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깬 도자기 때문에 그래? 내가 물어준다고 했잖아! 같이 이천 가자.’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을 마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의 대사다. 드라마를 보던 이들을 박장대소 하게 만들어준 바로 그 대사. 톱스타 천송이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술에 취해 겨우 보낸 메시지. 그래, 천송이도 인정하는 마성의 도자기. 그 아름다운 도자기를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가자, 이천으로!

미적 호기심에 이끌려 도자기 세계로의 여행을 결정했지만, 경기도 이천이라는 곳이 대구에서 그리 쉽게 가지는 곳이 아니다. 상경은 출세를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었던가.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상경하게 될 줄이야. 장장 3시간동안 울렁이는 고속버스 안에서 도자기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도록 마음을 빚어야 할 것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미적 탐구’, 그를 위해 여행 경비를 철저하게 아끼도록 하자. 돌아오는 길에 사랑스러운 도자기 하나씩을 품어오고 싶다면, 다리를 고생시키든 배를 굶주리든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고 한다. 눈이 행복하면 하루쯤 배고파도 괜찮지 않을까. 

이천종합터미널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관고전통시장이 있다. 관고전통시장을 지나 큰 대로변으로 나오면 이제 길은 황망한 3차선 도로 하나다. 도로를 따라 직진으로 20분정도 걸으면 이천의 관광명소 설봉공원에 도착한다.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리는 설봉공원에서는 다양한 도자기를 보고 느낄 수 있다. 전시되어있거나 판매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도자기들은 물론 공원을 다채롭게 하는 도자장식들도 감상할 수 있다. 도자기 타일로 사방이 이루어진 토야랜드와 공원 중간 길게 늘여서있는 거대한 곰방대 가마는 관람객을 도자기나라에 놀러온 도자병정으로 만들어 준다.  깨끗한 백자와 시원한 청자 그리고 따뜻한 사기, 도자기들이 제각각 뿜어내는 다채로운 빛의 온기에 꽃샘추위도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그중 여태 보지 못했던 알록달록한 도자풍경들은 오래도록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취해 공원을 돌아다니다보면 자연스레 가슴속에 도자기 소유욕이 일 것이다. 그때 다음 여정지인 사기막골도예촌으로 출발하면 된다. 교통비를 아끼려면 대로를 따라 한 시간 가량을 걷고 또 걸어야 한다. 걷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미적 탐구’의 일념하나로 머나먼 길을 걸어 도착한 사기막골도예촌은 노고를 한방에 풀어준다.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도자그릇들. 한길을 따라 쭉 늘어선 50여개의 공방 속 특색이 다 다른 도자기들은 거북이보다도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오가는 교통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은 1만 5천원. 20여분의 고심 끝에 별모양의 보랏빛 도자기 열쇠고리 하나를 고른다. 작은 도자기 밥그릇은 1만원에서 1만 5천원 사이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 물레를 돌려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면 체험비 2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주머니에 나의 별자기를 품고 ‘미적 탐구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 관촌순두부집으로 향한다. 사기막골도예촌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가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인 밥상은 반겨주지 않던 이천의 쌀밥집 틈에서 겨우 찾은 맛집이다. 별미로 유명한 이 집의 순두부정식은 매콤 시원한 청자의 맛이랄까. 일품이라 정평이 난 이천 쌀밥을 입안 한가득 넣고, 매콤하고 부드러운 순두부 한 숟가락. 더 이상 뭘 더 설명하리. 

도자기에 대한 ‘미적 탐구 여행’은 여기서 끝난다. 때론 은은하게, 때론 청량하게, 알 수 없는 빛깔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도자기. 그대들도 이 표현할 수 없는 빛깔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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