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도덕경>에서 세상의 통념을 깨뜨린다. “작은 것을 보는 것을 밝다하고,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을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유독 작은 것을 깊이 들여다보고, 거기서 어떤 오묘하고 복잡다단한 것을 추구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노자 철학의 핵심은 변증법에 있고, 그것의 출발은 모순에 있다. 큰 것과 작은 것, 부드러움과 강한 것의 반어적 의미와 반명제의 성립을 인간세상과 자연계에서 통찰한 대가가 노자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명제와 반명제, 빛과 어둠,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바른 것과 그른 것, 긍정과 부정으로 양분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심판자이거나 구경꾼으로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직면한다. 어떤 일방의 편에 필연적으로 서야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것이 이른바 진영의 논리, 강자와 약자의 대립관계,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경제논리의 충돌로 다채롭게 변주되는 것을 우리는 날마다 확인한다. 이 모든 것의 집적물이 각종 언론매체를 도배하는 21세기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2013년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1주일 동안 진행된 <총장 불신임투표>가 과반 투표율을 넘기지 못함으로써 제19대 경북대 교수회 의장단은 12월 12일 총사퇴했다. 경북대 교수회의 연면 부절한 역사에 아름답지 못한 일획이 그어진 순간이었다. 그것으로 대학본부와 교수회의 오랜 반목과 불신과 불통과 대결양상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지난 3월 5일 제20대 교수회가 출범하기에 이르렀다.인간은 지나간 날들에서 배운다. 우리의 모든 승리와 패배, 성공과 실패, 영광과 추락은 언제나 시공간 좌표 속에서 환하게 빛을 발한다. 따라서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자는 결코 전진할 수 없다. 그러하되 “우리는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만 배운다!”고 비관적인 역사가는 일갈한다. 이런 우울한 명제가 성립하지 못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여 지극정성을 쏟아야 비로소 우리는 과거의 어두운 망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경북대 존립과 발전 그리고 미래기획의 강력한 두 견인차는 교수회와 대학본부다. 양자의 허심탄회하고 솔직담백한 대화와 의견조율과 상호경청의 미덕이야말로 경북대 모든 구성원들의 작지 않은 소망이다. 상호신뢰와 소통의 첫 번째 단추는 진솔한 대화와 경청에 있다. 나의 말이 끝났다고 해서 귀와 눈을 닫지 말아야 한다. 열린 심장과 따뜻한 영혼, 깨어 있는 명징한 역사의식과 드높은 시대적 소명을 가지고 진군해야 할 것이다. 호랑이의 눈을 하되, 소처럼 우직하고 듬직하게 걸음을 뗄 일이다.불가의 경전 <금강경> 구절에서 우리는 사태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나름의 상을 가진다. 그 모든 것은 허망하다. 만약 모든 상이 진정한 상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면 붓다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서 출발하면 어떻겠는가?! 내가 바라보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주장하는 진실이나 목표가 언제나 옳고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아주 단순한 명제를 인정하면 안 되겠는가?! 상대방의 진실과 목표가 내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원대하며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겠는가?!경북대는 지금 ‘구조조정’과 ‘정원감축’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지방대 특성화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교육부가 강제하고 있는 극한의 외부적 통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대학본부와 교수회는 대립과 갈등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화합과 상생의 큰길에서 두 손 마주잡고 강력한 지도력과 장기기획으로 백년 뒤 천년 뒤의 경북대학교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작은 차이는 넘겨버리고 통 크게 화합하여 미래로 전진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