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서는 결혼의례를 그저 잔치라고 한다. 결혼의례가 잔치 가운데 대표적인 일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이웃과 함께 먹고 마시는 일이 그 의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즈음 우리가 경험하는 결혼식은 잔치라고 하기에는 뭔가 함량미달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혼례 당사자들이 자기에게 필요한 절차에는 공을 들이는 것 같으나 정작 잔치를 누려야할 하객은 식권 한 장을 무슨 배급이나 받듯이 받아들고 밥 한 그릇 얻어먹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하객 역시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신랑신부니까 하고 말이다. 이러한 풍경 즉 사회역할극(Social drama)은 오늘의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스스로를 이 사회의 주인의 자리로부터 소외시키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혼례의 주인공은 혼인을 하는 당사자겠지만 잔치의 주인공은 하객이다. 잔치의 실종이다. 비단 의례만이 아닌 사회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자신이 주인이어야 하는 자리를 박탈당하고 있는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시월은 ‘문화의 달’이라고들 한다. 각종의 문화예술행사가 이 선선한 날씨를 놓치지 않으려 앞을 다투어 벌어지기 때문이다. 온 도시를 들썩이게 하는 이 잔치판을 향유해야 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한 해를 부지런하게 살아온 시민이다. 열심히만 찾아다니면 시월 한 달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넘친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물론 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 역시 이 도시에 사는 시민인 경우가 있겠으나 소수의 전문가 그룹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하객(?)들은 여기 저기 잔치밥을 얻어먹으며 허기를 달래지만 자신이 늘 문화예술의 주변인으로서 남아야하는 공허함을 채우긴 어렵다.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은 올해 2,000여 명이 참여하는 퍼레이드를 마련했다. 매우 반갑다. 이전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는데 이번엔 녹색이라는 주제만 소화하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형식이고 시상금도 눈독을 들일 만하다. 아쉬운 것은 왠지 호기심이나 설렘이 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주제의 설정이 시민의 정서와 맥락이 잘 닿지 않는 관료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점차 주제를 바꿔가며 시도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이와 같은 대규모 퍼레이드는 부처님 오신 날의 연등행렬처럼 자발적인 공감을 바탕으로 형성되거나 일본의 요사코이 축제에서처럼 오락적인 요소를 즐기는 단순한 룰이 제시되어야 한다. 적어도 이번은 녹색이라는 도시마케팅적인 주제가 시민 참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재미’를 하위의 가치로 전락시킨 형국이다.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거나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대형축제는 대외적인 전시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시민의 참여와 공감이라는 측면에서는 그 빛을 잃고 있다. 대안으로 마을축제와 같은 작은 단위의 축제를 키워가는 풀뿌리문화정책이 친생활적인 내용과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마을축제는 대구에서도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그 가운데 삼덕동인형마임축제는 올해 8회째 열리는 마을축제로 주민자치위원회와 예술가들이 협력하여 주민이 향유하는 축제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주민의 욕구와 지역의 문화예술자원이 만나는 경우 스타중심이나 마케팅적인 발상을 벗어난 참여적인 문화가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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