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난 이맘때쯤 교수들에게 가장 수고스러운 일은 학생들에게 내준 리포트를 채점하는 일이다. 같은 주제로 쓴 수십 편의 리포트를 기계적으로 읽는 일이란 고된 지적 노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리포트의 수준을 평가하는 일보다 더욱 피곤한 일은 표절을 찾아내는 일이다. 표절을 찾는 일이 어렵고 번거로워서가 아니다. 표절을 하는 학생들의 착각과 달리 표절을 찾아내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매 학기 많은 수의 리포트를 채점해야 하는 교수들은 이미 표절검색기가 되어 있다.정작 어려운 이유는 선생이 아니라 감시자 혹은 처벌자의 자리에 서야 된다는 점이다. 학생을 하나의 인격으로 보기보다 잠재적 범법자로 간주하고 채점해야 된다는 사실은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이런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을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학기마다 많은 수의 표절 리포트를 발견하게 되다보면 감시자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가 없다. 올해 ‘알바몬’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중 58%가 표절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 표절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들 중에서도 인용 문구를 그다지 신경 써 구분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이 43%나 된다고 한다. 물건을 훔치는 것만이 절도가 아니다. 지적 재산을 당사자의 허락 없이 임의로 차용하는 것 또한 절도이며 범법 행위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생의 70%가 넘는 대학생이 지적 재산을 훔치거나 불법으로 거래한 범법자라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최근 유명 대학교수, 연예인, 정치인, 종교 지도자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의 사회 유명인사들이 논문표절로 시끄럽다.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유명인들의 논문표절에 비하면 대학생들의 리포트 표절은 가벼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미래가 지금 대학생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기성인의 표절보다 더욱 심각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많은 학자들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정체된 이유로 부정부패를 꼽는다. 개발도상국이 되기까지는 국가의 생산력이 중요하다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불법과 편법으로 쉽게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와 국가는 결국 퇴보하고 만다. 부패한 필리핀의 몰락과 투명한 싱가폴의 부상이 극명한 예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에게 만연해 있는 표절 문제는 미래 한국의 암울한 전망을 내다보여주는 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로 살아가야 할 ‘개인’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에게 학생이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와 존중의 대상이 될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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