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가 개교한지 어언 67년이 되었다.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을 훌쩍 넘은 노인이 된 것이다. 3년만 더 지나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정도를 넘지 않는 從心所欲不踰矩” 70세가 된다. 공자가 설파했던 이런 도저한 경지에 이르렀다면 경북대학교는 나름의 소명에 최선을 다한 형국이다. 과연 그러한가?!한때는 ‘한강이남 최고의 대학’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던 경북대학교.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들어 덕성과 인성 및 지성을 수양했던 도량 경북대학교. 부정과 불의에 항거해 인권과 자유와 민주주의의 보루로 환하게 빛났던 경북대학교. 이제 그런 영광과 명성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누구도 경북대학교의 빛나던 과거와 위용을 추억하지 않는다. 과거는 과거일 따름이며,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광개토대왕> 드라마를 아무리 만들고 또 만들어봐야 흘러간 옛날이야기의 재현에 불과한 이치와 같다. 이제는 지금과 여기에 기초해 다가올 날을 기획해야 할 시점이다. 화려한 과거의 명성에 확실하게 금이 간 까닭을 반추하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을 일이다. 그렇게 얻어진 성찰의 결과를 미래기획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연히 획득되는 기막힌 결과는 ‘로토복권’ 이외에는 없다.냉정하게 돌이켜보자. 경북대학교가 지난 30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기획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 대구경북의 거점 국립대학교의 위상을 지키면서 제 구실을 온전하게 해냈는지 살펴보자. 학문의 전당으로 지성의 등불을 밝히고, 시대의 양심을 지키는 등대로 굳건히 서 있었는가. 치열하고 강렬한 학문적 열망과 의지로 무장한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해왔는가. 세상의 모든 이에게 드넓은 길을 가리켜 보이며 그들을 인도하고 있는가, 생각할 일이다.그런 점에서 경북대학교는 너무 안일하게 살아왔다. 지역의 맹주 노릇이나 하면서, 거점대학이란 명칭에 만족하면서 낭창하게 지내온 것이다. 대구경북의 고만고만한 대학들의 맏형행세나 하면서 근근이 하루하루 지탱해왔다는 얘기다. 10년이나 20년의 중기기획, 30년 이상의 장기기획 하나 변변히 하지 못한 채 그날 벌어 그날 쓰는 형태로 지난 30년을 까먹어온 것이다. 총장들은 하나같이 총장놀음에 분주하고, 교수는 연구비수주와 대외활동에 정신없고,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어디에도 대학의 본질과 지향은 찾아볼 수 없다.교육부와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매달린 대학본부의 미래 청사진은 실종된 지 오래고, 취업예비기관으로 전락한 경북대학교의 숨통은 나날이 조여들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 깊이 숙고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 있는 것이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어제가 오늘처럼 그리하여 내일이 오늘처럼 되풀이되는 이 우울하고 처연한 반복의 녹슨 사슬을 과감히 끊어내고 오늘과 전혀 다른 욱일승천의 기세를 지금부터 다함께 만들어 가보는 것이 어떠한가! 자, 다시 전진이다! 어깨 걸고 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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