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생존이란 결국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승리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에 어떤 위기와 맞닥뜨리게 될까? 본지에서는 미래의 위기로 ‘식량난’, ‘에너지부족’, ‘지구온난화’의 3가지를 꼽았다. 그리고 연재기획을 통해 각각의 위기에 대응되는 현 시점에서 제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처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식량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는 식용곤충이다●

지금 지구의 인구는 인구수 70억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곡물가가 폭등하고 있으며, 매일 10억여 명이 주린 배를 부여잡고 잠에 든다. 미국 인구조사국 및 UN의 전망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인구는 90억 명에 달할 것이다. 90억 인구의 동물성 단백질 수요는 2010년의 두 배인 4.5억 톤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배(56만 톤) 803대와 맞먹는 무게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UN-FAO, 이하 FAO)의 한 관계자는 “2050년에 이르면 쇠고기가 지극히 사치스러운 식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2013년 현재 6명 중 1명은 일일 최소 필수 영양의 40%도 못 먹고 있다. FAO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식용곤충을 내세우고 있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다. 야외에 널리 돌아다니는, 어렸을 적 우리들이 가지고 놀던 바로 그 곤충이다.

벌레를 먹으라고요?FAO는 지난 5월 『식용곤충: 미래 식품 및 사료 안보 전망(Edible insects: Future prospects for food and feed security)』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식용곤충이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왜 곤충을 먹어야하나?”라는 질문에 두 가지 이유로 식용곤충의 필요성을 설명한다.첫 번째는 건강이다. 곤충은 닭고기, 돼지고기 등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식료품을 대체할 만큼의 영양가를 지니고 있다. 곤충들은 풍부한 단백질, 미네랄, 칼슘 및 철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실제로 애벌레는 같은 양의 쇠고기에 비해 단백질 함량은 비슷하고 철분은 10배나 더 많다. 그리고 그 영양 성분이 인체에 쉽게 흡수되기도 하며, 혈액순환 및 면역기능을 증강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진다.두 번째는 환경이다. 곤충은 음식 찌꺼기만으로도 사육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곤충은 먹이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먹이의 단백질 변환 과정이 가축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귀뚜라미의 경우를 보자. 같은 양의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먹이가 귀뚜라미의 경우 1이라면 돼지와 닭은 2, 양은 4, 소는 12만큼이 필요하다. 또한 곤충사육은 가축사육에 비해 훨씬 적은 면적의 토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곤충, 해로운 것들 아니었나요?현재까지 알려진 곤충 종은 약 100만 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인간에게 해로운 곤충은 얼마나 될까? 전체 종의 0.5%에 불과한 약 5천여 종만이 작물과 가축 또는 인간에 해가 된다. 그들 대다수는 ‘나쁜 것들’은 아니다. 그리고 이미 세계적으로 20억 명 이상이 곤충을 먹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번데기 요리가 대표적이다. 사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메뚜기를 간식으로 먹곤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곤충이 ‘유망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곤충 상업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노려보겠다는 심산이다. 토마토수프나 땅콩버터, 초콜릿 등에 곤충 추출물을 함유하는 것에서 시작해 냉동건조 메뚜기, 밀웜, 외미거저리 등을 소량 포장해 식자재로 판매하고 있다.

딱정벌레가 제일 맛있어!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곤충 종은 190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인이 가장 많이 먹는 곤충은 딱정벌레다. 물방개, 쇠똥구리 등도 포함된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식용곤충 3마리 중 1마리가 딱정벌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 뒤를 쫓고 있는 것은 나비와 나방 애벌레다. 우리에게도 친근한 번데기(누에나방의 애벌레)가 여기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번데기가 아프리카에서도 인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남아프리카에서는 매년 95억 마리의 애벌레가 사육되는데, 이는 911억 원 규모다. 꿀벌과 개미는 폭넓은 시장을 바탕으로 3위권을 간신히 유지했다. 꿀벌과 개미는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두루 인기가 있다. 타이에서는 캔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큰 덩치로 3위권 진입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메뚜기와 귀뚜라미다.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메뚜기는 80종에 달하며, 서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가 주 소비지다.

식용곤충, 우리는 참 좋아하는데요?아프리카 대륙에는 음식 자원으로 쓸 수 있는 곤충들이 풍부하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의 가정에서 매주 소비하는 애벌레의 양은 약 300g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 전체로 따지면 1년에 약 96톤가량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곤충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애벌레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우기에 한 사람이 하루 평균 약 42마리의 애벌레를 섭취한다.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약 150~200여 종의 식용 곤충들이 소비되고 있으며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에서는 50종이 넘는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FAO에 따르면 이미 20군데 정도의 귀뚜라미 사육 농장이 운영되고 있는 라오스에서는 식용곤충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FAO와 공조해 식용 곤충의 사육부터 소비 등 식용곤충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실 인구의 약 25%, 어린이의 40% 정도가 영양실조에 걸려있는 라오스의 경우 식용곤충은 이미 간과할 수 없는 식량인 셈이다.특히 라틴아메리카의 멕시코 토착민들은 곤충들의 생활주기를 고려해 자신들의 전통적인 식단을 구성했다. 제철과일처럼 각 월별에 따라 특정한 곤충들을 먹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식물의 인생 주기나 달의 주기, 비와 번개와 같은 자연 현상의 조화를 조종하는 것으로 믿었다.

어떻게 먹어?사실 식용곤충의 실용화에는 넘어야할 산이 여럿 있다. 작은 크기이다보니 필요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선 많은 양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 혹은 조리 시 일일이 날개나 다리 등을 손질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그러나 가장 큰 산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이라고 보기에는 곤충들이 시각적으로 너무 ‘끔찍’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식용곤충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감 때문에 미국 등지에서는 아직도 식용곤충이 그리 인기를 누리지 못 하고 있다. 곤충 공포증이 있는 경우도 흔하며 곤충을 먹었을 때 소화불량 및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주로 소비하는 곤충은 번데기나, 시골에서 가끔씩 튀겨먹던 메뚜기뿐이지 않는가.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농촌진흥청에서도 식용곤충의 장래성을 알아보고 안전성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단기적 혹은 유전적으로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또한 미국 CNN에서는 지난 5월, ‘여행자를 위한 식용 곤충 가이드(A traveler's guide to eating insects)’ 라는 기사를 통해 세계의 곤충음식 10가지를 선정했다. 호주의 큰나방 애벌레부터 중국의 메뚜기, 캄보디아의 거미, 라오스의 귀뚜라미 등 쟁쟁한 음식들 사이에 당당하게 한국의 번데기가 선정되기도 했다.이처럼 세계인들의 식탁에는 곤충요리가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들고 있다. 곤충요리는 부유한 국가에서는 독특한 식감과 맛을 내세운 이색음식으로, 가난한 국가에서는 기아와 식량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존음식으로 우리의 식탁을 두드리고 있다.옥동진 기자/odj12@knu.ac.kr임병현 기자/lbh11@knu.ac.kr참고자료: 『식용곤충: 미래 식품 및 사료 안보 전망(Edible insects: Future prospects for food and feed security)』 (유엔식량농업기구)사진출처: 구글이미지

                                

▲세계에서 소비되는 곤충 종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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