사장님 자랑을 했다. “사장님은 마음이 따뜻해서 이런 활동 하신다”며 가게 안에 노란 문구를 가리키며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보육원 아이들도 불러서 자장면도 주고 탕수육도 주고 과일도 주고” 사장님 자랑이 계속되는 중에 구 씨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나왔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의 첫마디는 “할 말 없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뭐”라는 쑥스러운 한 마디였다.

“무료급식은 이 가게를 그만두는 날까지 계속할 것”구 씨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았다. 봉사하는 날이면 노인 분들이 적게는 80명에서 많게는 130명 정도 찾아오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30여 명의 보육원 아이들도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에 가게로 불러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주는 봉사도 한다고 했다. 문득 귀엽게 생겼다는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애들은 다 입가에 자장면 가득 묻히고 먹는데 유난히 그 아이는 조신하게 조금만 묻어도 휴지로 닦으면서 먹는다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 하는 모습이 봉사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듯했다. 김 씨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이 붉어지며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다. 부부는 2000년에서 2002년까지 칠곡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을 운영했다. 그곳에서는 부모님이 없거나 잘 찾아오지 않는 몇몇 소년원 아이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주고 출소를 하면 일자리를 구해 주는 봉사를 했다. 구 씨는 어릴 적 부친이 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가 이 가게를 그만두는 날까지 무료급식은 계속할 거야. 이건 내 인생의 철학을 걸고 말하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인터뷰를 끝마치고 부부에게 다정한 사진 한 장을 요청하자 “안돼, 늙어서 사진빨 안 받는단 말이야”고 말하는 김 씨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담긴 미소가 아닐까 생각했다.

천원의 행복, ‘기운차림’

우리가 천 원을 받는 이유는'기운차림식당'은 대구광역시 달서구 당산로 155-3에 있는 5평 남짓 자그마한 식당이다. 오늘도 식당은 100인분의 점심식사를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한창 분주하다. 두 명의 기운차림봉사단 봉사자와 그때그때 들어오는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식사를 제공한다.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께 값싸고 맛있는 식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무료로 밥을 제공하기보다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자존감도 심어 주기 위해 밥값으로 단돈 1000원을 받는다. 세상엔 아직 마음 따뜻한 분들이 많다영업시간이 끝난 2시를 넘어 식당에 들어가니 기운차림 대구지부 장향미 사무국장이 반갑게 맞아 줬다. 식당은 한창 청소를 하며 문 닫을 준비를 하는데 들어가자마자 봉사자 세 분이서 “밥은 먹고 왔냐”며 “안 먹었으면 앉아서 먹어 일도 밥은 먹고 해야지” 라는 권유를 해 오기 직전에 먹고 왔다고 극구 사양하느라 처음부터 진땀을 뺐다. 대화를 나누다 식당을 둘러보니 3월 기부품목이라 적힌 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누구누구 쌀 100kg, 누구누구 2만원 기부 등 그 달에 기부된 모든 품목이 적힌 듯 했다. 사실 천원만으로는 식당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식당의 월세, 관리비, 재료비를 충당하는데 천원이란 돈은 턱없이 모자랄 것이었다. 그래서 식당은 기부와 밥값 천원으로 운영되는데 고정적으로 금액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고 근처 서남시장에서 야채, 쌀을 고정적으로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기부가 얼마나 들어오냐는 질문에 장 사무국장은 오늘도 식사하러 오신 분이 냄비를 한 세트 기부하고 가셨다며 오늘 기부 받은 것들을 보여줬다. 냄비 세트, 대파 한 박스, 좁쌀 한 통 등 소소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는 항상 부족한 실정장 사무국장은 기부에 비해 자원봉사자는 많지 않다고 했다. 초등학생들이 부모님 손잡고 오고 방학 때가 되면 중고등학생, 대학생까지 많이 오긴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그 수가 많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무국장님은 “학교신문이면 학생들이 많이 읽겠네요?” 라고 물으며 많은 학생들이 보고 찾아와서 함께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는 작은 바람을 말했다.

맛으로 만나는 다문화, ‘맛나多’

다문화 교류와 일자리 창출을 함께‘맛나多’는 행정안전부에서 지원하는 달서구 마을 기업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다문화가정 여성들이다. 자원봉사를 하던 그들은 특기를 살려 모국의 음식을 메뉴로 하는 식당을 개업했다. 깔끔한 가게 내부에는 각종 민속인형, 중국식 등, 베트남 전통모자 논 등이 걸려있다. 저녁 6시쯤 찾아간 식당에는 직원들이 모여 만두를 빚는데 한창이었다.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주방에 울렸다. 직원들은 모두 다문화 가정의 주부들이다. 중국에서 온 박서연(37) 씨, 베트남에서 온 이선혜(29) 씨, 캄보디아에서 온 윤은혜(28) 씨다. 서연 씨는 한국말이 굉장히 능숙했다. 자신이 중국에서 왔다고 말하지 않으면 한국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은혜 씨와 선혜 씨는 수줍음이 많았다. 새삼 서른도 되지 않은 그들의 젊은 나이가 실감이 났다.

“일자리도 얻고 친한 언니동생도 만났어요”서연 씨, 선혜 씨, 은혜 씨는 모두 한국에 온지 10년 가까이 돼 거의 적응한 상태지만 맛나多에서 일을 하며 낯선 한국문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친한 언니, 동생이에요”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와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며 힘이 돼 준다. 식당을 찾는 외국인 손님들은 고향의 음식을 저렴하게 접할 수 있어 종종 온다. 맛나多는 이주민들의 적응을 돕는 문화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지원 끊어져 어렵지만 많이 오셨으면"맛나多는 지난 2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전에 TV에 한 번 나온 뒤로는 부쩍 찾는 손님이 늘었지만 가게 위치가 좋지 않아서인지 생각만큼 손님이 많지 않아 걱정이다. 팟타이며, 쌀국수 같은 메뉴가 인기있냐고 묻자 그들은 수줍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왔다간 손님은 꼭 다시 온다고 덧붙였다. 맛나多의 음식을 맛보고 싶어 칠곡에서 성서까지 오시는 할머니도 있단다. “맛나多를 통해 베트남의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는 이 씨는 “많이 와서 드셨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학준 기자/shj13@knu.ac.kr심지영 기자/sjy12@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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