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이 문제는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품어온 가장 근원적인 의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궁극의 물질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 온 물리학 역시 ‘물질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질’, ‘질료’, ‘실체’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그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질료는 어떤 궁극적 존재자의 재료가 되는 물질적인 요소를 말한다. 근대에 들어서는 데카르트의 영향으로 인해 궁극적 존재자를 물질과 정신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실체’는 물질과 정신, 양자(兩者)를 동시에 가리킨다. 이 중 ‘물질’은 태양, 지구와 같은 천체를 구성하는 요소에서부터, 살아있는 생명체의 육체적인 부분을 구성하는 비정신적, 비관념적 근본 요소를 총칭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이란 용어에는 정신, 의식과 같은 관념적인 영역은 제외 된다. 한편, 물리학에서는 ‘물체의 본바탕으로서 질량을 갖고 공간의 일부를 차지하는 자연의 구성요소’ 혹은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실체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것을 ‘물질’이라고 정의 내린다. 그리고 그 물질 중에서도 양자물리학적 존재를 가리키는 물질을 일반적으로 ‘광양자quanton(전자, 양성자, 광자, 중성자를 본떠서 만든 신조어)’라는 용어로 지칭하는데, 이 광양자는 입자와 파동의 특징을 동시에 나타낸다. 그런데 여기에서 입자와 파동 중 무엇이 물질의 본질적인 특성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광양자는 입자인가? 파동인가? 아니면 파-입자인가?물리학자들은 물질을 구조의 차이에 따라 파동과 입자로 구분하는데, 입자와 파동은 상호 독립적인 성질, 즉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뚜렷이 구분될 수 있다. 입자와 파동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운동 형태의 차이이다. 파동은 스스로 이동해 가지만 파동을 전달하는 물질(매질)은 결코 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던져진 공과 같은 입자는 자기 자신이 공간 속을 이동해 간다. 둘째, 입자와 파동은 연속성과 비연속성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입자는 비연속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파동은 연속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연속성과 비연속성은 분할 가능성이라는 말과 연관이 있다. 또한 연속성이라는 말은 비국소성의 특징을, 불연속성은 국소성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때문에 두 개 이상의 입자는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공간을 점유할 수 없지만, 파동은 아무리 많은 파동이라도 서로 동일한 공간에 함께 있을 수 있다.뉴턴은 빛에 대한 연구에서 빛이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고, 네덜란드의 호이겐스는 빛은 ‘파동’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빛의 본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빛은 중요한 물리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빛과 전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물질의 이중성’이 그것인데, 이는 파동인 빛이 입자성을 가지고 있으며, 입자인 전자가 파동의 성질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빛의 입자성을 말해주는 실험으로는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광전효과와 컴프턴 효과가 있고, 전자의 파동성은 드 브로이의 물질파개념과 전자를 이용한 이중슬릿실험으로 증명되었다. 먼저, 광전효과란 금속의 표면에 빛을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사용되는 금속의 종류에 따라 방출되는 진동수가 각기 다르다. 특정한 진동수보다 낮은 빛을 쪼여주면 아무리 세게 비추어도 결코 전자가 방출되지 않는다. 물리학자들은 전자가 방출될 수 있는 가장 낮은 진동수를 ‘문턱진동수threshold frequency  ν0’라 부른다. 따라서 우리는 광전효과의 첫 번째 단계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금속의 종류에 따라 어떤 특정한 값 이상의 진동수를 가진 빛을 쪼여줘야만 전자가 방출된다. 2) 전자가 방출되고 난 이후에는 빛의 강약 정도에 따라 튀어나오는 전자수가 변한다. 광학에서 빛의 세기란 빛의 밝기 정도를 말한다. 따라서 빛의 세기가 약하다는 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어둡다’라고 표현하는 그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또한 빛의 세기는 진폭으로 결정되는데 진폭이 클수록 밝고 진폭이 작을수록 어둡다. 빛의 밝기 정도는 진동수(색깔)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다른 한 편으로 튀어나온 전자의 운동에너지는 첫재, 비춘 빛의 세기와 무관하다. 즉 빛이 아무리 밝더라도 튀어나온 전자의 운동에너지는 항상 동일하다. 둘째, 비춘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진동수가 클수록) 튀어나온 전자의 개수는 증가하지 않았더라도, 튀어나온 전자의 운동에너지는 크다는 실험결과를 얻는다. 다시 말하자면 전자파의 파장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튀어나온 전자의 에너지가 적어지고 나중에는 전자가 나오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전자파의 진폭을 바꾸는 것은 튀어나온 전자의 에너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단 진폭이 커지면 튀어나온 전자의 개수가 늘어날 뿐이다. 둘째, 비춰준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튀어나오는 전자 에너지의 튀어나가는 거리가 크다. 문제는 광전효과를 설명하고자 할 때, 빛을 파동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실험 결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빛의 파동이 세면 빛의 에너지는 당연히 커지기 마련이고, 강한 빛을 쬐이면 튀어나온 전자의 에너지는 커지는 것이 당연한데, 실험 결과는 그러한 예상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빛이 파동이라는 것은 이미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빛의 입자설은 파동설에 묻혀버리고 빛은 파동이라는 사실이 하나의 정설처럼 인정받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광전효과 문제는 물리학자들에게는 난제일 수밖에 없었다. 아인슈타인이 광양자설(光量子說)을 내세우고 나서야 비로소 광전효과 문제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광전효과로 인해 빛은 광자(光子)photon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었다.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로 광전효과를 설명해 보자. 플랑크의 에너지 가설에 의하면 광자의 에너지는 E=nhν로 주어진다. 이때, ν는 진동수이고 h는 플랑크 상수이다. 빛은 한 꾸러미(알갱이)가 hν라는 에너지를 가진 입자로 이해할 수 있다.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한 개의 광양자가 한 개의 전자를 튀어나오게 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첫 번째 단계에서는 빛의 입자가 물질 표면의 전자를 두들겨서 그 충격으로 전자가 튀어나온다. 그렇다면 빛의 강도가 세다는 것은 두드리는 빛의 입자의 숫자가 많다는 의미가 된다. 즉 hν가 한 개의 전자를 튀어나오게 했다면, 4hν는 네 개의 전자를 튀어나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광자가 들어오면 많은 수의 전자와 충돌할 것이고, 따라서 튀어나오는 전자의 수도 증가하게 된다. 즉 진폭은 광자의 에너지가 아닌 빛의 밝기와 관계 있으므로, 광양자 한 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차이가 없다는 것은 당연해 진다. 한편, 진동수가 크다는 것은 파장이 짧다는 것이다. 파장이 짧다는 것은 에너지가 크다는 의미이다. 즉 진동수가 작다는 것은 전자를 두들겨서 튀어나오게 할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속의 종류마다 전자의 결합 에너지가 다르므로 쪼여주는 빛이 가진 에너지는 그 결합 에너지를 깨뜨릴 만한 에너지보다 커야만 한다. 다음으로 튀어나온 전자의 에너지 차이에 대한 설명도 광양자설을 이용하면 쉽게 해결이 된다. 광자 한 개의 에너지는 hν로 일정하다. 만약 ν가 커지면 광자의 에너지가 커진다. 따라서 에너지가 큰 광자에 의해서 튀어나온 전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작은 광자에 의해서 튀어나온 전자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콤프턴 효과는 자유 전자에 빛을 비추면 전자와 부딪친 후에 빛의 파장이 길어져 있는 현상을 말한다. 콤프턴은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을 받아들여 이 실험결과를 ‘빛과 전자가 서로 충돌해서 빛이 에너지를 잃어버렸다’고 해석 했다. 20세기 전자를 이용해서 전자의 이중슬릿실험을 실시하였는데, 이 실험에서 스크린에는 파동의 특징인 간섭무늬가 밝혀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빛이 슬릿을 통과하면 간섭무늬가 만들어지고, 입자가 통과하면 두 줄로 구분되는 ‘점들’의 분포가 나타나야만 한다. 그런데, 전자를 사용한 이중 슬릿 실험에서는 파동과 입자의 실험결과가 동시에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실험의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스크린에는 파동의 실험 결과인 ‘간섭무늬’와 입자의 결과인 ‘점’이 함께 표시된다. 즉 무수한 점들로 이루어진 밝고 어두운 줄무늬를 볼 수 있다.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에 의해서 전자는 파동의 성질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러한 이중 슬릿 실험의 결과와 해석에 대해 ‘양자역학의 유일한 수수께끼’라고 표현하고 있다.1924년 드 브로이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보통 입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전자와 같은 것까지 포함해서 모든 물질은 파동과 같은 행동을 한다.”고 제안했다. 드 브로이는 “광양자가설에 주목하여 지금까지 입자라고 간주되었던 전자가 파동으로서의 성질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역전의 발상을 한 것이다. 그리고 드 브로이는 광양자가설 안에서 아인슈타인이 제창한 ‘광양자의 운동량과 파장의 관계식’을 전자에도 그대로 적용하였다. 즉 운동량이 p인 전자는 파장이 λ인 파동이라 볼 수 있다. 이 때 파장 λ는 플랑크 상수 h를 운동량 p로 나눈 값이 된다. 또한 전자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물질을 이 식으로 구할 수 있는 파장을 지니는 ‘파동’이라고 생각하여 이 파동을 ‘물질파’라고 불렀다.” 그리고 1927년 미국의 데이비슨과 저머Germer, 영국의 G.P. 톰슨에 의해 전자의 파동적 행동이 확실히 증명되었다. 미시세계에서는 전자와 빛이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므로, 입자라고도 파동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물질’이라는 개념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만 하지 않을까?

임진아 강사(인문대 철학)

▲영국의 물리학자인 뉴턴. 그는 빛을 ‘입자’라 주장했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인 호이겐스. 그는 빛을 ‘파동’이라 주장했다.

▲위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은 빛이 파동성과 입자성을 둘다 가진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첫번째 슬릿A를 통과한 입사파는 파동으로 퍼지면서 두번째 슬릿B를 통과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개의 파동이 겹치는 부분이 C에 진하게 표현된다(MAX). 이를 지속적으로 관측기로 관측하면 (a~e) 결과가 촘촘하고 성근 형태로 나타나 파동성을 띄면서도 점을 무수히 찍은 듯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어 입자성을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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