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금융 위기와 월가의 시위, 지난해 유럽발 금융 위기 등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작용과 그로 인한 불안감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이념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케인즈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경제계의 흐름이 뒤바뀐 것처럼 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경제의 기본 이론이었던 케인즈주의. 이를 대체한 신자유주의. 그러면 앞으로 미래를 대비할 새로운 경제 이념은 어떤 것으로 준비해야 할까?●

성난 군중, 분노하는 이들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경기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3년 뒤, 세계 경제의 수도 뉴욕, 그 중 핵심 경제중심가인 월 스트리트에 한 떼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외쳤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우리는 99%이다!(We are the 99%!)”세계적 금융 위기를 가져오고도 수 억여 원의 퇴직금을 받은 월가의 사람들. 살이 너무 쪄 빼지 못하는 1%, 한 쪽에서는 먹지 못해 죽어가는 99%. 시위대가 이 1%들을 겨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돈과 자본, 그리고 금융과 신자유주의 속에서 거인으로 살고 있는 그들을 말이다.본교 박경로 교수(경상대 경제통상)는 “신자유주의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고 얘기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단순 경제학 이론이 아닌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논리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이념. 그 이념 속에서 사람들은 큰 제약과 경계선 없이 경쟁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융 위기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금융 위기 등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무너질 기둥, 무언가 대책이 필요한 질서 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의 사고 속에서 이미 의문시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자유주의는 이미 끝났다고 말한다.

인플레이션, 그리고 경제 대공황시계태엽을 감아보자. 지금은 1919년 6월 28일이다. 지난해까지 약 4년을 이끌어온 제1차 세계대전의 종결로 오늘 베르사유 조약을 맺게 된다. 그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전쟁배상금에 관한 것이다. 독일에게 240억 파운드에 달하는 전쟁배상금을 선고한다. 패전국인 독일이 막대한 배상금을 갖기 위해 선택한 것은 막대한 화폐의 발행. 이것이 일명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시작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급격히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상승이 통제를 벗어난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1921년 독일의 신문 한 부의 가격은 0.3마르크였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닥친 1923년 10월의 가격은 어떠할까? 약 1백만 마르크였다고 한다.당시 미국은 대 호황기였다. 제 1차 세계대전에서 군수물자 판매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국 내 주식 시장은 대 호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때 유럽 재건에 투입될 자금마저 미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버리고 만다. 이로 유럽의 재건이 늦춰지게 되고 미국은 애써 만든 공산품들을 판매할 시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1929년 10월, 뉴욕 증권가서 주가가 대폭락해버리는 이른바 ‘검은목요일’ 사건이다. 다른 말로 ‘경제 대공황’의 시작이다.

“잘 살고 싶습니까? 그럼 소비를 하십시오!”1931년 케인즈는 자신의 조국, 영국의 국민들에게 외쳤다. “저축을 하려 말고 소비를 하십시오!”. 모순 같아 보이는 이 말 속에는 경제 대공황을 타파할 케인즈의 생각이 담겨있다. 케인즈가 생각한 비책, 바로 ‘유효수요’의 창출이다.미국에는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재화들이 막대하게 있었다. 다만 그 재화들을 사줄 이들이 없었을 뿐이다. 재화를 구입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물건을 구입할 의사를 띈 유효수요가 없기에 돈의 흐름이 멈춘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려면 소득과 지출이 거의 같아야 한다. 하지만 소비가 없다보니 정체돼버린 상황이다. 흔히들 하는 말로 ‘풍요속의 빈곤’이다. 케인즈는 막힌 것을 뚫는 힘은 정부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을 줘 돈을 다시 순환하게 하는 것. 케인즈에 의해 주창된 거시경제학이다.경제학을 이루는 주류 이론의 양대산맥인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 이 중 먼저 학자들에게 연구가 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자본주의체제에서의 주체는 크게 가계, 기업, 정부 등 세 가지로 나눈다. 이 중 가계와 기업의 의사결정과정과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분야가 미시경제학이다. 18세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나온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질서, 이것이 미시경제학의 관점이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을 전면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케인즈의 생각은 이제까지 이어져 온 미시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비로소 학자들은 이자율, 환율 등 국가 전체와 세계에 관한 시각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시작된 대결, 하이에크의 승리호사다마라 했던가. 경제 대공황 이후 약 30여 년간 세계 경제 이론의 맹주 노릇을 한 케인즈주의가 슬슬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경기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이는 케인즈주의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그간 경제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이론이 전 세계 사람들의 인식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환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박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통화주의와 케인즈주의로 과도하게 커져버린 행정부는 비능률과 부정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새고전학파를 받아들여 신자유주의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행정부에 힘이 과도하게 집중됨에 따라 생긴 여러 가지 사회적 규제 등이 민주적이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혹은 경제적으로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경쟁관계에 놓인다.어느 이론이 당시의 사람들을 설득시키는데 성공한 것일까? 먼저 경제적 측면, 스태그플레이션이 한타. 두 번째 사회적 측면, 정부의 각종 규제에 한타. 마지막으로 영국에는 대처가, 미국에는 레이건이 집권함에 따라 신자유주의가 정치적으로도 승리를 거머쥔다. 바야흐로 패권은 자유주의가 가져가게 된다. 이에 발맞춰 사람, 자본 등의 이동에 규제가 없는 세계화 또한 가속화된다. 글로벌경제체제의 시작이다. 금융자본주의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나오게 된다.새로운 경제이론? 아직은…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규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경향이 있었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약자를 보호하려는 규제를 철폐하고자 하면서 현재 극심한 빈부격차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지배적 이데올로기로서의 신자유주의는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신자유주의가 힘을 잃은 상황, 하지만 무언가 하나의 경제이론은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새로운 경제이론이 대두될까?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약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아직까지는 잘 준비된 규칙, 복지 등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며, 더 나아가 이러한 준비를 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크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수정하기보다는 지금 순간순간만을 넘기고자 하는 임기응변적 움직임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래도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대두된 과정 또한 짧은 기간은 아니었다. 장차 대두될 이론 역시 오랜 시간 동안 각 사람들의 이념과 가치관을 흔들고 바꿔나가야 한다. 하나의 정치사상이었던 신자유주의처럼 말이다. 때문에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순간이 각자의 사고가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순간이며, 이념이 바뀌어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임병현 기자/lbh11@knu.ac.kr자문: 박경로 교수(경상대 경제통상)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