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치킨은 뼈에서 뜯어야 제맛! 오동통한 닭다리살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입에 행복을!  부드러운 날개살은 트위스트 트위스트 춤을 추면서 손에 행복을!”

요즘 먹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tvn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의 명대사이다. ‘식샤를 합시다’ 외에도 ‘식신로드’ ‘해피투게더-야간매점’, ‘마스터쉐프 코리아’ 등 먹는 방송이 방송가를 휩쓸고 있는 지금, 경북대신문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본지는 2012년 10월 15일자 1503호에서 대구 캠퍼스의 4개 문과 상주캠퍼스의 주변 상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맛집으로 선정된 음식점을 식객평가단과 방문했다. 독자들이 직접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식객평가단이 되어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으로 당시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그래서 이번 봄 한층 더 강력해진 맛집 탐방으로 돌아왔다. 이번 호는 ‘양식’, ‘일식’, ‘한·분식’, ‘중식’ 네 종류로 음식점을 나누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확연히 달라진 것은 식객평가단의 먹방 사진과 생생한 평가이다. 식객평가단은 인터넷 공고를 통해 모집했으며 평소 학교 주변 맛집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등을 기준으로 선발했다. 그 결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7명의 식객평가단이 뽑혔다.

설문조사는 이번달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본교 재학생 320명을 대상으로 서면과 인터넷을 통해 진행됐다. 양식 부문에서는 서가앤쿡이 9%(29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임삐얀또가 7.8%(25표), 봉대박이 5.6%(18표)를 얻어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이 외에도 허디거디가 5%(16표), 도토리Ⅰ이 4.3%(14표)로 그 뒤를 이었다. 일식 부문에서는 와일드스시가 30.3%(97표)를 얻으며 압도적으로 1위에 올랐으며, 뒤를 이어 스시야가 9.6%(31표), 시찌미가 5.3%(17표), 아키타가 3.7%(12표)를 얻었다. 또한 한·분식 부문에서는 빨봉분식이 28.7%(92표)로 가장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쪽문 분식이 9%(29표)로 2위, 찬누리 식당이 7.1%(23표)로 3위, 경주식당이 5.6%(18표)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중식 부문에서는 경복반점이 19.6%(63표)를 받아 1위를 했으며 이어 홍콩반점이 15.3%(49표), 하오츠가 9.6%(31표), 푸둥이 9.3%(30표)를 얻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문별 1위를 차지한 각 음식점을 식객평가단과 함께 찾아가 맛보고 평가했다. 기사는 식객평가단의 평가 내용을 토대로 기자들이 재구성했다●

이정아 기자 lja13@knu.ac.kr최유진 기자 cyj13@knu.ac.kr

양식

치킨 필라프큼직한 닭가슴살이 듬뿍 들어있어 서로 고기를 많이 차지하려는 눈치전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닭가슴살에는 아무런 맛이 없고 텁텁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어 닭가슴살과 밥만 먹으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젓가락이 저절로 움직여 데려온 피클이 치킨필라프의 풍미를 또 다른 차원으로 데려간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고기는 사라지고 밥만 남는 법. 마무리가 조금 아쉽다. 필라프 위에 얹은 계란프라이로는 엄마(닭)와 자식(계란)의 만남이 성사된다. 모자상봉의 진한 감동이 전해진다.

베이컨 까르보나라무난했다. 아니, 오히려 베이컨이 들어간 음식은 쉽게 짜지기 마련인데 짜지 않아 놀라웠다. 조리장님은 간보기의 대통령! 고소하고 부드러운 화이트소스, 적당한 간의 베이컨 조각들, 바삭한 바게트 빵. 이 셋의 조화는 가히 파스타 계의 삼합이라 할 수 있다. 이 메뉴에도 역시나 계란프라이가 함께 나오는데 반숙의 노른자가 사르르 녹아든 빵과 함께 하얀 파스타가 한 입에 쏙 들어온다. 최상의 고소함이 혀를 사로잡고 내 마음도 사로잡고.

목살 스테이크직접 맛 볼 수 없어 더 알고 싶은 불의 향이 코끝을 맴돌다 혓바닥 위로 자연스럽게 정착한다. 식어도 사라지지 않는 강한 불의 맛에 다시 한 번 감동한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 이름, 한우! 한우 목살은 전혀 질기지 않고 이 사이로 부드럽게 씹히며 아름다운 육즙을 자아낸다. 적당한 양의 열대과일은 목살의 맛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입맛을 더 돋궈 식욕을 자극한다. 이곳의 간판 메뉴임이 확실해지는 순간이다. 같이 나온 샐러드 덕분에 느끼함도 전혀 없다. 샐러드도 그저 사이드 메뉴로 취급할 수없다. 신선한 야채들도 제 몫을 다 하지만 독특한 맛의 샐러드드레싱을 추천, 추천, 또 추천한다.

모든 음식에 계란프라이가 얹어 나오는데, 맛과 장식에 플러스 요인이다. 그리고 은근히 든든하다. 하나를 시켜 둘이 먹을 정도로 양이 많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싼 감이 있다. 하지만 요즘 북문 물가를 감안한다면 기꺼이 치를만한 대가다. 섬세한 강약조절의 음악소리가 우리의 대화를 방해하지도 않으니 나랑 같이 먹으러 갈래요?

이정아 기자/lja13@knu.ac.kr

일식

커플set 초밥우선 양이 푸짐하다. 사각그릇에 오밀조밀 정갈한 초밥들이 누워있는 자태가 아름답다. 비주얼부터 통통한 살집에 기다란 몸을 가진 회가 밥을 덮고 있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입에 넣고 이가 맞부딪치는 순간 탱탱하고 쫄깃한 질감이 느껴진다. 장난 아니다! 초밥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데코인 꽃마저 모조리 씹어 먹을테다. 특히 생선회 무리 중에서도 홀로 고고하게 갈색 빛깔을 뽐내는 소고기 초밥이 별미라고 할 수 있다.

치킨 샐러드이미 와일드 스시의 치킨 샐러드는 입소문을 탔다. 산더미처럼 쌓인 요리는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치느님으로 불리는 야식계의 절대 진리인 치킨이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머스타드 소스에 고귀한 몸을 적시셨다. 입이 떡 벌어진다. 생으로 채 썰어 넣은 사과와 노오란 파인애플, 과일군단의 새콤함을 가지자 천하무적이다. 그 어떤 새내기도 너보다 상큼 할 수는 없다!

해물야끼우동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면발 위 수줍게 가지런히 놓여있는 주꾸미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입에 넣으면 이 요리, 생각보다 와일드하다. 쫀득쫀득 반전매력을 발산한다. 본격적으로 오동통한 우동면발이 기분 좋은 매콤함으로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뜨거운 불 속에서 살아남은 채소의 거친 듯 부드러운 질감과 언제 죽었냐는 듯 싱싱한 새우와 홍합으로 끝까지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최유진 기자/cyj13@knu.ac.kr

한·분식

치즈떡볶이떡은 젓가락을 쏙쏙 피해 다니며 나 잡아봐라 하고 유혹하지. 라면사리는 꼬들꼬들, 치즈는 고소. 치즈가 굳기 전에 재빨리 떡과 함께 치즈를 한 번 감아 입안에 쏘옥! 치즈가 실처럼 가늘어질 때까지 한 번 늘여보자. 매콤한 맛보단 달달한 맛으로 첫 맛에 사로잡힌 혀가 점차 익숙해질 때 시큼 새큼한 단무지를 먹어보자. 이건 마치 권태기 때 다시 샘솟는 사랑같달까.

우동 샐러드그냥 우동면 들어간 샐러드라니! 같은 밀가루 음식이라고 엮지 마시라. 또 다른 맛이니까. 쫄깃하고 탱글한 면발은 산낙지처럼 입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상큼한 소스에 버무린 매끄러운 면을 채소와 함께 듬뿍 집어 먹으면 느끼함은 저리가라! 입 안 가득 퍼지는 신선함을 만끽할 것이다. 우동면과 샐러드의 환상적인 조합은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최고의 궁합. 

만두, 어묵 튀김뭐니 뭐니 해도 튀김은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어야 제 맛. 떡볶이의 매콤 달콤 걸쭉한 국물에 바삭한 튀김을 푹 찍어 한 입! 반 쯤 남은 만두의 수줍게 속을 보인 만두소를 다시 한 번 푹하고 찍으면 국물이 스르르 스며든다. 짭짤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어묵튀김도 길게 한 입. 그래서 입에 넣는 순간 모든 맛이 조화를 이루어 ‘떡볶이튀김상봉 만세’를 외치게 되리라.

이지윤 기자/ljy13@knu.ac.kr

맛 칼럼니스트 조현정 씨가 생각하는 음식이란?

1. 대학생 외식문화의 문제점은?개인적으로 외식문화가 지나치게 확산되는 것은 건강 면에서 좋지 않지만 예전에 비해 외식 음식들이 많이 다양화됐다. 요즘 대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외식 음식을 쉽게 접하며 자라온 세대이다. 음식이 다양화됐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외식음식은 맵고 짠 편이다. 마늘이나 고추의 매운 맛보다 화학조미료의 자극적인 맛이 주로 나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이 음식을 만든 재료가 신선한 것인가를 구분하는 것이 미각인데 조미료 맛이 너무 강해 혀가 둔해져 버린다. 요즘 학생들은 조미료 맛,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음식이 건강하고 신선한지를 구분할 수 없다. 자극적인 외식 문화 때문에 그런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다.

2. 상대적으로 침체된 문(ex. 서문) 근처 상권이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은?북문의 경우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서 당연히 지정학적으로 잘 될 수밖에 없으며 쪽문은 공대랑 근접해 점심 때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서문의 경우 학생들이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밥을 먹으러 가기 멀어 상권이 발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 자체보다 개성을 살려 서문 고유의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세계 다도의 거리’, ‘술의 거리’, ‘문학의 거리’처럼 서문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거리를 만드는 건 어떨까?

3. 앞으로의 대학생 외식 소비 경향은 어떻게 변화될까?대학생 소비 경향을 알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는 경제적인 요인이다. 한국의 경제적 양극화가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음식문화도 상당히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학가의 학생들이 많이 먹고 있는 음식들을 봐도 오니기리나 밥버거처럼 싸고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저렴한 음식이 있는 한편, 만원이 넘는 파스타 요리나 인도 요리도 많이 생겼다. 예전에는 음식의 가격이 대체로 비슷했는데 지금은 양극화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문화적인 요인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음식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한식, 중식, 일식, 양식으로 대표되는 사대음식 뿐만 아니라 멕시코의 타코나 인도의 카레 같은 제 3세계 음식도 보편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문의 파스타집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통해 남성이 아닌 여성이 주도하는 외식문화가 형성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4. 프랜차이즈 중심의 외식문화 발달이 대학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프랜차이즈가 대학가의 상권을 지나치게 장악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의 본점은 대기업이지만 운영하는 가맹 점주들은 일반 소시민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프랜차이즈를 횡포를 부리는 악의 축이며 일반 상가를 살려야 한다고 단편적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상권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대학가 근처 음식점은 대학 고유의 개성, 역사와 함께 한다. 대학가의 오래된 분식집은 졸업한 선배를 통해 이야기가 되고 추억이 되고 문화가 된다. 점차 독특한 대학가만의 추억을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

이지윤 기자/ljy13@knu.ac.kr

식객평가단 후기

허필윤 (사회대 정치외교 08)이번 식객평가단 활동으로 오랜만에 입이 호강했고, 배부르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사기에 이르기를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뜻인데 나 또한 먹는 것이 곧 하늘이며 행복의 제 1조건이다.

전성인 (자연대 물리 13)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참가하게 되었다. 학우들의 지지를 받은 맛집에 가서 식객평가단으로서 평가를 한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이번 경험을 이어서 혼자서라도 맛집을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 즐거움이란 내 삶의 동반자다.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큰 즐거움이자 지지대라고 할 수 있다.노형준 (자연대 물리 08)맛집을 평가한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어 식객평가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식객평가단으로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다만 서비스도 중요한 평가항목이니 넣었으면 한다. 나에게 먹는 즐거움이란 혀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황은숙 (인문대 고고인류 12)평소에 비싸서 쉽게 먹어보지 못했던 메뉴를 먹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블로그에 맛집 포스팅을 할 만큼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 나에게 먹는 즐거움이란 배부름이라 쓰고 행복이라 읽는 것이다.이주혜 (생과대 아동가족 13)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의 하난데 먹고 나면 나도 모르게 화가 풀린다. 세상에 있는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통해 인생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게 세상을 사는 재미다.

김다솔 (인문대 국어국문 13)먹는 것을 좋아해 평소에 친구들에게 ‘먹방 찍는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 식객평가단 모집을 보고 ‘이건 내가 꼭 해야 해!’ 싶었다. 살찌는 두려움보다 먹는 즐거움이 한 발 앞서고 있어 걱정이다.

김지웅 (자연대 물리 13)원래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편인데 주변에서 식객평가단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없이 신청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는 일이 흔치 않아 조금 어색했지만 새롭고 재미있었다. 나에게 먹는 즐거움이란 하루에 3번 있는 여유이자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사진: 이정아 기자 lja13@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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