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에서 만난 유쾌한 잉여들

지난 8, 9일 양일간 서문에서 축제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국의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이 ‘모두가 지역을 떠날 때 지역에 남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북대의 밴드공연, 대구지역 청년 문화예술가들과 외국인들이 함께하는 벽화그리기, 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 ‘길빅 프로젝트’같은 참여형 축제 <Hey! Throw the D’art!>, 또한 지역 청년 음악가들과 자립예술가 한받(야마가타 트윅스터)이 함께 펼치는 콘서트 <세상의 뒤뜰을 노래하다? 우리, 그대로의 쓸모>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의 강성규씨는 “이런 행사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사회적 대안의 모델이 확산되는 그런 자리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대표 박성익 씨와 antifreeze 대표 신윤호 씨를 통해 이번 서문축제 <‘유쾌한 잉여’-서문, 먼데?>의 기획의도를 들어봤다●

서문, 동문, 정문, 쪽문은 비슷한 동지들이다. 학생들이 발길이 잦고 시끌벅적한 북문과는 달리 조용하고 오랜 세월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동지이다. 그런데 이 조용하기만 했던 동문과 서문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대학로는 ‘지식 문화’와 ‘청년 예술문화’를 상징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중심의 문화가 주류를 이룬다. 이에 옛 대학로가 가졌던 올바른 문화를 살리고자 이번 서문 축제를 개최하게 되었다. 사실 예전에는 대학로의 본질과 잘 맞는 축제가 존재했었는데, 그것이 ‘동편제’다. 동편제는 1989년 ‘어울지기’라는 이름으로 경상대와 사회대가 함께 축제를 열어오다가 2003년부터 동문에 위치한 법대, 사법대, 생활과학대를 포함하면서 ‘동편제’라고 명칭을 변경 해 2010년까지 진행되었다.첫 동편제 때에는 초라한 동문을 바꾸는 ‘동문 리모델링’과 길놀이, 풍물놀이 등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또한 축제기간 동안 동문 일대에 열렸던 ‘동편 박람회’는 이주노동자의 인권, 국립대 법인화 등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소비문화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올바른 문화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2010년에 마지막으로 동편제는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는 단대가 합쳐 진행되다 보니 행사 개최에 번거로움이 많았고 이를 견딜 수 있는 각 단대 학생회의 세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을 들 수 있다. 사라진 동편제를 비추어봤을 때 이는 대학이라는 큰 문화의 흔들림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고유한 가치 문화보다 당장 먹고 살기 바쁜 요즘. 우리의 색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이미 우리는 소비 중심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우리가 주체가 된 문화는 아직 낯설다. 귀찮은 느낌마저 든다. 좋은 문화는 무엇일까? 어렴풋이 느껴지는데 와 닿지 않는다면 서문으로 가보길 바란다. 준비물은 편안한 마음 상태뿐이다. 돈 없으면 마음 졸이게 되는 대학로가 아니라, 돈이 아닌 우리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곳. 바로 가까운 서문에서 우리만의 문화축제, 서문의 색 입히기가 시작되고 있다.

황윤조 기자/hyj12@knu.ac.kr

▲서문에 위치한 ‘어색하지 않은 창고’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서문축제 <‘유쾌한 잉여’-서문, 먼데?> 주최자 인터뷰

antifreeze 대표 신윤호 씨저는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잇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antifreeze는 ‘생활이 정치고, 일상이 예술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지역 공간의 다양한 실험과 고민을 하는 단체에요. 다른 출입문에는 강의실 건물이 가까이에 있는데 서문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건물이 있어서 이번 축제에 쉽게 참여할 수 있었죠. 북문에는 사람이 참 많잖아요. 뭘 사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아도 사실 우리가 놀 수 있는 곳은 없죠. 학생들이 서문에서 놀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려 해요. 지난 9일, 서문에 위치한 어색하지 않는 창고에서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어요. 이런 토크 콘서트처럼 단순히 커피를 팔고 먹는 가게가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넓혀졌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대표 박성익 씨요즘 학생들의 대학로는 쉴 틈이 없죠. 요즘 아르바이트를 해도 사장님이랑 터 놓고 대화하고 그렇지 않잖아요. 옛날엔 사장님이 아르바이트생들 알아서 먹고 가라고 열쇠 하나 던져놓고 집에 가는 일이 많았어요. 어떤 상황이건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는 참 중요해요. 삭막한 현실 속에서 이번 축제는 그 취지에 맞는 하나의 커다란 이벤트죠. 커피와 맥주를 마시면서 창고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요.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죠. 부모님이 이혼하신 이야기 또는 뭔가를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이야기. 한 사람 한 사람 사람들이 모여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동기를 전하는 여기는 사람 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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