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하는 거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밤늦게까지 이어진 연구가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실험장갑을 벗으며 처음 인사를 하는 모습에서는 수줍음을 느꼈지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의 눈은 누구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대학생 때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SCI 저널인 미국 생물학지 BBRC에 게재되면서 지난해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상을 수상했던 이희정 씨를 만나 봤다.

Q 생물학을 전공으로 삼은 이유가 뭔가요?

고등학생 때 원래는 한의대에 가고 싶었어요. 과학탐구 과목 중 생물, 화학ⅠⅡ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들이 너는 왜 생물 공부만 하냐고 묻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생물 공부를 하고 있었던 거죠. 결국 한의대에는 가지 못했지만 생물이라는 과목에 흥미가 생겼어요. 그래서 더 공부하고 싶은 생물학을 전공으로 삼게 된 거예요.

Q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상을 수상하셨는데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멋지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졸업논문을 제외하고 대학생이 논문을 쓰는 일이 잘 없어서 ‘고생한 만큼 받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요. 심사대상이 전국단위의 학부생인데,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앞으로의 기여도를 높게 평가받은 것 같아요. 부모님은 칭찬을 잘 안하는 분들이신데, 상패를 보시더니 ‘이건 좀 자랑스럽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Q 연구에 도움을 많이 주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아무래도 선배님들이에요. 연구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해도 들어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었어요. 그때 선배님들이 제 눈을 현실로 돌릴 수 있게 리드를 잘 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이동건 교수님께서도 연구 주제를 일찍 주셔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셨고요.

Q 논문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딱총나무에서 추출한 피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화학물질)이라는 식물영양소에 글로치디오보시드(glochidioboside)라는 물질이 있어요. 이 물질이 피부 점막에서 칸디다증이나 질염 등을 유발하는 병원성 미생물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 곰팡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했어요. 실제로 물질이 곰팡이 세포막을 약화시키는 것을 확인했고요.

Q 분자생체감염제어연구실을 선택한 이유?

생각보다 생물학이 범위가 넓었어요. 복수전공인 생명공학에서 미생물을 처음 접했는데, 병원성 미생물 같은 경우는 병을 유발해서 신기했어요. 미생물에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이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연구실이 제가 알아본 곳 중 제일 많은 병원성 미생물을 다루고, 세균과 곰팡이를 다루고 있었어요. 그게 이 연구실에 들어오게 된 이유죠. 바이러스를 다루는 연구실도 있었지만 이쪽 공부를 더 하고 싶었어요.

Q 앞으로의 목표를 말해주세요.

지금 하고 있는 분야를 더 확장시키고 싶어요. 석사과정에 입학했으니 박사가 단기적 목표이고요. 장기적으로는 제 실험실을 가지고 싶어요.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제 것이요. 교수가 되는 것도 목표를 이루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이희정 씨는 ‘이른 시기에 하고 싶은 것을 찾은 나는 행운아’라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실험실로 돌아가는 이희정 씨의 뒷모습은 밤을 잊은 듯 열정에 가득 차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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